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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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 에릭 캔델은 유대인으로 빈에서 태어났으나 나치가 빈을 점령한 이후 홀로코스트를 피해 부모님과 미국으로 망명하여 어린 시절을 거쳐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그러나 빈에서의 기억이 평생 삶의 기본 바탕이 됨을 스스로 느끼며 인간 정신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의사가 되려했었고다시 세포부터 연구하고 실험하며 기억을 근원을 밝혀가는 과학자가 되었다시대의 학문적 흐름을 따라가며 뇌와 기억에 대해 연구하여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며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나는 역사가가 되려고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고 정신분석가가 되려고 그곳을 떠났으나결국 역사학과 정신분석학을 다 버리고서정신에 대한 참된 이해에 이르는 길은 뇌의 세포적 경로들을 거쳐야 한다는 나의 직관을 쫒았다나의 직감나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그리고 당시에는 까마득히 멀게 들렸던 주위의 경고가 나를 이 삶으로 이끌었고나는 이 삶을 한없이 만끽했다.’(473
  
 
  이 책은 노벨상 수상 기념으로 쓴 자서전인데 세 가지 측면으로 바라보며 읽을 수 있다먼저에릭 캔텔의 연구과정에 대해그리고 수 십 년간 뇌와 기억 그리고 정신의학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정리마지막으로 에릭 캔델 개인의 가족사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 가는 과정이다그래서 에릭 캔델의 개인적 이야기뿐만 아니라 생물학과 정신의학이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기까지의 여러 학자들의 주장과 현대 정신의학에 이르기까지의 바탕이 되었던 연구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유기체의 환경과 학습은 기존 경로들의 효율성을 변화시키고 따라서 새로운 행동 패턴을 표출시킨다우리들이 군소에서 발견한 것들이 이 견해를 뒷받침했다가장 단순한 형태의 학습에서학습은 미리 준비된 풍부한 연결들 중에서 몇몇을 선택적으로 강화한다.’ (229)
  
우리는 뇌 속 시냅스의 개수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그 개수는 학습에 의해 바뀐다더 나아가 장기기억은 해부학적 변화가 유지되는 만큼 지속된다. (중략단기기억 변화와 장기기억 변화의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단기기억은 시냅스 기능의 변화를 일으켜 기존 연결들을 강화하거나 약화한다반면에 장기기억은 해부학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243)
  
인간의 뇌에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단백질은 놀라울 정도로 극소수이고인간의 뇌에만 고유한 신호 전달 시스템은 전혀 없다생각과 기억의 기반을 이루는 생명까지 포함해서 모든 생명은 똑같은 구성 요소로 되어있다.’ (266)
  
장기기억 형성을 위해 유전자가 켜져야 한다는 사실은 유전자가 단순히 행동의 결정자인 것이 아니라 학습과 같은 환경적 자극에 반응하기도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새 시냅스 말단들의 성장과 유지는 기억이 영속하게 한다그러니까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그것은 당신의 뇌가 약간 달라졌기 때문이다새 시냅스 연결들을 성장시키는 능력은 진화 과정 내내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예컨대 더 단순한 동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에서 신체 표면 감각의 피질 지도는 감각 경로들에서 온 입력의 변화에 반응하여 끊임없이 교정된다.‘ (308)
  
생명공학 회사들의 등장은 기억상실의 고통이 경감되리라는 희망을 품게 했고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직업이라는 진로를 열어주었지만다른 한편으로 인지 향상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을 야기했다정상적인 사람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가?’ (368)
  
학습된 공포와 선천적 공포가 근본적으로 구별된다세포학과 유전학을 결합한 접근법으로 우리는 학습된 공포를 제어하는 중요한 신경 회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이 발견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공포증 등에 수반된 학습된 공포를 억제하는 약물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384)

어떻게 특정 뉴런들의 점화가 의식적 지각의 주관적 요소로 이어지는 지에 대하여 우리는 가장 단순한 사례에 대해서조차 아직 아는 바가 없다심지어 어떻게 뇌 속 전기신호와 같은 객관적 현상이 고통과 같은 주관적 경험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적절한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네이글에 따르면 과학은 방법론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주관적 경험의 원리들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론적 변화가 없는 한 의식을 감당할 수 없다.’ (417)
  

‘1980년대 이후 정신과 뇌를 결합하는 방식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그 결과 장신의학은 새 역할을 받아들였다정신의학은 현대 생물학 사상의 자극제인 동시에 수혜자가 되었다현재 우리는 각각의 모든 정신 상태는 뇌 상태이며각각의 모든 정신장애는 뇌 기능 장애라고 이해한다.’ (464)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우리가 있고자 하는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문턱을 넘으려면 뇌를 연구하는 방식과 관련한 커다란 개념적 전환들이 일어나야 한다.’ (466)
   
  복잡한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에서부터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은 일반 사람들도 뇌 과학과 정신의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주변에는 집중력항우울증항공항장애 등 정신관련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정신적 과정은 생물학적인 문제인 동시에 화학적 문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생명공학 관련 기업들이 탄생하였고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면서 정신관련 치료제의 사용이 증가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저자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아직까지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비롯하여 정신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못한 상태다그리고 현재까지의 방법과는 다른 획기적이고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해야만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말에 공감한다.
  
  또한 뿌리와 정체성을 유지해가기 위해 노력하는 유대인들의 모습과 과학자인 에릭 캔델도 자신이 타고난 핏줄과 역사에 대해 함께 하며 고민하고 유대인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을 보며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의 정치사회철학문화와 학문의 깊이가 깊어지고그것을 후손들에게 면면히 전달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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