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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_0419
달빛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4월
평점 :
4.19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실제 르포에 가까운 담론은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목부터 비극이 아닌 '축제'라고 지칭하는 책은 없었다.
어떤 선입견도 없이 그 날, 4월 19일에 움직이는 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필자가 이야기의 서두와 전개를 추측하기 위해 출판사 소개글이나 서점리뷰 등을 보지 않았다.막연히, 중심 인물들이 가족 관계이고 4.19를 어떻게 가족의 서사로 엮어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는데, 처음부터 등장하는 남자 그리고 병원인 듯한 공간에 대한 묘사가 (첫숨) 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나올 뿐 어떤 단서도 없다. 그리고 타임슬립을 타고 날아가듯 1960년 대 연탄 공장에서 일하는 장지유와 함께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은 십대들이, 흑탄 가루를 뒤집어쓰고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일을 한다.
지유라는 소년의 아버지는 경북 청도 집성촌에서 동경 제국 대학을 유학한 일본에서, 조선의 가정을 숨긴채 일본 첩을 데려와 지유를 낳았다. 아버지지의 본가에서 살다 지유가 열 달이 되며 광복이 되었고, 함께 살던 어머니는 생떼같은 어린 지유를 놓고 일본으로 보내진게 아니라 마산으로 흘러갔다고... 열 살이 된 지유는 자신의 친어머니에 대한 비밀을 알고 내쫓기듯 그길로 집을 나와 자전거로 대구, 마산으로 왔고 어머니를 만났지만 어머니는 암으로 힘겨운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단 3년을 같이 살았고 마산 앞바다에 뿌려졌다.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 조실부모하거나 가족이란 길에서 만난 열 일곱 같은 또래인 수봉, 용수, 정호같은 아이들이다. 이들은 공장 근처 식당에 모여 고단한 하루를 끼니와 술로 마감하고, 학교 밖이라는 사회를 일찍 겪으며 이골이 났을 법하지만 같은 업장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퇴역군인 출신 스물아홉 노씨와의 싸움에 휘말린다. 그 싸움이 나던 날 야간중학교를 다니는 최지숙과 함께였고 그 자리가 장차 이들의 깊은 인연의 시작이 될 사건이었다.이야기는 어느 덧 세헌이라는 아들이 아버지가 된 지유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지유라는 사실을 독자는 나중에 알게 될 정도로, 아버지의 유산을 거부하고 공사판에서 일하는 모습, 그 중에 섞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민욱이라는 인물을 통해 월남전 파병이라는 한국사를 겪고 상처받은 민욱의 사촌형. 그들의 영웅이라는 허울을 위해 바쳐진 젊은 영혼들이 많았음을 그리고 1980년에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과 겹쳐진다.
영웅? 나는 죽이고 죽였다. 살기 위해서. 그저 내가 살기 위해서, 그래서는 안 되었던 거야. 알고 있니?
경상도 지역에서 언론 보도의 통제로 광주 유혈 사태에 대한 소식은 철저히 왜곡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총칼을 든 전쟁과 독재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과, 남자들이 바깥으로 사회를 재편하는 동안 여성들의 삶은 어떠했는가? 아픈 기억을 욱여넣고 알츠하이머를 선택한 '잘 나가던 배운' 여성의 일생을 통해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한 우리나라에 2014년의 세월호의 참사는 그녀가 오랫동안 정부인사로 일했던 경험으로 반추해도 말이 안되는 사건이었음이 그리고 함께 겪었던 2016년 국정농단으로 2017년 새정부의 탄생과 그토록 바라던 여성 외무부 장관의 탄생은 현미가 '잃어버린 꿈'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된다.
이제 할아버지가 된 지유 아버지가 된 세헌, 그들의 자손인 미국인 민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세대의 인연이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아직 중반도 넘어가지 못한 페이지는 실로 어마한 세대를 아우르는 속도감과 공간의 이동, 세대간 갈등이 정신없이 펼쳐진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다보면 누구도 피해자일 수 있으며 가족 또한 역사의 흐름속에 안전망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갈등이 풀리고, 어리석은 자신을 그리고 가족을 용서할 수 없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재설정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결말은 한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