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명 코미디언의 희로애락사' 누구도 관심갖기는 다소 어려운 소재, 그러나 일본 문학계에서 '마타요시 효과'로 불릴만큼 2016년에 붐을 일으켰던 <불꽃(HIBANA)>의 성공에 소미미디어가 일본번역 전문가 양윤옥 님의 번역으로 8년 만에 출간한 신작이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에서도 터부시되는 직업군 중의 하나라는 걸 처음 알았고, TV가 아닌 오프라인 무대가 그 범위가 좁고 열악하다는 것도 마타요시 나오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불꽃>을 통해 알았다.

아름다운 세계를 , 깨끗한 세계를 어떻게 깨뜨리느냐가 가장 중요해.

으잉? 이 문구는 또 뭐지?? 아름다움과 깨끗함을 찬양하는 것이 아닌 고단하고 힘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일까?

일본 문학이 흔히 그러하듯, 우리나라의 사회상이나 인간 군상에 얼마나 교집합이 될 수 있느냐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도심의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인 나로서 사실 이 소설을 읽어가며 주인공들인 젊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의 삶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나 의문이 들었다. 필자는 방청객으로서 그들의 문화를 소비하기만 했지 연예계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결혼 출산 후 아이들 공연 이외에는 어떤 개그 공연장도 찾아본 적이 없다.

요컨대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온 힘을 다해 살지 않으면 안 돼. 코미디언이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말하는 놈은 영원히 코미디언이 되지 못해. 긴 세월을 들여 코미디언에 근접하는 작업을 하는 것뿐이지 진짜 코미디언은 못 된다는 얘기야.

p30

콤비 개그를 하며 중학교 때 만난 친구와 수시로 개그를 짜 뜨문뜨문 스탠딩 공연장을 찾는 20대의 도쿠나가, 그리고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가미야는 역시 아직은 젊은 자신의 전기를 쓰라며 도쿠나가에게 선언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도쿠나가는 엉겹결에 가미야에 대해 보고 듣고 쓰기 시작한다.

가미야 씨와 함께 있으면 일상에서는 쓸 일이 없는 어딘가의 한정된 신경이 지독히 피폐해졌지만 세상의 번거로움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 사람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신뢰하는 구석이 나에게 있었던 것이리라.

p151

코미디언으로서 재능이 있느냐, 그것을 업으로 삼고 먹고살 수 있느냐 등 이들이 하는 고민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공통된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 또한 그런 경험들, 함께 무대에 섰던 수많은 동료 개그맨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만들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불꽃 소리를 능가할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군중이 두 사람을 축복해 주기 위해, 그리고 행여 창피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가미야 씨도 나도 추위에 언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쳤다.

p227

돈이 없어도, 서로의 따뜻한 마음으로도, 두 손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특히, 젊은 날에는 버틸 수 있고, 서로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에 기인한 위로와 같은 작품으로 왜 일본 문학이 아쿠타가와상을 안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무명 개그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책을 읽었고, 글을 쓰면서 꿈을 지속시켰고 마침내 성과를 내놓아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어릴 때 꿈이 조금 변형되어 이루어졌지만, 우리네 인생이 계획대로만 가지 않는다는 것.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왜 책을 읽어야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고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해야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주제 의식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