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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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의 도덕경을 처음 읽은 건 한참 전 아이들을 키우면서 벽에 부딪쳤다고 느꼈을 때였다. 유교적 분위기의 집에서 자란 나는 답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형식과 질서를 중시하고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모범생으로 자랐다. 그리고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고 배우고 교육받은 대로 성실하게 아이들을 열심히 키웠다. 당연히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매번 내가 설정한 틀을 넘어섰다. 나는 내가 설정한 틀로 아이들을 넣으려 애썼고 아이들은 늘 그 틀을 벗어났다. 그 반복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지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내가 설정한 틀을 넘어섰을 뿐,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 생각 틀을 벗어나는 아이들을 용납하기 힘들었다. 어린 시절, 유교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답답한 아버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연스럽게 유교적 사고방식에 젖어서 다르게 생각할 힘이 없었던 거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책을 읽으며 공부하게 되었고, 나를 되돌아보았고,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 즈음 읽었던 책 중에 노자의 도덕경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워낙 효도, 우애, 질서, 도덕, 입신양면 등의 가치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내용이 잘 다가오지 않았었다.

 

 아이들은 둘 다 대학생이 되었고, 내가 나이를 먹었는지 갑자기 노자가 나를 찾아왔다. 무위로 돌아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완전한 해방, 즉 인간의 절대적 자유를 추구하라는 노자의 가르침이 나에게 확 다가왔다.

 

 이 책은 노자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도가와 유가를 비교하며 설명하기 때문에 도가뿐만 아니라 유가에 대해서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도교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어 노자와 도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접근하고 싶지는 않아서 도덕경의 내용을 음미하는데 중점을 두며 읽었다.

 

 

도는 언제나 일부러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이다.”

 

굽은 것은 온전하게 되고 만다. 구부러진 것은 곧게 되고 만다. 움푹한 곳은 가득 차게 된다. 낡은 것은 새롭게 되고 만다. 적은 것은 더 보태어지게 된다. 많은 것은 미혹되어 잃게 된다.”

 

위대한 도가 무너지자 어짊과 의로움이 생겨났다. 지혜가 생겨나면서 큰 거짓이 존재하게 되었다. 집안사람들이 화목하지 않게 되자 효도와 자애가 생겨났다. 국가가 어지러워지자 충신이 생겨났다.”

 

상급의 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덕을 지니게 된다. 하급의 덕을 자난 사람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덕이 없게 된다. 상급의 덕을 지닌 사람은 일부러 하는 일이 없으며, 자기 행위를 의식하지 않는다.”

 

만족할 줄 앎으로써 만족을 하게 되면 언제나 흡족하게 되는 것이다.”

 

낳아 주되 소유하지 않으며, 그렇게 해 주되 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자라게 해주되 지배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을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현묘한 덕이라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행하는 자는 일에 실패하고, 물건에 집착하는 자는 그것을 잃는다. 그래서 성인은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는 것이며, 그러므로 실패가 없는 것이다. 그는 집착하는 물건이 없다. 그러므로 잃는 것이 없다.”

 

천하에는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데 있어 물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고 무위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라.’라고 생각되는데 살아보니 그 말이 맞다고 생각된다. 노자는 세상일에 연연해하지 말고 무위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은둔자의 철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상생활에서 비움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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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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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에릭 캔델은 유대인으로 빈에서 태어났으나 나치가 빈을 점령한 이후 홀로코스트를 피해 부모님과 미국으로 망명하여 어린 시절을 거쳐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그러나 빈에서의 기억이 평생 삶의 기본 바탕이 됨을 스스로 느끼며 인간 정신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의사가 되려했었고다시 세포부터 연구하고 실험하며 기억을 근원을 밝혀가는 과학자가 되었다시대의 학문적 흐름을 따라가며 뇌와 기억에 대해 연구하여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며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나는 역사가가 되려고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고 정신분석가가 되려고 그곳을 떠났으나결국 역사학과 정신분석학을 다 버리고서정신에 대한 참된 이해에 이르는 길은 뇌의 세포적 경로들을 거쳐야 한다는 나의 직관을 쫒았다나의 직감나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그리고 당시에는 까마득히 멀게 들렸던 주위의 경고가 나를 이 삶으로 이끌었고나는 이 삶을 한없이 만끽했다.’(473
  
 
  이 책은 노벨상 수상 기념으로 쓴 자서전인데 세 가지 측면으로 바라보며 읽을 수 있다먼저에릭 캔텔의 연구과정에 대해그리고 수 십 년간 뇌와 기억 그리고 정신의학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정리마지막으로 에릭 캔델 개인의 가족사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 가는 과정이다그래서 에릭 캔델의 개인적 이야기뿐만 아니라 생물학과 정신의학이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기까지의 여러 학자들의 주장과 현대 정신의학에 이르기까지의 바탕이 되었던 연구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유기체의 환경과 학습은 기존 경로들의 효율성을 변화시키고 따라서 새로운 행동 패턴을 표출시킨다우리들이 군소에서 발견한 것들이 이 견해를 뒷받침했다가장 단순한 형태의 학습에서학습은 미리 준비된 풍부한 연결들 중에서 몇몇을 선택적으로 강화한다.’ (229)
  
우리는 뇌 속 시냅스의 개수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그 개수는 학습에 의해 바뀐다더 나아가 장기기억은 해부학적 변화가 유지되는 만큼 지속된다. (중략단기기억 변화와 장기기억 변화의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단기기억은 시냅스 기능의 변화를 일으켜 기존 연결들을 강화하거나 약화한다반면에 장기기억은 해부학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243)
  
인간의 뇌에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단백질은 놀라울 정도로 극소수이고인간의 뇌에만 고유한 신호 전달 시스템은 전혀 없다생각과 기억의 기반을 이루는 생명까지 포함해서 모든 생명은 똑같은 구성 요소로 되어있다.’ (266)
  
장기기억 형성을 위해 유전자가 켜져야 한다는 사실은 유전자가 단순히 행동의 결정자인 것이 아니라 학습과 같은 환경적 자극에 반응하기도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새 시냅스 말단들의 성장과 유지는 기억이 영속하게 한다그러니까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그것은 당신의 뇌가 약간 달라졌기 때문이다새 시냅스 연결들을 성장시키는 능력은 진화 과정 내내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예컨대 더 단순한 동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에서 신체 표면 감각의 피질 지도는 감각 경로들에서 온 입력의 변화에 반응하여 끊임없이 교정된다.‘ (308)
  
생명공학 회사들의 등장은 기억상실의 고통이 경감되리라는 희망을 품게 했고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직업이라는 진로를 열어주었지만다른 한편으로 인지 향상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을 야기했다정상적인 사람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가?’ (368)
  
학습된 공포와 선천적 공포가 근본적으로 구별된다세포학과 유전학을 결합한 접근법으로 우리는 학습된 공포를 제어하는 중요한 신경 회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이 발견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공포증 등에 수반된 학습된 공포를 억제하는 약물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384)

어떻게 특정 뉴런들의 점화가 의식적 지각의 주관적 요소로 이어지는 지에 대하여 우리는 가장 단순한 사례에 대해서조차 아직 아는 바가 없다심지어 어떻게 뇌 속 전기신호와 같은 객관적 현상이 고통과 같은 주관적 경험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적절한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네이글에 따르면 과학은 방법론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주관적 경험의 원리들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론적 변화가 없는 한 의식을 감당할 수 없다.’ (417)
  

‘1980년대 이후 정신과 뇌를 결합하는 방식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그 결과 장신의학은 새 역할을 받아들였다정신의학은 현대 생물학 사상의 자극제인 동시에 수혜자가 되었다현재 우리는 각각의 모든 정신 상태는 뇌 상태이며각각의 모든 정신장애는 뇌 기능 장애라고 이해한다.’ (464)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우리가 있고자 하는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문턱을 넘으려면 뇌를 연구하는 방식과 관련한 커다란 개념적 전환들이 일어나야 한다.’ (466)
   
  복잡한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에서부터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은 일반 사람들도 뇌 과학과 정신의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주변에는 집중력항우울증항공항장애 등 정신관련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정신적 과정은 생물학적인 문제인 동시에 화학적 문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생명공학 관련 기업들이 탄생하였고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면서 정신관련 치료제의 사용이 증가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저자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아직까지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비롯하여 정신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못한 상태다그리고 현재까지의 방법과는 다른 획기적이고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해야만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말에 공감한다.
  
  또한 뿌리와 정체성을 유지해가기 위해 노력하는 유대인들의 모습과 과학자인 에릭 캔델도 자신이 타고난 핏줄과 역사에 대해 함께 하며 고민하고 유대인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을 보며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의 정치사회철학문화와 학문의 깊이가 깊어지고그것을 후손들에게 면면히 전달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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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수 -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풀이
오강남 지음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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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해 전 종교학자이며 많은 책을 저술하신 최준식 교수님께 종교학을 비롯하여 인문학 전반에 대한 강의를 몇 년에 거쳐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시기가 내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알을 깨던 시기였던 것 같다.

 

 새로운 세계에 접하며 무지의 자각과 더불어 많은 질문이 일어났었다.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고 질문을 하던 나를 향해 교수님은 도마 같다고 하셨다. (최 교수님은 기억 못 하시겠지만) 의심 많은 인물인(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닌) 도마라고 칭해지던 나는, 교수님께 아마도 귀찮은 아줌마 학생이었으리라 생각하니 웃음이 슬며시 나온다.

 

도마복음이 있다는 것만 막연히 알고 있다가 우연하게 도마복음을 오강남 교수님이 풀이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도마라고 불러지던 것에 오히려 뿌듯함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영성이란 주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도마복음이 공관복음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공관복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의 심판, 대속 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그 대신에 내 속에 빛으로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닫는 깨달음을 통해 내가 새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는 점입니다.(20)

 

 교회에서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면 무조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근대에 와서야 이런 형태의 믿음이 믿음으로 강조되기 시작하다가 근래에는 급기야 믿음이라면 바로 이런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190)

 

 제49: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홀로이며 택함을 받은 이는 행복합니다. 나라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그곳에서 와서 그곳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도마복음은 계속해서 홀로 됨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많은 교육을 받고 정보 사회가 된 현대에서는 종교가 무조건 믿어라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강조하는 신비적 경향성을 띠지 않을 수 없다. 깨친 사람은 홀로서게 된다. 이제는 개인적 영성의 시대가 되고 홀로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은 더 커지고 있다.

 

도마복음의 예수님은 천지개벽같은 우주적 대사건의 종말이 아니라, 깨침을 경험함으로써 가능한 내적 변화 같은 것을 통해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부활하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개벽을 강조한다. 이런 독특한 종말관 때문에 도마복음이 정경으로 채택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254)

 

 제113: 그의 제자들이 예수께 말했습니다. “그 나라가 언제 올 것입니까?” 그 나라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온 세상에 두루 퍼져 있어 사람들이 볼 수 없습니다.”

 

 나라는 미래 어느 시점에 도래하는 무엇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과 내일에 관통하는 것, ‘영원한 현재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 나라는 이미 여기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419)

 

 베드로가 여성이 절대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한 데 반해, 예수님은 여자들도 구원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422) 또한 성별과 상관없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 완전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바울의 표현을 빌리면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은 사람들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남자와 여자가 없다는 것이다.(3:27-28) (424)

 

 공관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의 기본 가르침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도마복음에서는 회개하라눈을 떠라’, ‘정신 차려라등 의식 변혁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천국은 하느님의 주권, 임재 등을 뜻한다고 한다. 가까이의 의미도 시간의 개념보다는 공간의 개념으로 내 속에 있다는 뜻으로 이해 할 수 있다고 한다.

 

도마복음의 이런 해석이 공관복음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공관복음의 해석이 좀 더 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마복음은 여타 신비주의 전통의 종교와 하나로 연결되고 있으며 결국 단어와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향하는 곳은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속에 있는 하느님, 나의 진정한 나는 바로 하느님이라는 엄청난 진리를 깨우치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떳떳함과 늠름함을 누릴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속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속에도 똑같이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때 자연히 다른 사람들과 동질성을 느끼고 그들을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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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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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 그동안 회의주의자라는 단어에 조금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 접할 때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고 질문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의한다는 것은 이성이 살아있다는 의미이며 과학의 중요한 부분이며 어떤 현상을 바라 볼 때 판단의 핵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사회 현상들과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한 몇 가지 예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 첨단 과학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파헤쳐간다. 저자가 제기하는 물음에 정답은 없겠지만 풍부한 내용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저자의 회의주의적 관점에 많은 공감이 간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연을 기술하는 과학은 시험을 통해 그 작용이 법칙으로 확증되거나 반박된다. 뉴턴 이전에는 중력법칙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중력은 존재했다. 유령은 유령을 믿는 자들이 기술한 것을 벗어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비 과학은 뒷받침하는 증거나 개연성이 없으면서도 과학인양 제시되는 주장을 일컫는다고 한다.

 

  또한 과학이 진보적인 까닭은 과학적 패러다임이 실험, 확증, 반증을 통한 지식의 누적에 의존하기 때문인 반면 사이비 과학, 비과학, 미신, 신화, 종교, 예술이 진보적이지 않은 까닭은 과거를 토대로 지식의 축적을 허용하는 목표나 메카니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90)

 

변성된 의식상태란 무엇인가?

 

  신비적인 경험이나 영성 경험은 환상과 암시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변성된 의식 상태는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지각이 심대하게 변성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초월상태라고도 부른다. 임사체험이나 유체이탈의 경험이 아무리 극적이라고 해도 정상적인 의식 상태일 때와 뇌파 기록이 오직 양적으로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종교, 신비주의, 영성주의, 뉴에이지 운동, ESP와 심령의 힘에 대한 믿음의 배후에서 작용하는 원동력 중에는 세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 지금 여기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관통해 감각 너머의 다른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151)

 

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

 

  그들은 전혀 미친 사람도, 무지한 사람도 아니다. 분별 있고, 이성적이고, 지적인 사람들이었다. 단지 비합리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 경험을 진짜로 겪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납치 현상은 특이하게 변성된 의식상태의 산물이며 외계인과 UFO를 다룬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공상과학 소설로 넘쳐나는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곧 그것은 플러스 되먹임 고리로 들어가 완벽한 외계인 납치 이야기로 전환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납치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은 경험한 직후가 아니라 여러 해가 지난 후 최면 상태에서 기억해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은 항상 왜곡, 삭제, 첨가, 어떤 때는 완전한 허위를 수반하는 작화 현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최면을 걸어 변성 상태에 이르게 한 뒤, 거짓 기억을 심는 일은 무척 쉽다고 한다.

 

마녀 광풍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까닭은?

 

  과학이 미신을 몰아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초상적인 것이나 기타 사이비 과학적인 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제 겉모습을 과학적인 것처럼 꾸미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과학이 바로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꾸민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자기네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199)

 

아틀라스의 저자 아인랜드와 개인숭배

 

  진리의 추구보다 진리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경우, 탐구의 과정보다 탐구가 내놓은 최종 결과들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경우, 지성적 탐구가 개인 숭배의 기초가 되어 버릴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교훈을 던지는 사례였다.(216)

 

  랜드의 객관주의 철학에 나타난 컬트적인 흠은 이성의 사용, 개인성의 강조, 사람은 마땅히 합리적 자기 이익을 동기로 해야 한다는 점, 자본주의가 이상적인 체계라는 확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객관주의의 오류는 바로 이성을 통해 절대적인 지식과 궁극의 진리에 이를 수 있으며, 따라서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지식이 있고, 절대적으로 도덕적이고 비도덕적인 생각과 행동이 있다고 믿는 데에 있다. 만일 당신이 그 원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 추론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당신의 추론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집단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 개혁되지 않는 이단자들을 해결할 최후의 방법은 파문이다.(222)

 

  인간의 행동에도 절대적으로 옳은 행동은 없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소유는 한때 도덕적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비도덕적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 변화가 일어난 까닭은 여성에 대한 소유 의식이 비도덕적임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에게 속박될 때 여성에게 그것을 거부할 권리와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사회가 깨달았기 때문이다.(233)

 

  다른 모든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과학을 구분하는 것은 과학이 내린 모든 결론이 본질적으로 시험적이라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최종적인 정답이란 없다. 과학은 일련의 믿음들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박과 확증에 열려 있는 시험 가능한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탐구 과정이다. 과학에서 지식은 유동적이고, 확실성은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과학을 제약하는 것이며, 또한 과학이 가진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234)

 

진화론과 창조론

 

  기독교는 창조과학을 내세워 미국 학교에서 진화론 대신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하려는 시도를 했다. 과학 공동체는 과학의 정의를 정립하며 창조과학이 과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을 들어 재판에서 이겨 학교에서 과학으로서 진화론을 계속 가르칠 수 있게 하였다.

 

  신화는 과학과는 전연 무관한 인간의 심리적이거나 영적인 본성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신화를 과학으로 바꾸거나, 과학을 신화로 바꾸는 것은 신화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에 대한 모욕이다.(243)

 

  창조과학을 과학으로 가르치게 되면 심각한 피해가 생긴다. 종교와 과학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과학적 패러다임이 무엇이며 어떻게 적절하게 적용될 것인지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조론의 바탕에 깔린 가정들은 진화생물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에 대해 양면 공격을 가하고 있다.(265)

 

모든 가능한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를 과학이 찾아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일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언제까지 버리지 않는다. 그런 희망이 종교, 신화, 미신, 뉴에이지의 믿음이다. 우리는 과학만큼은 그런 소원 성취식 희망을 넘어서있을 거라고 기대한다.(470)

 

  그러나 과학자들 또한 그런 희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의 프리초프 카프라, 어느 물리학자의 신앙의 존 폴킹혼, 영생의 물리학 : 현대 우주론, , 그리고 죽은 자의 부활의 프랭크 티플러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사회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개개인의 마음과 가슴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한다. 몇 가지 동기들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크레도 콘솔란스(내 마음을 달래주기 때문에 믿는다) -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느낌이 좋다, 편안하다,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504)

 

즉석 만족 이상한 것들 중에는 즉석 만족을 주는 것이 많다. 심령술사 전화 상담 서비스가 그 예다. 기존의 심리 치료는 격식을 따지고,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506)

 

단순성 과학적 설명은 십중팔구 복잡하고, 알아들으려면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운명과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미신과 믿음은 삶의 복잡한 미로를 시원하게 관통하는 단순한 길을 제공한다.(508)

 

도덕과 의미 대부분 사람들은 과학이 무한하고, 보살핌이 없고, 무목적적인 우주를 제시하면서 오직 차갑고 잔인한 논리만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이비 과학, 미신, 신화, 마술, 종교는 도덕적 의미에 대해 단순하고 즉각적이고 위안이 되는 규범을 제공한다고 느낀다.(509)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 -

  저자는 앞의 몇 가지 이유를 한데 묶어 인간은 희망을 갖는 종이기 때문에 이상한 것을 믿는다고 결론 내린다. 그래서 때로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붙들려 하거나, 무지를 고집하거나 타인의 삶을 가벼이 생각하거나 미래의 삶에 집착하며 현재의 삶을 놓쳐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한편 저자는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이 측은지심과 더불어 무수히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역사의 진보가 계속 이어져 보다 큰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모든 사람들을 보듬어 갈 것이라는 희망, 사랑과 공감과 아울러 이설과 과학도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511)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에 국민은 분노하지만 그런 비리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뻔뻔함에 더 분노가 일어나다. 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태극기 집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하루 일당이 절실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믿는 바에 따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이상한 것을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정리 하던 도중인 310일 탄핵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국민이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인 이성을 가지고 회의주의자로 거듭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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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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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유난히도 계부모의 자녀 학대 및 살해 사건이 많이 발생했고 기사화된 해였다. 이런 현상을 경제적, 교육적, 문화적 관점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화 심리학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근거를 제공해줄까?

 

  생물학계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에 멘델의 유전이론과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등이 결합되고, 윌슨이 진화론을 인간에 적용하는 등 진화론은 체계를 갖추어나갔다. 그러나 심리학은 프로이드 이후 방향을 틀며 몇 가지 일반 원리로 인간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급진적 행동주의로 나아갔다.

 

  예측과 다르게 새끼 원숭이는 우유(먹이)를 주는 철사로 만들어진 어미보다 포근한 담요를 두른 우유를 주지 않는 어미를 더 좋아한다는 결론을 얻은 실험을 통해 행동주의 심리학은 한계에 부딪쳤다. 그 후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셩격심리학, 임상심리학, 문화심리학 등으로 세분되었다. 그렇게 갈라지고 분리되고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심리학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통합하고 과학화하려는 시도로 진화심리학은 탄생하였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다. 자연선택의 핵심 요소는 변이, 유전, 선택이며 진화는 방향성이나 목적이 없으며 앞을 내다보지도 계획적이지도 않다.

 

  이 책은 인류 역사 속에서 사람의 적응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한 심리적 해결책에 대해 나와 있다. 생존과 성장 문제, 바람직한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유지하는 성과 짝짓기 문제, 부모의 자식에 대한 투자인 양육 문제, 유전적 친척 문제, 협력과 동맹, 공격성과 전쟁, 사회적 지배성 등의 적응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내용이 방대하고 많은 연구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어 진화심리학의 교과서라고 한다.

 

  앞부분에서 제기한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일반적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부모의 보살핌은 부모의 적합도를 증가시키는방향, 즉 투자에 대해 높은 번식의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은 자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부모의 편애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식이 정말로 자신의 자식이 맞는지에 대한 진화적 기제인 유전적 근연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의하면 의붓아버지 중 53%, 의붓어머니 중 25%만이 의붓자식에게 부모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꼈다고 한다. 자녀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과 자원은 계부모가 유전적 부모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가난이나 사회 경제적 지위 같은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한쪽은 유전적 부모이고 한쪽은 계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양쪽 다 유전적인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에 비해 신체적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약 40배 정도 높다고 한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학대 및 살인될 확률은 훨씬 높다고 한다.

 

  그동안 부자연스럽게 나뉘어져 있던 심리학을 통합한 진화 심리학의 과제는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해 우리가 겪게 된 핵심 적응 문제들이 생존이나 번식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확인되지 못한 많은 적응문제들이 있으며 많은 심리적 해결책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따라야 할 것인데 진화심리학은 심리학과 생명과학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서 현 상태에 도달했으며, 사람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마음의 기제들이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푸는데 아주 중요한 도구를 일부 제공한다.(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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