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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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 그동안 회의주의자라는 단어에 조금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 접할 때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고 질문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의한다는 것은 이성이 살아있다는 의미이며 과학의 중요한 부분이며 어떤 현상을 바라 볼 때 판단의 핵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사회 현상들과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한 몇 가지 예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 첨단 과학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파헤쳐간다. 저자가 제기하는 물음에 정답은 없겠지만 풍부한 내용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저자의 회의주의적 관점에 많은 공감이 간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연을 기술하는 과학은 시험을 통해 그 작용이 법칙으로 확증되거나 반박된다. 뉴턴 이전에는 중력법칙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중력은 존재했다. 유령은 유령을 믿는 자들이 기술한 것을 벗어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비 과학은 뒷받침하는 증거나 개연성이 없으면서도 과학인양 제시되는 주장을 일컫는다고 한다.

 

  또한 과학이 진보적인 까닭은 과학적 패러다임이 실험, 확증, 반증을 통한 지식의 누적에 의존하기 때문인 반면 사이비 과학, 비과학, 미신, 신화, 종교, 예술이 진보적이지 않은 까닭은 과거를 토대로 지식의 축적을 허용하는 목표나 메카니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90)

 

변성된 의식상태란 무엇인가?

 

  신비적인 경험이나 영성 경험은 환상과 암시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변성된 의식 상태는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지각이 심대하게 변성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초월상태라고도 부른다. 임사체험이나 유체이탈의 경험이 아무리 극적이라고 해도 정상적인 의식 상태일 때와 뇌파 기록이 오직 양적으로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종교, 신비주의, 영성주의, 뉴에이지 운동, ESP와 심령의 힘에 대한 믿음의 배후에서 작용하는 원동력 중에는 세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 지금 여기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관통해 감각 너머의 다른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151)

 

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

 

  그들은 전혀 미친 사람도, 무지한 사람도 아니다. 분별 있고, 이성적이고, 지적인 사람들이었다. 단지 비합리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 경험을 진짜로 겪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납치 현상은 특이하게 변성된 의식상태의 산물이며 외계인과 UFO를 다룬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공상과학 소설로 넘쳐나는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곧 그것은 플러스 되먹임 고리로 들어가 완벽한 외계인 납치 이야기로 전환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납치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은 경험한 직후가 아니라 여러 해가 지난 후 최면 상태에서 기억해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은 항상 왜곡, 삭제, 첨가, 어떤 때는 완전한 허위를 수반하는 작화 현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최면을 걸어 변성 상태에 이르게 한 뒤, 거짓 기억을 심는 일은 무척 쉽다고 한다.

 

마녀 광풍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까닭은?

 

  과학이 미신을 몰아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초상적인 것이나 기타 사이비 과학적인 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제 겉모습을 과학적인 것처럼 꾸미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과학이 바로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꾸민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자기네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199)

 

아틀라스의 저자 아인랜드와 개인숭배

 

  진리의 추구보다 진리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경우, 탐구의 과정보다 탐구가 내놓은 최종 결과들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경우, 지성적 탐구가 개인 숭배의 기초가 되어 버릴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교훈을 던지는 사례였다.(216)

 

  랜드의 객관주의 철학에 나타난 컬트적인 흠은 이성의 사용, 개인성의 강조, 사람은 마땅히 합리적 자기 이익을 동기로 해야 한다는 점, 자본주의가 이상적인 체계라는 확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객관주의의 오류는 바로 이성을 통해 절대적인 지식과 궁극의 진리에 이를 수 있으며, 따라서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지식이 있고, 절대적으로 도덕적이고 비도덕적인 생각과 행동이 있다고 믿는 데에 있다. 만일 당신이 그 원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 추론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당신의 추론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집단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 개혁되지 않는 이단자들을 해결할 최후의 방법은 파문이다.(222)

 

  인간의 행동에도 절대적으로 옳은 행동은 없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소유는 한때 도덕적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비도덕적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 변화가 일어난 까닭은 여성에 대한 소유 의식이 비도덕적임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에게 속박될 때 여성에게 그것을 거부할 권리와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사회가 깨달았기 때문이다.(233)

 

  다른 모든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과학을 구분하는 것은 과학이 내린 모든 결론이 본질적으로 시험적이라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최종적인 정답이란 없다. 과학은 일련의 믿음들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박과 확증에 열려 있는 시험 가능한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탐구 과정이다. 과학에서 지식은 유동적이고, 확실성은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과학을 제약하는 것이며, 또한 과학이 가진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234)

 

진화론과 창조론

 

  기독교는 창조과학을 내세워 미국 학교에서 진화론 대신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하려는 시도를 했다. 과학 공동체는 과학의 정의를 정립하며 창조과학이 과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을 들어 재판에서 이겨 학교에서 과학으로서 진화론을 계속 가르칠 수 있게 하였다.

 

  신화는 과학과는 전연 무관한 인간의 심리적이거나 영적인 본성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신화를 과학으로 바꾸거나, 과학을 신화로 바꾸는 것은 신화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에 대한 모욕이다.(243)

 

  창조과학을 과학으로 가르치게 되면 심각한 피해가 생긴다. 종교와 과학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과학적 패러다임이 무엇이며 어떻게 적절하게 적용될 것인지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조론의 바탕에 깔린 가정들은 진화생물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에 대해 양면 공격을 가하고 있다.(265)

 

모든 가능한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를 과학이 찾아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일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언제까지 버리지 않는다. 그런 희망이 종교, 신화, 미신, 뉴에이지의 믿음이다. 우리는 과학만큼은 그런 소원 성취식 희망을 넘어서있을 거라고 기대한다.(470)

 

  그러나 과학자들 또한 그런 희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의 프리초프 카프라, 어느 물리학자의 신앙의 존 폴킹혼, 영생의 물리학 : 현대 우주론, , 그리고 죽은 자의 부활의 프랭크 티플러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사회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개개인의 마음과 가슴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한다. 몇 가지 동기들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크레도 콘솔란스(내 마음을 달래주기 때문에 믿는다) -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느낌이 좋다, 편안하다,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504)

 

즉석 만족 이상한 것들 중에는 즉석 만족을 주는 것이 많다. 심령술사 전화 상담 서비스가 그 예다. 기존의 심리 치료는 격식을 따지고,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506)

 

단순성 과학적 설명은 십중팔구 복잡하고, 알아들으려면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운명과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미신과 믿음은 삶의 복잡한 미로를 시원하게 관통하는 단순한 길을 제공한다.(508)

 

도덕과 의미 대부분 사람들은 과학이 무한하고, 보살핌이 없고, 무목적적인 우주를 제시하면서 오직 차갑고 잔인한 논리만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이비 과학, 미신, 신화, 마술, 종교는 도덕적 의미에 대해 단순하고 즉각적이고 위안이 되는 규범을 제공한다고 느낀다.(509)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 -

  저자는 앞의 몇 가지 이유를 한데 묶어 인간은 희망을 갖는 종이기 때문에 이상한 것을 믿는다고 결론 내린다. 그래서 때로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붙들려 하거나, 무지를 고집하거나 타인의 삶을 가벼이 생각하거나 미래의 삶에 집착하며 현재의 삶을 놓쳐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한편 저자는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이 측은지심과 더불어 무수히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역사의 진보가 계속 이어져 보다 큰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모든 사람들을 보듬어 갈 것이라는 희망, 사랑과 공감과 아울러 이설과 과학도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511)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에 국민은 분노하지만 그런 비리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뻔뻔함에 더 분노가 일어나다. 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태극기 집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하루 일당이 절실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믿는 바에 따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이상한 것을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정리 하던 도중인 310일 탄핵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국민이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인 이성을 가지고 회의주의자로 거듭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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