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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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의 도덕경을 처음 읽은 건 한참 전 아이들을 키우면서 벽에 부딪쳤다고 느꼈을 때였다. 유교적 분위기의 집에서 자란 나는 답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형식과 질서를 중시하고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모범생으로 자랐다. 그리고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고 배우고 교육받은 대로 성실하게 아이들을 열심히 키웠다. 당연히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매번 내가 설정한 틀을 넘어섰다. 나는 내가 설정한 틀로 아이들을 넣으려 애썼고 아이들은 늘 그 틀을 벗어났다. 그 반복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지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내가 설정한 틀을 넘어섰을 뿐,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 생각 틀을 벗어나는 아이들을 용납하기 힘들었다. 어린 시절, 유교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답답한 아버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연스럽게 유교적 사고방식에 젖어서 다르게 생각할 힘이 없었던 거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책을 읽으며 공부하게 되었고, 나를 되돌아보았고,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 즈음 읽었던 책 중에 노자의 도덕경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워낙 효도, 우애, 질서, 도덕, 입신양면 등의 가치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내용이 잘 다가오지 않았었다.

 

 아이들은 둘 다 대학생이 되었고, 내가 나이를 먹었는지 갑자기 노자가 나를 찾아왔다. 무위로 돌아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완전한 해방, 즉 인간의 절대적 자유를 추구하라는 노자의 가르침이 나에게 확 다가왔다.

 

 이 책은 노자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도가와 유가를 비교하며 설명하기 때문에 도가뿐만 아니라 유가에 대해서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도교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어 노자와 도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접근하고 싶지는 않아서 도덕경의 내용을 음미하는데 중점을 두며 읽었다.

 

 

도는 언제나 일부러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이다.”

 

굽은 것은 온전하게 되고 만다. 구부러진 것은 곧게 되고 만다. 움푹한 곳은 가득 차게 된다. 낡은 것은 새롭게 되고 만다. 적은 것은 더 보태어지게 된다. 많은 것은 미혹되어 잃게 된다.”

 

위대한 도가 무너지자 어짊과 의로움이 생겨났다. 지혜가 생겨나면서 큰 거짓이 존재하게 되었다. 집안사람들이 화목하지 않게 되자 효도와 자애가 생겨났다. 국가가 어지러워지자 충신이 생겨났다.”

 

상급의 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덕을 지니게 된다. 하급의 덕을 자난 사람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덕이 없게 된다. 상급의 덕을 지닌 사람은 일부러 하는 일이 없으며, 자기 행위를 의식하지 않는다.”

 

만족할 줄 앎으로써 만족을 하게 되면 언제나 흡족하게 되는 것이다.”

 

낳아 주되 소유하지 않으며, 그렇게 해 주되 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자라게 해주되 지배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을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현묘한 덕이라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행하는 자는 일에 실패하고, 물건에 집착하는 자는 그것을 잃는다. 그래서 성인은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는 것이며, 그러므로 실패가 없는 것이다. 그는 집착하는 물건이 없다. 그러므로 잃는 것이 없다.”

 

천하에는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데 있어 물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고 무위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라.’라고 생각되는데 살아보니 그 말이 맞다고 생각된다. 노자는 세상일에 연연해하지 말고 무위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은둔자의 철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상생활에서 비움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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