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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 - 꼬마 올리버의 과학 성장기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인 신경정신과 교수 올리버 색스가 쓴 성장기이다. 의사이지만 베스트셀러 책도 여러 권 낸 저자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 성장한 가족 환경과 함께 화학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실험하고 탐구했던 열정과 애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유대인 가정의 교육적 분위기와 왜 유대인이 세계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의사로서 무척 바쁜 부모들이었지만 많은 삼촌과 고모 이모와 더불어 자라며 지적 성장에 도움을 받았다. 늘 책과 음악이 흐르는 집이었으며 개인 실험실을 만들고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었고 모르는 것들은 삼촌을 비롯하여 주위의 누군가에게 도움 받을 수 있었다.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어지간한 사고에도 부모님들은 크게 나무라지 않았고 오히려 어리기는 했지만 스스로 무척 조심하며 실험했다고 한다.
물론 저자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전쟁의 공포와 결핍을 겪었고 피난 가서 다닌 기숙학교에서의 체벌과 불안은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남겼고 친구들과 활달하게 어울리지 못하기도 하였다.
텅스텐 삼촌의 영향으로 시작된 열정, 애정, 호기심으로 금속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며 스스로 질문을 하고 해결하기 위해 책을 찾고 과학박물관을 드나들고 실험을 하며 전자기장, 원소, 원자, 분자, 주기율표, 분광기와 빛, 방사선, 스펙트럼, 원소가 만들어진 출발지인 우주까지 스스로 체화하며 공부해나가는 모습들이 감동적이다. 그리고 화학에 대한 충실한 내용들이 잘 설명되어 있어 기초 화학책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나를 돌아보니, 아니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자라며 질문이 생기거나 관심분야가 생기기도 전에 학습지부터 주며 숫자와 알파벳과 한글을 가르친다. 스스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의 것을 탐구하기 위한 체험이 아니라 누군가 짜놓은 획일적인 활동을 체험 활동이라 부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자의 부모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그들이 의사여서가 아니라 아버지는 저녁마다 서재에서 무척 즐겁게 책을 읽는다던지 어머니는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고 기계적 구조를 좋아해 집안의 물건을 고친다거나, 두 분이 함께 환자의 치료 등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한다든지 자신들의 색깔 있는 삶을 살았다는 점이었다. 아이의 잘못에 대해 벌은 주지만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지 않은 모습 또한 크게 다가 왔다.
반면 생각해보면 거의 TV앞에만 앉아있거나 게임을 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라는 우리나라의 자식들은 부모가 무슨 일을 하며 좋아했었다고 회상할 특별한 일이 없을 것 같다. 또한 부모의 이러 저러한 모습을 보고 배웠다고 할 만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탐구하는 저자의 어릴 적 모습과 가족과 친척들의 도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학 특히 화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 부모로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신의 빛깔대로 성장하고 각각의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
이 책은 <엉클 텅스텐>과 동일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