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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평점 :
초선 국회의원 이동진이 미국 유학 출신,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였다가 그 강직하고 어쩌면 순진한 성정으로 여당의 비례대표가 되며 정치 무대에 데뷔한 인물 그리고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을만큼 현 대통령의 신임을 얻는 양종훈 다선의원,파란을 일으키며 일인자 양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가 된 김태훈 의원의 역학적 관계를 설정한다. 그리고 베테랑 언론인 유한주, 그에 못지 않는 장선호 보좌관, 그리고 아직 장선호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열정있는 류다혜와 김수찬 비서관 등이 이동진 의원의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 사안들과 상황적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인물이 된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이동진은 권력의 실세인 양종훈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여당에서 찬밥신세가 되고 있었을 즈음, 종묘 제례 행사에서 위패를 든 사람과 부딪히는 바람에 태종 이방원의 혼에 빙의가 되고,
이방원이라 밝히는 600년 전의 혼에 이제까지 알던 이동진을 잃은 보좌관과 비서들은 이를 믿어야하는 상황, 정치라는 세계에서 어떻게 비춰질지와 언론과의 눈치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전화라는 기물, 조그만 상자에 사람들이 들어간 것 같은 TV, 거마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등 수많은 현대의 기술을 바라보는 조선의 왕이었던 태종. 그가 이 시대에 갑자기 떨어진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정치인이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2024년? 왜 연호를 말하지 않는가? 지금 세상엔 상국(중국)의 황제가 없는가? 그리고 자네는 왜 자기가 누군지, 무슨 일을 하는지 칭하지 않는가? ...괴이한 세상이군. 지금이 어느 때인가?
부박함을 건드리는 게 계책의 핵심이라네, 한번 경거망동한 자들은 또다시 경거망동하게 되지.
작가 이도형은 조선의 이방원과 현대의 국회의원 이동진을 통해, 인간으로서 또는 직업인으로(공인으로) 서로 갈등하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시공을 초월하여 권력과 욕망에 대하여 이야기 해나간다. 분명히 시대가 다르지만, 역사의 승리와 패배에 따라 후대의 평가는 좌우될 수도 있다. 태종은 자신이 있기에 세종대왕이라는 군주를 세상에 내었다고 말했지만, 이 책의 후반으로 갈 수록 아들 세종의 업적과 백성들로부터의 존중이 부박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후손에게 '태종'이라는 시호를 남기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의 화자에 가까운 작가의 페르소나 장선호 보좌관 그리고 주변 보좌관들과 비서관들은, 지근거리에서 고용주나 마찬가지인 국회의원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지 모르겠다. 리더로 선택했으나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동시에 분노를 투영한다면 등장인물들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특히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대변되는 유한주라는 인물이 언론인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 의해 백기를 드는 장면 등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오늘날 거대양당 정치의 혐오를 딛고, 어떤 소속 정당보다 국민을, 헌법을 존중하는 현실적인 정치의 희망을 봐야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