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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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주의자들'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내 안에서는 미묘한 진동이 일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밀함'을 추구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릴 적 내가 빡빡한 성격이었는지 완벽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곤 했었다.


  그래서 완벽주의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졌고 나는 매사 완벽하지 않기 위해,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기 위해 애를 써왔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문화와 정서에서는 완벽함은 미덕이 아니었다.


  감성적 성향이 풍부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 책에 매력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인류 최초의 정밀한 기계라고 할 수 있는 안티키메라, 시계, 부품화된 총의 주조, 엔진과 제트 엔진, 계측을 위한 기구들, 자동차와 비행기, 우주 망원경,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 등, 허용오차 "0"을 향해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있다.


  과학이나 공학적 지식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밀성'이라는 큰 흐름을 따라가며 읽으면 누구라도 충분히 책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기계류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된다.


  '정밀성'이 제일 먼저 추구되었던 분야는 시계였다. 정밀한 시계를 먼저 만들었던 영국은 한 세기 이상 바다의 통치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당시의 '정밀성'은 장인의 기술과 인내심에 의존한 손끝 감각에서 나왔다.


  '정밀성'이 다수를 위한 물건을 만드는데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영향력은 커지기 시작했고, 필요성은 '정밀성'을 이끌었고 편리성과 이익은 '정밀성'을 더 고도화시켰다.


  산업 혁명을 이끌었던 와트의 증기기관도 총기나 대포를 만들었던 윌킨슨의 정밀한 신기술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정밀한 기계가 생산될수록 허용 오차는 점점 줄어들었고 노동자와 기술자들의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의 정밀성은 인간의 손끝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밀함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1800년대 전장에서 이용되었던 총은 기술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총이 망가지면 수리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부품들을 동일하게 제작할 수 있다면 총이 고장 나도 쉽게 수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됨에 따라 정밀하고 똑같은 부품을 제작하여 총을 조립하게 되었다. 덕분에 군인들은 부품을 갈아끼우기만 하면 고장 났던 총도 쉽게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서로 똑같이 고도의 완벽한 '정밀성'을 추구했지만 정반대의 방법을 구사했던 헨리 로이스와 헨리 포드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름도 똑같이 헨리이다.


  헨리 로이스는 만들기 어렵고 비싸더라도, 훌륭한 자동차의 가치를 알아보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최고급 자동차를 만들려고 했고, 반면 헨리 포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소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자 했다.


  헨리 로이스는 최고의 기술자를 모았고 정성을 들여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자동차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장인의 손에서 정밀성으로 완성된 자동차는 완벽했고 돈이 많은 귀족들은 자동차에 열광했다.


  헨리 포드는 동네 도축장에서 도축된 돼지가 말끔히 해체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은 일명 '생산 라인'에서 정밀하게 제작된 부품을 단계별로 조립하며 대량으로 자동차를 생산했다.


  마케팅의 천재 롤스와 손잡은 로이스의 자동차는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으로 성공했고 자동차의 절정, 최고 자리를 잡으며 자동차계의 신화가 되었다.


  포드는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많은 기술자나 장인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립라인에서 단순히 부품을 끼울 노동자들만 있으면 생산이 가능했고 자동차의 가격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자동차는 중산층에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로이스는 부자가 되었지만 포드는 갑부가 되었다. 이제 조립 라인이라는 방식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계로 영향을 미치며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확장되었다.


  제트 엔진까지 발명하게 된 인류는 하늘을 날고 우주로 향하기 시작했다. 허용오차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점점 더 줄어들고 기계화와 자동화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정밀한 기계의 도입은 산업 현장에서 불필요한 인력의 해고로 이어졌고, 오늘날 현대 기술의 분야에서 노동자들이 할 일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고 있다.


  현대의 정밀한 기기들이 요구하는 허용 오차는 기본적으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수는 허블 우주 망원경 제작에서 일어났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계측 막대의 작은 오류가 있었다. 미미한 실수였지만 1990년 우주에서 보내온 이미지들은 쓸모가 없었고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 후 우주로 직접 가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했고 사용 연한을 넘긴 오늘날까지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역할을 잘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GPS,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도 고도 의 '정밀성'을 추구한 결과물이다.


  현재의 기술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장의 증거가 되는 중력파를 발견할 정도의 정밀성에 이르렀다. 1991년 중력파 관측소, 즉 라이고가 탄생했고 2016년 역사상 가장 정밀한 계측 장비를 이용하여 중력파를 발견했다.


  또한 광자의 직경의 1만 분의 1까지 측량할 수 있으며 지구에서 4.3광년 떨어져 있는 켄타우루스자리의 알파성 사이의 거리를 사람 머리카락 두께 이하의 오차로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정밀성이다.


  인류는 '정밀성'의 극한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양자의 단계를 넘어서는 '정밀성'은 양자적 특징으로 인하여 오히려 '모호성'이 된다고 한다.


  저자의 아내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일본 이야기가 나오는데, 쓰나미가 덮쳐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무너지고 녹이 슨 채로 남겨졌을 때 대나무밭은 멀쩡했다고 한다. 정밀성은 영원하지 않지만 정밀하지 않고 불완전한 대나무는 살아남았다.


  오늘날 인류는 고도의 정밀성에 집착하고 있지만 자연의 질서 역시 똑같이 중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인류가 고도의 정밀한 문명을 이루었어도 자연과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면 자연이 세상을 장악해서 인간이 만든 모든 '정밀성'의 발명품을 휘감아 버릴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는 무너졌고 소위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방역은 현재까지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추구했던 정밀성은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인류는 다시 한번 완벽한 '정밀성'에 도전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난 후, 지구상의 우리는 인간의 '정밀성' 추구와 자연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살아나가야 할지, 삶의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공계로 진로를 정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정밀하지 않은 자연 앞에서는 모든 것이 비틀대고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정밀하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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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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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때 이 책을 읽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과 자꾸 겹쳐서 책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상류 계급이 아니었던 저자가 계급이 존재하는 영국이 싫어서 능력 본위의 나라라고 여겼던 미국으로 귀화한 후 쓴 것이다. 미국에서 중상류층으로 살면서 본 미국은 영국보다 더 계급적이고 특히 중상류층은 확고히 고정되어 있어 계층 간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며 사회에 불평등이 만연되어 있다고 쓰고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흔히 상위 1퍼센트 부자와 연대감으로 묶인 나머지 99퍼센트 사람들을 대별했다. 그러나 저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중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상위 20퍼센트와 나머지 80퍼센트 사람들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더 큰 간격이 존재한다고 한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간결하다. 상위 20퍼센트에 속하는 중상류층들은 대중과 확연히 구분되며, 불평등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고 세대를 거쳐 전승된다고 한다. 중상류층은 공정하지 못한 '기회의 사재기'로 불평등을 조장하였고 자신들이 특권을 누려왔음을 인정해야 하고, 그런 불평등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독자를 향해 우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중상류층이 아닌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며 어색했지만 그래도 읽고 나니 요즘 한바탕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조국 사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우리라는 표현을 통해 상위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을 설득하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도 다가왔다.

미국은 겉으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 교육, 부, 직업 등에서 불평등 요인들이 서로 단단히 결합해 있으며 하나만으로도 누가 어느 계급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급 격차가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중상류층의 계급적 지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또 다른 어느 나라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세습되고 있다고 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면은 부모 잘못 만나는 것을 '가장 큰 시장 실패'라고 불렀다.

미국 중상류층의 인생은 썩 괜찮다. 불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쉽게 회복되었고 이제는 풍요로운 경제 트랙에 다시 올라탔다고 한다. 경제를 넘어 교육 수준, 직장에서의 통제력, 동네의 질, 자신 있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 건강, 식생활, 수명, 가족의 안정까지 포함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자녀 양육의 차이라고 한다.

초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벌어지는 격차는 빈곤층의 격차 문제라기보다는 중상류층과 나머지의 격차라고 한다. 좋은 대학에 간 학생 중 절반가량은 중상류층 출신이고 더 좋은 학교일수록 중상류층 출신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중상류층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매우 다르게 자라며 불평등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되고 강화되고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고착된다고 한다.

세대 간 소득 수준의 연계성 조사를 보면 아래쪽보다 위쪽에서 더 경직성이 강하다고 한다.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가난하게 될 정도보다 부유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부유하게 될 정도가 더 크다고 한다. 고소득은 가난의 대물림보다 더 경직되어 대물림된다.

부모의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 두 가지는 모두 자녀가 커서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을 갖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부유한 집안의 자녀와 손주는 대대로 계속 부유할 테지만 직접적인 상속보다는 교육을 통해서, 즉 유산보다는 학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저자는 아주 독특한 주장을 하는데 계층의 하향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자녀가 하향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중상류층의 지위를 가질 것이라는 확신을 덜 할수록 재분배 정책을 더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한다.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 그런데 불평등이 심화되어 있는 현실은 중상류층에서 떨어지는 순간 모든 행복과 삶의 안정성이 함께 깊이 추락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상위 20 퍼센트의 중상류층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자녀도 중상류층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한다.

장래 자녀에게 높은 칸의 사다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기회 사재기'를 포함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즉 경쟁의 판을 조작해서 자녀의 하향 이동을 막는다. 그 결과 중상류층의 아이들은 노동 시장에 진입할 무렵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능력을 갖추고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한다.

유리한 위치에 선 승리자들은 그 결과를 발생시킨 모든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확신하기 쉽다. 패배자들에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부자인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는 착각에 빠진다고 한다.

4년제 대학은 별로 똑똑하지 않게 태어난 부유층 아이들에게 유용한 제도로 하향 이동을 막아주는 가장 좋은 방어선이라고 한다. 불법이 아닌 한 부모가 자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기 아이에게만 불공정한 이득을 주기 위해 다른 아이들의 기회를 제약하는 관행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대학 신입생 선발 과정도 경제력, 연줄,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이 유리하도록 기울어져 있고 장학금 제도도 중상류층의 자녀들이 더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노동 시장으로 넘어가는데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턴 제도 또한 중상류층 자녀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그들끼리의 알음알음으로 인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이번 조국 사태를 겪으며 드러난 우리나라 중상류층의 모습과 같아서 조금 놀라웠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 기득권과 권력층에 포진해서인지 점점 미국을 따라가며 불평등하게 되어버린 대학 입시 제도뿐만 아니라 장학금 제도 또한 왜곡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새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계급 사회가 되었고 대물림까지 하고 있었다.

저자는 현재의 불평등한 미국 사회의 변화를 위한 제안을 하고 있다. 중류층이나 하류층 중에 많은 계획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 줄이기, 가정 방문 교육 프로그램을 늘려 육아의 질을 높이기, 더 훌륭한 교사들이 하류층 지역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대학 학자금 조달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기, 베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를 없애 중상류층이 좋은 학교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대입에서 동문 자녀 우대 없애기, 인턴 기회 개방하기 등이다.

위에서 말한 저자의 제안이 우리나라에서도 유용해 보이지만, 중상류층 자신들이 불평등하게 기회를 사재기하며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는 자각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정해야만 운동장을 바로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득권 층은 불공정한 기회 사재기와 불평등한 여러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음을 인정할까? 현실을 지켜보면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쓴 글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이번 조국 사태는 정치권에서 진영 싸움처럼 끌고 가지만 실은 기득권 싸움이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계속 누리려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인다고 했던 글이 생각난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하여 중산층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중상류층은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지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우리는 이기적이 되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조세 혜택을 당연한 특권인 듯이 받아들이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기회를 차단하는 식으로 이기적이다.

우리나라의 기득권층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희망이 있을 것 같다. 새삼스레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어 보인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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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를 찾아서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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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미국, 일본, 서유럽 위주의 책들을 주로 읽었었는데 노르웨이 작가의 책을 대하고 보니 좀 더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름이나 인용하는 지명 글의 내용 등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1장 바다의 괴물 - 해마의 발견
2장 해마를 찾아 2월에 잠수하기 - 기억은 뇌 어디에 있을까?
3장 스카이다이버가 마지막에 하는 생각 - 우리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과 트라우마에 대하여
4장 박새를 밀친 뻐꾸기 새끼 - 허위 기억은 어떻게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는가?
5장  대규모 택시 실험과 아주 특별한 체스 게임 - 기억은 얼마만큼 좋아질 수 있을까?
6장 코끼리 무덤 - 망각에 대한 진실
7장 스발바르 제도의 씨앗들 - 기억의 일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신경과학자이며 기억 연구 전문가인 윌바 외스트뷔와 노르웨이 개념사 연구가이자 작가인 힐데 외스트뷔, 두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인데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독특한 전개를 하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해서 3장까지는 몰입이 잘되지 않았다. 너무 다양한 예를 끌어들이고 빙빙 돌며 서술하는 방식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지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4장부터는 군더더기 없는 글과 다양한 사례들도 함께 나와 있어 단숨에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해마가 기억에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최근(1950년 대 이후)에 알려진 사실이라고 한다. 뇌전증을 앓던 헨리 몰레이슨의 담당 의사는 치료의 일환으로 양쪽의 해마를 떼어내는 수술을 실행했다. 그 후 헨리는 수술 3년 전의 일부터 기억을 못 하게 되었고 수술 후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뇌 연구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요즘과는 달리 많은 과목과 내용을 배우고 주입식 암기 교육이 공공연하게 시행되었던 중 고등학교 시절, 나는  암기를 잘 못해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 중에는 다양한 기억법으로 첫 글자를 딴다던가 이야기를 만든다던가 하는 비법? 을 쓰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것 자체가 더 어렵게 느껴졌었다. 차라리 그냥 외우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기억하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영국의 복잡한 길의 지도를 암기해야만 하는 영국의 택시 기사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크지만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 도로를 익히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해마의 모양이 미세하지만 변형이 일어난다고 한다. 아마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암기로 밤을 지새우던 학생들의 해마를 관찰했다면 분명 변형이 일어나 있었을 거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부정적 감정들이 해마의 기억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의 트라우마 기억은 일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르며, 트라우마의 기억이 기억 공간을 다 차지하기 때문에 일상생활도 하기 힘든 거라고 한다. 두려운 기억을 회피하고자 할수록 학습이 일어나 회피하고자 하는 기억은 점점 더 강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광주 학살, 삼풍 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세월호 사건, 그리고 얼마 전 헝가리 유람선의 전복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PTSD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노르웨이에서도 2011년 우퇴위아에서의 학살로 많은 청년들이 죽음을 당해 생존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외적인 세부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고 내적인 생각이나 해석은 더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계속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은 기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후에 트라우마 기억에 덜 시달리지만 주위의 세부에 온통 마음을 쓰는 사람들은 후에 트라우마 기억에 더 많이 시달린다고 한다. 세월호에서 잠수사들이 PTSD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는 일반인의 상식적 정서와 동떨어진 판사의 형량 판결에 가슴을 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증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도 강요된 자백으로 판결을 내렸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DNA 조사 결과(무죄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함.)로 다시 풀려나게 되었는데 사건의 4분의 3에서는 증인이 틀린 사람을 지목하여 그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었다고 한다. 

   악의적인 증인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기억력은 원래 생물적이고 유기적이며 이미지를 살아나게 하도록 작동한다고 한다. 새로운 요소들이 들어오면 원래의 기억과 하나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엮어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억은 구성적이며 기억 안에는 언제나 오류와 결함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 중 많은 부분은 재구성된 허위 기억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던 판사들이 최근에는 피해자의 중언만을 가지고 판결을 한다고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 피해자의 증언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 책에 의하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들의 경우 상당수는 실제로는 당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어릴 때 당한 폭행을 성인이 되어서 깨닫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상상에 의한 재구성된 기억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판사들은 판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성인기 내내 대뇌 피질은 해마다 아주 조금씩 줄어들지만, 노년기가 되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흰색 물질도 점점 사라지고, 이와 함께 뇌 안의 빈 공간은 더 커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이 전부다. 학습이 좀 느려지고 이름이 생각 안 나는 등의 흔한 형태의 망각은 우리를 점점 더 자주 괴롭힌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져도 그때까지 평생 모은 지혜는 앗아가지 못한다. 모든 지식과 인생 경험들은, 비록 이들이 자리 잡는 데 점차로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커다란 지식 저장고가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몰락이 아니라 변화다. 
  
  할머니는 늘 당신의 어릴 적 같은 이야기만 하셨다. 엄마도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당신들과 같은 모습을 향해 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 해마가 가장 먼저 손상되고 새로운 기억으로 저장이 힘들어 어린 시절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만 지난주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기억 중 어느 것이 사실이고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누구인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망각은 우리가 함께 끼고 살아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실재이며, 기억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잊게 되지만 가장 기억하고 싶은 중요한 일들을 우리 기억 속에 남도록 조각하는 것 또한 망각의 일이다. 

  기억을 이야기하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기억 체계에 포함된 이유는 진화적 이점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미래를 보기 시작하면서 기억이 생겨났고 과거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스발바르의 씨앗 저장고는 막연한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이제는 기억의 일부로 여겨야 한다고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꿈을 꾸는 존재이고 꿈의 뿌리는 기억이며 기억은 환상의 재료라고 한다. 상상하던 것이 현실로 되고 있음을 목격하는 만큼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깨끗한 지구 환경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아름다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은 대뇌 피질 여러 곳에 저장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경험들을 저장하고 온전한 기억으로 종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우리 자신을 한 인간으로 만드는 모든 경험과 장소와 감정을 연결하는 곳은 바로 해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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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로 세상을 읽다 - 우주, 지구, 인체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
요시다 다카요시 지음, 박현미 옮김 / 해나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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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원소 주기율표는 암기해야 할 지루한 학습 내용물 중 하나일 것 같다. 나 역시 그랬고 이 책의 저자에게도 그랬다고 한다. 이 책은 작년에 읽으며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주기율의 깊은 의미를 대략적으로라도 살펴본다면 주기율표가 너무도 체계적이어서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도쿄대학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를 졸업하고 NHK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기타사토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해서 의사면허를 땄다. 그리고 의사로서 활동하면서 저술을 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배운 주기율표가 삶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주기율표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주기율표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원소가 가지는 주기에 따라 표를 만들었기 때문에 주기율표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기율표는 원소가 자아내는 주기의 아름답고 조화된 세계를 풍성하게 표현해낸다.

 

 칼륨은 신경과 근육의 세포를 움직이는데 필수적인 원소라서 인체는 칼륨을 적극적으로 칼륨을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세슘이 있으면 세슘을 칼륨이라고 착각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방사성 세슘은 위암, 폐암, 대장암, 백혈병 등 온갖 악성 종양의 원인이 된다. 왜냐면 이 둘이 알칼리 족으로 원자가 전자가 1개이기 때문이다.

 

 

화학반응을 반복하는 신체

 

 인체는 수소, 산소, 탄소, 질소로 이루어진 정밀 장치이다. 인체에서의 함유량이 적은 원소일수록 주기율표의 아래쪽에 위치한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는 지구가 탄생하기 이전에 우주에서 탄생한 것이다.

헬륨 세 개가 결합하여 탄소가 생성되고 이 풍부한 탄소를 구성 원소로 탄생한 것이 지구상의 생명들이다.

 

 우주에 조금밖에 있지 않은 금속은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생명은 38억년의 역사 속에서 주위의 환경에 있는 원소를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을지 궁리하며 진화해왔다. 철 마그네슘, 아연도 주위에 풍부하게 존재했기에 생명은 그 원소들을 다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

 

 동물의 특성을 결정짓는 것은 근육과 신경이다. 얼핏 보면 다른 것처럼 보이는 신경과 근육은 기본적으로 구조가 거의 비슷해서, 나트륨과 칼륨이 기능을 담당한다. 나트륨과 칼륨의 전자 궤도의 배치가 많이 닮았고 성질도 상당히 비슷하다. 이것을 표현 한 것도 주기율표이다.

 

 우리의 선조가 아직 물고기 상태였던 바닷속에는 천지가 온통 나트륨 천지였다. 그런데 육지로 진출하자 나트륨 부족 환경에 직면하고 뇌 속에 나트륨을 받아들이고 싶어 못 참겠다는 특별한 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를 식염욕구라고 한다.

 

희토류는 삐져나온 게 아니다.

 

 지구 표면에 소량밖에 존재하지 않는, 간단히 채취할 수 없기 때문에 희소의 가치를 지니는 금속을 통칭하여 희유금속이라고 하고, 희유금속 중 3족의 6주기까지의 원소를 희토류라고 한다. 희토류는 희유 금속의 일부이다.

 

아름다운 희유기체

 

 18족 원소는 모두 가스, 기체이다. 대부분 기체는 원자 두 개가 결합하여 존재하지만 희유기체는 원자 한 개가 단독으로 기체가 된다. 그래서 희유기체는 다른 원자와 반응하지 않는다.

 

독성을 지닌 원소들

 

 주기율표에서 인체가 자주 사용하는 원소의 바로 아래에 있는 원소는 독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전이 원소로 가로 방향으로 원소의 성질이 거의 같다. 건강에 유익한지에 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카드뮴과 수은은 화학적인 성질이 아연과 닮았기 때문에 아연을 흡수하는 경로를 따라서 인체에 흡수하게 된다. 아연은 100종류가 넘는 효소가 활성화 되도록 하고 정자의 세포 분열도 아연에 의해 활성화된 효소가 필요하다.

 

 이타이이타이병의 카드뮴이나 미나마타병을 일으키는 수은은 아연과 12족 원소들이다. 아연이 몸에 부족하면 수은이나 카드뮴이 체내로 들어오기 쉬운데 그렇다고 아연을 과잉 섭취하면 좋은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줄어들게 된다.

 

 전형원소는 족(세로 방향)별로 원소를 살펴봐야 하지만 전이원소는 주기별(가로 방향)로 원소를 살펴봐야 한다.

 

 

 인류가 언제까지 번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팽창하는 50억년 후에는 지구상의 생명은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우주가 존재하는 한 원소는 계속 원소로 존재한다.

주기율표의 본질은 과학이 도달한 만다라다.”

이것이 저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주기율표를 바라보면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생생한 형태로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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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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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그러면 실재는 무엇일까?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 실재를 찾아, 그리스의 밀레토스 학파에서 이어온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으로부터 출발한다.

 

 

 '세계를 이루는 무한히 많은 물질들도 오로지 원자의 조합에서 파생된 것이다. 원자들이 응집할 때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원자의 모양과 배열 그리고 그것들이 조합되는 순서입니다.'

 

 '원자들의 끝없는 춤에는 완결도 목적도 없습니다. 자연계의 다른 모든 것들처럼 우리도 이 무한한 춤의 수많은 산물 중 하나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하학,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페러데이와 맥스웰을 거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을 연구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발자취는 이 세상의 실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어떤 중간 지대’, 어떤 연장된 현재가 존재합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대죠. 이것이 특수 상대성이론이 발견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절대적 동시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해했던 것입니다. 우주에는 지금존재하는 사건들의 집합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죠.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은 하나의 현재가 다른 현재를 뒤따르는 지금들의 연속으로 기술될 수 없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뉴턴 물리학도 따라 가기 벅찼던 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이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그것을 뛰어넘는 이론을 제시하며 새롭게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는 장과 입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유형의 대상으로 이루어 져 있다. 바로 양자장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 속을 움직이는 입자는 더 이상 없습니다. 시공 속에서 기본 사건들이 일어나는 양자장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 세계는 이상하지만 단순합니다.'

 

 

 '양자 역학은 세계를 이런저런 상태를 가지는 사물로 생각하지 말고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칩니다. 과정은 하나의 상호작용에서 또 다른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경과입니다. ‘사물의 속성은 오직 상호작용의 순간에만, 죽 과정의 가장자리에서만 입자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것도 오직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속성들은 단 하나로 예측할 수 없으며, 오직 확률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시 세계는 양자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고 거시 세계는 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둘을 아울러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자들 사이에 합의 된 무엇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그 둘을 포괄 할 수 있는 이론으로 양자 중력을 제안한다.

 

 

 '우리는 일반상대성 이론 덕분에 공간이 단단하고 고정된 상자 같은 것이 아니라 전자기장처럼 역동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들어 있는 우주는 움직이는 거대한 연체동물과도 같아서 눌려지고 비틀리고 합니다. 양자역학은 그러한 모든 장이 양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즉 섬세한 입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공간은 중력장이므로 중력장의 양자가 공간의 양자’, 즉 공간의 입자적 구성 성분인 것입니다. 따라서 루프이론의 핵심 예측은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것, 무한히 나눌 수 없다는 것, ‘공간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제논의 역설, 거북이와 아킬레우스와 경주를 한다. 거북이가 10미터 앞에서 출발한다면 논리적으로 아킬레스가 절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아킬레스가 10미터를 따라가는 시간 동안 거북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기 때문에 결코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 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틀렸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떤 것을 무한한 수로 모으면 무한이 된다는 생각이 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간이 유한한 크기의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기에 무한히 작은 걸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킬레우스는 거북이에게 점점 다가가서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의 양자도약만 하면 거북이를 따라잡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측하는 바로는 떨어지는 물질이 중심에 접근해가면서 이 반발력에 의해 점점 느려져, 아직 높은 밀도이기는 해도 무한한 밀도에 다다르지는 않게 됩니다. 응축되기는 하지만 무한히 작은 점으로 붕괴되지는 않는 것이죠.'



 '공간을 불변하는 용기로 생각하는 것을 버린다면, 시간을 실재가 펼쳐지는 불변하는 흐름으로 생각하는 것도 버려야 합니다. 현상들이 발생하는 흐르고 있는 연속적인 시간이라는 생각도 사라지는 것이죠.'

 

 

 과거에 과학책은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지식 책이라 분류되었다면 요즘은 그 패턴이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과학적 이론의 의미를 찾고 상호 연결성, 관계성을 이야기 하는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고 이 책도 그런 흐름의 책이라고 보인다. 지식이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과의 연결성, 지식끼리의 통합이 이 시대 과학의 나아갈 방향이고 그것이 이 세상의 실재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의 본질은 신체의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그가 속한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 상호작용의 연결망에 의해서 주어집니다. 우리는 상호적 정보의 풍부한 연결망 속의 복잡한 매듭입니다.'

 

 

 '양자중력이 드러내 보여주는 세계는 새롭게 기묘하고 신비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단순하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정합적인 세계입니다. 그것은 공간 속에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 속에서 펼쳐지지 않는 세계입니다. 상호작용하는 양자장들로만 이루어진 세계, 그 장들이 무리를 지어 상호작용하는 조밀한 연결망을 통해 공간, 시간, 입자, 파동, 빛을 만들어내는 그런 세계입니다.'

 

 '무한이 없는 세계, 최소 크기가 존재해서 그 이하로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한하게 작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공간의 양자가 시공 거품과 섞이고, 세계의 영역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엮어내는 상호적인 정보로부터 사물의 구조가 태어납니다.'

 

 카를로 로벨리는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저자의 양자중력에 관한 이론들이 모든 물리학자들이 동의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확실한 사실들에 관한 책도 아니며 미지를 향해 나아가는 모험에 관한 책이라고 했다.

 

 중력은 장이고 빛을 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애쓰고, 시공간의 사라짐의 의미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매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을 과거의 사람들을 본다.

 

 사실, 책을 덮고 나서도 근본적인 나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세상의 존재 의미, 우리가 사는 지구의 존재 의미, 그리고 많은 생명체와 인간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양자중력까지 이해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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