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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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이 힘들어했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이렇게, 아니면 더 나쁘게 살다가 죽을 것 같은 불안감과 허무함.

내 능력으로 이런 환경을 바꿀 수 없고 그럴 희망조차 꿈꾸기 힘든 상황이기에 방황하는 것이다.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룰수 있다는 희망조차 품기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 소설속 주인공 윌리 로만은 이 시대 우리 소시민을 대표하는 사람같다.

각종 할부금, 연금, 보험금을 내고, 아이들 키우고 말년에 집한채 마련한 윌리...

평생 일한 회사에서 해고통보를 받고 당장 내야하는 보험금 걱정을 하는 사람.

취업을 하지못해 이리저리 전전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화가나서 아들과 말다툼을 하는 사람.

하지만 그 아들이 약간의 희망을 갖기만 해도 너무 행복한 사람.

자신의 죽음으로 보험금을 타면 남겨진 가족들이 잘 살거라고 생각하고 수차례 자살시도를 한 사람.

그리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의 허풍과 인생관에 거부감을 느끼고 왜 저렇게 사는가?라며 비판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얕은 한숨만 내뱉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럴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작은 동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털을 곳추세우고 몸집을 키우는 것처럼

윌리도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위해서 허풍과 과장으로 자신을 방어했던 것은 아닐까?

 

대학시절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즉 내가 부모이기 전에는 윌리가 그저 무능하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윌리가 그저 하나 소설속 주인공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우리 부모님같고, 그가 내 남편같고, 또 나 같다고도 느껴진다.

 

 

이 책을 과거에 읽고 다시 읽을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이런 감동과 아련함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윌리만큼 나이가 든 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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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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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전을 주로 읽어오다가 우리의 책도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무진기행을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작가의 방황하고 정처없는 듯한 기분을 담아놓은 일기장(?)을 읽어본 듯했다.

비슷비슷한 느낌이어서 주인공이 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도 했고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랑 섞여있는 듯하기도 했다.

단, 무진기행만은 다른 느낌으로 다른 사람의 글인줄 알았다.

 

처음에 무진이란 장소에 대해서 알게 된건 공지영씨의 <도가니>에서 였다.  그 배경이 무진이었고 주인공이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무진은 무진기행에서 밖에 읽은 적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무진이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인 줄 알고 무진이 어디냐고 남편에게 물었고 모른다는 남편을 닥달한 기억도 있다.

무진은 가상의 공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고 그 고장사람들은 지루해서 견딜 수 없어하며 바다를 끼고 있지만 수심이 얕아서 한참을 걸어나가야 바다다운 느낌이 드는 곳.  특산물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작가는 묘사하고 있다.

공지영씨가 그린 무진의 묘사도 비슷했다.

무진은 참 음울한 시골고장인 것이다.

 

가상공간을 이용해서 글을 쓴 점이 독특했다.

물론 외국의 한 작가는 평생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고장과 인물들을 두고 책마다 주인공을 달리했기도 하지만 국내소설 중에서(내가 읽어본) 처음 인 듯하다.

 

그런 음울한 고장인 무진에 서울사는 남자가 내려왔다.

그리고 며칠 뒤 서울로 올라갔다.

 

단편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제 뭔가 더 진행이 되겠구나 한 순간에 소설이 끝났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무진은 그 남자가 힘들었을 때 내려오는 곳이었다.  옛 애인이 그를 버리고 떠났을 때도 무진에 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내려왔다.

무진에서는 특별히 할일없이 방에 틀어박여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곤 한다.  안식의 장소일까?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나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정처없이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주인공은 고향을 택했다.  엄마의 자궁처럼 그가 힘들때 무진으로 온다.  그리고 다시 현실세계로 나아간다.

아마도 무진기행의 의미는 그런 것인가보다.

 

시대적으로 어둡고 힘든 시기여서일까?

이 책의 주인공들이 방황하는 청소년같기도하고,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가장같기도하고 어디 발붙일데를 찾지 못하고 목적없이 헤메이는 그런 사람같기도 했다.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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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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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두꺼워보여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게 도전적으로 보였던 책, 연을 쫓는 아이.

그러나 굉장히 잘 읽혔고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굉장히 섬세하게 쓰여진 책이었다.

아프카니스탄이 이래요~라고 실상을 낱낱히 고해바치는 그런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글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년이 등장한다.

그 소년이 물론 주인공이고 위대하고 거대해 보이고 멋진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는 아주 작고 조용하고 소심한 새싹이었다.

이런 그가 겪는 부담감과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책속의 그를 만난다면 넌 너대로가 좋아~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동안 만나왔던 멋지고 강인하고 철두철미하고 그런 멋진 주인공을 책속에서 만나다가

아주 가녀리고 인간적인 한 소년(아미르)을 만나서 반가웠다.

 

그러나 책속의 소년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늘 하인의 아들 하산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부유한 상인이자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미르는 아버지와 다른 자신을 부정한다.

그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

 

아미르는 그렇게 자라다가 연날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그 날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친구, 하산을 저버리게 되고

이 사실은 아미르에게 평생 마음의 짐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미국으로 아버지와 함께 떠났고

하산이 자신의 이복동생인 걸 알게 되어 그의 아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간다.

그의 눈에 비춰진 아프가니스탄은 참담하다.

나는 이 소년의 눈으로 그 상황을 보고 있지만 참으로 참담함을 느낀다.

 

하산의 아들을 구출해서 미국으로 돌아와도 그는 그의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다.

하산이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었던 것처럼

아미르도 하산의 아들에게 그런 사랑을 준다.

그러다가 연을 날리며 그의 마음을 열게된다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왜 난 <100만번이나 산 고양이>란 그림책이 떠오를까?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한 현장 고발?

남자답지 못한, 하지만 아버지처럼 남자다운 모습을 가졌으면 하는 섬세한 소년의 일대기?

아프가니스탄 문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나는 이 책에서 여러가지를 볼 수 있었지만 역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가장 뇌리에 남는다.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아미르.

나는 아미르를 통해서 나를 보기도 한다.

나는 전혀 여성스럽지도 여성스럽기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아직도 내 안에 그런 소녀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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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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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

바로 오늘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비도 오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에 너무 감사했고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공지영씨 생각이 왜그렇게 나는지 알수 없었다.

공지영씨의 <즐거운 나의집>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난 그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몰입이 어려웠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고등학교시기에 나는 뚜렷한 특징없이 보냈고

그저 융통성없는 모범생에 불과했고 선생님이 뭘 하라고 시키기를 바라는 생각없는 반장이 바로 나였으니까...

책속의 등장인물 중 나는 마리를 닮았다.

나는 그래서 채영이보다 마리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작가는 마리는 다루지 않았다.

 

이 책속에는 엄마들, 아빠들이 나온다.

나도 엄마가 되었고 내 남자친구는 내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래서 그럴까?  계속 그들의 이야기만 눈에 들어왔다.

저 아이들의 방황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는 엄마들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지 않는 엄마들을 비난하는 사람들.

도대체 엄마들은 뭘 어떻게 해야하는가?

뭘해도 비난받아야하는 존재가 엄마인가?

나는 좀 답답했다.

 

이혼한 엄마, 특히 옷칼럼리스트여서 원고쓰느라 밤샘을 하고

잠이 안와서 매일 술을 마시고 애인도 자주 바뀌는 엄마를 이해하고 측은해하는 아들의 눈으로 이 글을

써내려갔지만 나는 그 관점이 아들의 관점이 아닌것 같았다.

자신을 이해해주기 바라는 어른인 엄마의 시선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공지영씨의 책처럼...

 

그렇다고 내가 작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공지영씨도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녀의 책을 읽고

"그녀도 작가이기전에 엄마구나~."라는 걸 깨닭고나서 그녀의 책에 눈길이 가기시작했다.

이 작가에게도 그 정도의 호감인 것 같다.

 

너무 잔잔한 글보다 우리 내면을 좀더 솔직히 내보이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속의 엄마와 애인은 너무 지적이고 고상하다.

이 시대에 이혼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편견속에 살아가고 고통받고 있다.

그런 그들의 고충보다 너무 우아하고 쿨한 캐릭터를 그린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왠지 버석버석하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를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어떤 변화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남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격는 고충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그 세상에서는 그런 ~답게 식의 사회적 압박도 완화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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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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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책이라서 설레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었는데도 어떤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위대한 개츠비>를 패러디한 만화 <위대한 캣츠비>가 자꾸 오버랩 되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잔잔하게 글을 전개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책장을 찬찬히 넘겼는데 이제는 자동차와 해프닝이 눈에 띄였다.

개츠비가 자신의 번쩍이는 자동차를 닉에게 자랑하던 장면,

개츠비 집에서 술에 몹시 취해서 차도에 누워있다가 한 부인의 자동차에 오른손을 치인 스넬,

톰이 호텔종업원과 함께 자동차 사고가 나서 그녀가 다치게 된 사건,

톰의 부인인 데이지가 톰의 애인인 윌슨부인을 자동차로 치어 숨지게 한 사건,

부주의한 조던의 운전태도를 책망하던 닉,

자신의 허름한 자동차를 보이기 싫어서 멀리 주차해 놓았던 조던,

캐츠비의 집에서 나오는 길에 신형 2인승 자동차가 바퀴에 빠진채 도랑에 빠져버린 사건 등,

이 책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자동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자동차 이야기가 나온다.

피츠제럴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에 자동차가 중심에 있다.

그런데 그게 명확하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자기개발을 하고 성공을 꿈꾸던 개츠비는 많은 재산을 부정하게 취하고

이름도 바꾸며 거짓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바라보기에 너무 높은 곳에 있던 그녀,

너무나 낮은 곳에 있던 자신,

결국 성공하고 그녀가 속해있는 사회에 속할수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톰)의 아내가 된 뒤였다.

그녀를 얻기위해서 그의 모든 것을 바꾸며 기다리고 헌신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밖에  없었다.

 

그를 위로하고 싶어졌다.

톰과 함께 도망쳐버린 데이지가 미워서...

그래도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왔어야하지 않을까?

무섭더래도 두렵더래도 그랬어야하지 않을까?

 

오늘 날에도 개츠비처럼 자동차, 넓은 집, 많은 돈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붇고 심지어 부정하게 부를 축적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억울하면 억울하고 허무하면 허무한 개츠비의 죽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바로 우리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 책을 한참을 뒤적거린 뒤에 그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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