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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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포물의 계절이 왔고 20대 이후 공포물과는 담을 쌓았던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창비의 신작. <스터디 위드 X> 최근 문단과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진 작가 권여름, 나푸름, 윤치규, 은모든, 이유리, 조진주가 이 복잡 미묘한 ‘학교’를 배경으로 무섭지만 재미있는, 냉혹하지만 정감 있는 ‘학교 괴담’을 들려준다. 단편집은 실로 오랜만이고, 학교 괴담이라하니 아이랑 같이 볼까? 우선 내용에 따라 12세인지 15세인지 결정해야한다.

첫 번째 이야기 <스터디 위드 미>(이유리 저) 는 손꼽히는 명문고 휘일여고에서 전교1등인 수아는 귀신이 붙어있다고 말하는 소연이라는 같은 반 아이가 화자이다. '솨솨의 공부 일기'라는 수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실도 알고 있고 구독자 수가 2만 명 정도의 인기 콘텐츠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수아의 '스터디 위드 미'라는 컨텐츠는 책상 위 구석에 설치한 카메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리얼 타임으로 보여 주는게 전부, 우연히 발견한 소연은 자신의 반 아이 수아의 채널이 추천 영상 목록에 뜨길래 낯익은 필통을 발견하고 보게 되니 뭔가 신선한 느낌을 받고 댓글을 달려고 했지만 모든 영상의 댓글 창이 막혀 있었고, 그저 바라보는 일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올 1등급에 전교 회장까지 혼자 다 해먹는 장수아를 곱게 보지 않는 목숨을 걸고 공부하는 애들이 악플을 달았나보다고 생각하는 소연. 수아의 브이로그를 보다 조그만 여자 아이 둘이 수아의 책상 밑에서 비집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눈이 새빨갛고 입이 가로로 찢어진 아이의 얼굴은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 정작 수아는 아무렇지 않게 영상을 올리고 이후 매번 영상에서 같은 모습 같은 얼굴로 수아 옆에서 원망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수아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채널을 보지 못한 반 아이들에 소문은 다이어트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소연은 자신이 본 영상 속 귀신때문이라 직감하는데...정말...?


두 번째 이야기, 카톡 감옥(윤치규)은 정준우라는 학생이 막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중학교 때 괴롭히던 아이들을 피해 먼 곳으로 일부러 지망한 학교로 처음 교과서 배정을 받으러 가면서 시작한다. 중학교 이후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강병세와 그 패거리들을 우연히 사귄 고등학교 친구 도상현을 알게 되고,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담임 선생님들과 자신의 3반 아이들이 함께 있는 카톡방에 들어간다. 준우는 채팅방에서 도상현을 찾지만 D라는 아이디를 발견하고 도상현이라고 믿어버리게 되는데...


2018년 데뷔해 장편 소설집 단편 등을 다양하게 내고 있는 은모든 작가의 <벗어나고 싶어서>가 세 번째 이야기. 한 여고생의 교실 선생으로 교단에선 미진에게 윤재같은 엉뚱한 아이는 "첫사랑!"이라는 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해달라며 학급 반 아이들을 선동하고 못이긴 척 자신의 어린 시절 한 기억을 풀어놓는다. 전학간 학교에서 맞는 첫날, 모두가 친한 무리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 고개숙인 채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함께 밥을 먹자면서 우리라는 아이가 다가왔다. 방울토마토만을 점심으로 가져와 밥을 먹지 않는 다는 이 아이는 왜 다이어트를 하는가? 체육 시간에 남다른 운동 신경을 보이며 뜀틀을 넘은 우리의 모습에 놀라자, 우리는 오히려 자신을 뚱뚱하다 말하고 '돼지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생애 최초로 좋아한 남자선배에게 뚱뚱한 아이라고 지목되어 충격을 받은 우리가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 했다. 우리를 그리려다 이름을 써놓고 그 옆에 자신의 이름을 이니셜로 쓴 쪽지를 미진은 지갑 맨 안쪽에 넣었고 그 지갑을 잃어버리고, 그 지갑을 원치 않는 특히 당사자인 우리가 보게 될까봐 불안한 미진, 특별한 게 있다고 짐작한 친구인 예은과 우리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그리고 수험생으로 수능을 앞두고도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만나지 못했고. "만나서 고백했어요?" 묻는 윤재의 물음에 못했다고 말한다.

선생님 장례식장에 그 첫사랑도 왔죠? ...선생님은 마지막에 어땠어요?

윤재라는 학생마저 불귀의 사고로 영혼이, 선생님으로 미진도 대화를 하는 시점에 영혼이어서 한을 가진 이들이 잠들지 못하고 학교를 교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거 아닌가?


네 번째 <영고1830>의 배경은 비평준화 지역 명문 고등학교 1학년8반 30번에게 매년 닥치는 불행. 성적순으로 한 사람이 번호가 되고, 1830이라는 번호는 전교 꼴찌라는 인격없는 개인일 뿐이다. 양희준이 성큼성큼 29번을 향했다. 희준은 자기 자리 의자를 들어 빈 곳에 던졌다. 29번인 아이에게 30번인 희준이 한 복수는 자신의 책상을 빼고 29번이 마지막이게 만든 것. 희준아버지가 영고 교사로 자신의 아들이 꼴찌였음을 창피했지만 옥상으로 희준을 구하러 왔다. 아버지가 마지막 자신에게 왔을 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덮쳤다.

양희준과 책상이 공중으로 기울었을 때는 아무도 손쓸 수 없었다.

자신이 하려던 일을 아버지가 이해해주길 바랐고 8반 녀석들이 영원히 1830은 자신이 아니라고 알길 바랐던 일이었다. 책상만 버리려던 1830 아이는 화단에 떨어졌고 그 소리가 문제 덩어리로 여긴 영고 이사장을 살렸다며 그 후 몇 년 동안 무용담이 되어갔다. 개인을 지워버리고 번호로 낙인찍어버리는 학교. 또 하나의 이야기 <그런 애>에서도 트위터 부계정을 가진 지저분한 소문의 아이가 등장한다. 너를 알고 있지만 타인들이 낙인찍은 너에 대해서는 항상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어 피하고 싶은 존재.


<하수구 아이>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터넷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였던가? 한때 '나'에게 도와달라 손내밀었지만 돕지 않고 외면했던 친구는 내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나간 바닥 아래 깊은 곳의 작고 낮은 이명이다.

나는 내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함에도 엄마에게만 상처를 주며, 반 아이들보다 그 애를 훨씬 좋아하면서도 오직 그 애만을 함부로 대한다. 엄마가 언제나 날 용서했던 것처럼. 그 애도 결국에는 나를 용서하리라 여긴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두번 다시 되찾을 수 없는 마음. 학교에서 전해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를 진휘를 알 수 없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무서운 소문, 마음속 깊은 곳에 소화되지 못한 감정, 사회성이 미숙한 전학생이나 새학년 새학기 신입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던 긴장과 불안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자립을 위해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어떤 식으로든 살아나갈 이 공간에 대한 답은, 청소년 호러의 책장을 넘기며 당분간은 안심하고 책장을 덮고 너무너무 무섭고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괴담과 불안은 미숙한 이들을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말이 어울릴까?


이 책은 창비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터디위드X#창비출판#청소년호러#가제본서평#창비서평단#공포성장소설추천#여름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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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파라오의 보물을 훔치겠다는 예고장이 도착했어요!

번쩍번쩍 신통한 능력을 발휘하는 용용 신과 별튜버로 유명한 마식왕 사건도 해결해야 하지요.

추리 천재 고구마 탐정과 조수인 알파독, 사전 현장에 누구보다 빨리 달려오는 나뚱뚱 경감,

거기에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까지!

이들과 함께 추리하며 사건을 해결해 보아요!

출판서 소개 중

고구마 탐정이 과학 수사로 유명한지 벌써 3권이 나왔습니다. 우선 인물 소개를 볼까요?

생각을 오래 하면 머리에서 열이 나고 노릇노릇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하는 고구마 탐정.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어 수사에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뭐 거기까지는 상상에 맡길게요.

알파독이라는 강아지는 사실 동물이 아니라 인공 지능 로봇이래요. 눈, 코, 소리를 듣는 능력까지 초정밀 스캐너로 고구마 탐정을 돕는 충실한 반려로봇입니다.

나뚱뚱 경감은 다이어트가 필요한 몸매에 고구마 탐정의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합니다. 일선 경찰의 신분이면 고구마 탐정과는 다른 입장인데 뭐 이런 디테일까지는 생각하지 말자구요^^;;;

오동통 형사는 나뚱뚱 경감의 사촌 동생으로 사건 해결보다는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로 나오나 봅니다.


고구마 탐정이 과학 수사로 유명한지 벌써 3권이 나왔습니다. 우선 인물 소개를 볼까요?

생각을 오래 하면 머리에서 열이 나고 노릇노릇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하는 고구마 탐정.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어 수사에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뭐 거기까지는 상상에 맡길게요.

알파독이라는 강아지는 사실 동물이 아니라 인공 지능 로봇이래요. 눈, 코, 소리를 듣는 능력까지 초정밀 스캐너로 고구마 탐정을 돕는 충실한 반려로봇입니다.

나뚱뚱 경감은 다이어트가 필요한 몸매에 고구마 탐정의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합니다. 일선 경찰의 신분이면 고구마 탐정과는 다른 입장인데 뭐 이런 디테일까지는 생각하지 말자구요^^;;;

오동통 형사는 나뚱뚱 경감의 사촌 동생으로 사건 해결보다는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로 나오나 봅니다.고구마 탐정을 찾아온 이상한 차림의 남자, 이집트 왕 파라오 조각의 모습을 한 남자는 이집트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였어요, 학자가 탐정에게 무슨 수사 의뢰를 하려는 걸까요?

요즘 날마다 신문을 장식하는 도둑 괴도 팡팡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며 '범죄 예고장'을 보여주는 파라오. 학자로서의 자존심도 있겠지만 집사에게 자신의 딸까지도 문화재보다는 중요하지 않게 대하는 남자를 수상하게 생각하고 고구마 탐정은 아직 도둑맞지 않은 '라의 심장'을 지키기로 합니다. 101키로가 넘는 거대한 돌이나 다름없는 문화재를 누가 무슨 이유로 훔쳐가려고 할까요? 여러 사람의 눈을 피해 감쪽같이 훔쳐가는 범인!

범인은 문화재의 주인이 어리석다고 조롱하며 보기 좋게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해결사 고구마 탐정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지 궁금한데요.

각 사건 파일 앞쪽에는 교과 연계 몇 학년 몇 학기의 어떤 부분에 대한 것인지, 추리 열쇠도 함께 알려주고 있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첫 번째 사건을 과학적으로 멋지게 해결한 후 두번째 사건은 용용 신이라는 사이비교주의 정체를 밝히는 것입니다. 싱싱하고 통통한 생선을 파는 가게의 주인 어굴한 씨, 고구마 탐정 사무소 앞이라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하던 어굴한 씨가 왠일로 수심이 깊어 보였어요, 아침까지도 싱싱하던 생선이 갑자기 썩어버리거나 틀림없이 깨끗한 물을 받아 둔 수조가 더럽혀져 있기도, 생선에 뿌릴 소금을 누군가 훔쳐가버리기도 한대요. 상한 생선을 팔 수 없을 때도 있어서 그 연유를 물었더니,


이게 다 신의 저주 때문이래요...용용 신이라고, 물을 다스리는 특별한 신이 있는데

제가 그 신을 믿고 따르지 않아서 벌을 받은 거래요.

과학 탐정인 고구마 탐정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수조를 망가뜨린 범인을 찾아주겠다고 하죠. 성실한 아르바이트생 맹신해의 진술로 고구마 탐정은 용용 신을 설파하러 다니는 안내자를 만나게 됩니다. 용용 신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저주를 내린다는 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찾아가게 되는 고구마 탐정과 알파독, 그리고 어굴한 사장님, 이들이 용용 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될지 아니면 단순히 사람들을 간계로 속이는 무리를 일망타진할지 궁금해지네요.그리고 마지막 사건은, 맛집으로 향하는 나뚱뚱 경감과 오동통 형사를 마주친 고구마 탐정이 '잘난 레스토랑'의 나잘난 쉐프를 찾아가며 시작됩니다. 아침 10시부터 길게 줄을 선 손님들 그리고 그 사이 유명 먹방 별튜버 마식왕이 눈에 띕니다. 마식왕의 최고라는 찬사를 들으니 맛집이 분명한 거 같아요. 만석이 된 자리가 비어 앉기를 기다리던 일행 눈에 마식왕이 카메라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 실시간 라이브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 때 나잘난 쉐프가 다급히 마식왕을 붙잡고 생수병을 건네며 기다려달라고 하죠. 그때! 물병을 거꾸로 내밀었지만 쏟아지지 않던 물이 마식왕이 잡았을 때는 콸콸 쏟아졌어요. 마식왕의 카메라가 물에 젖어 고장나고...

제가 분명히 봤어요. 요리사님이 물병을 거꾸로 내밀긴 했지만, 물이 전혀 새지 않았다고요.

마식왕이 못마땅한 나잘난이 꾸민 일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인기를 믿고 억지로 주방을 촬영하려고 했던 마식왕이 자작으로 꾸민 일일까 궁금하네요. 어수선한 장내가 어느정도 정리된 후, 주방으로 가려던 마식왕이 나잘난의 안내에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고, 자리를 얻어 방금 앉은 고구마 탐정일행이 주문하기 위해 메뉴를 고르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주방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주방으로 달려간 일행이 본 건, 동시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마식왕과 나잘난이었어요. 제 3의 인물이 갑자기 공격을 해왔다는 이야기에 누군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보았는지, 마식왕이 키친타월에 뭔가 글자를 써 두었다고 말하는 보조 요리사 우울해 씨가 함께 있었지만 들어가는 사람도 나간 사람도 없다고.마지막 사건까지 말끔히 해결한 고구마 탐정은 폭신폭신 빵을 완성하기 위한 '베이킹 소다'의 비밀도 알려줍니다. 생활 속의 과학을 알고 있다면 고구마 탐정처럼 간단한 모순이나 수수께끼도 쉽게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말하고자 한 서지원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뇌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3일씩 열 번을 반복하면 습관이 만들어지고 3일 동안 생활 곳곳에 숨은 과학을 찾아보고 3일이 지나면 또 3일만 하자고 결심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새 습관으로 자리 잡은 탐구하는 자세는 누구나 명탐정을 만든다고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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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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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열렬한 팬이자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쓴 박애희 작가는 원래 메인 방송사들에서 일하며 삶과 사람을 관찰하여 글을 썼다. 그러다 가장 가깝게 살아 숨쉬는 어린이인 아들 덕분에,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섭렵하고 그들의 반짝이는 말들을 모았고 지금의 어른이 된 자신에게 여전히 유효한 말들임을 보여주려 한다.방송작가였던 이력 답게, 생활 속에 만나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나눈 대화들이 오롯이 그녀가 읽었던 글귀들과 함께 소개 된다.


<빨간 머리 앤>의 질문은 '세상을 알기 위한 꼭 필요하지만, 아주 많고 아주 길다...어린이의 질문을 받은 어른의 태도, 답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어른들은 질문 자체를 막기도 하지만, 앤은 질문을 해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양은 버겁지만 기발한 질문의 질에 감탄하게 되는 매튜 아저씨 같은 어른도 있기에...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배울 아이들의 질문을 막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어보자고, 작가처럼 결심한다.


그밖에 어린 왕자, 삐삐 흔하지만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동심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어릴 적 사랑해마지 않던 '피너츠 친구들'이야기도 등장한다. 피너츠의 스누피가 개집 위에 그 귀여운 귀를 늘어뜨리고 하늘을 향해 누우면, 그 앙큼한 검은 코와 게으른 아저씨와 같은 튀어나온 배를 가진 장면이 떠오른다. 찰리와 스누피 콤비는 인간과 동물이 달라서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나 비슷하거나 어린이의 마음과 행동을 닮은 강아지라는 사실 때문에 그 옛날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소심하고 운이 나쁜게 찰리랑 꼭 닮았다고 스스로 말하는 아들에게, 사나운 루시의 빈정거리는 성격도 모두 작가 찰스 슐츠의 여러가지 면을 나타내는 것, 누구든 보여주는 얼굴과 고정된 이미지 말고 타인이 알지 못하는 면면이 있는게 아닐까하고 현명한 일화를 이야기 한다. 악인도 선인도 그 모습이 단편적이고 일률적이지 않다는 입체적 사실을 고난이도의 표현이 아닌 쉬운 말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즐겨보는 유퀴즈 온더 블럭tvn 예능의 유재석 조세호의 인터뷰이 중 어린이가 나온적이 있었나보다. 작가는 태권도 학원을 향하는 유림이가 한 말 중 행복이 뭐냐는 엠씨 아저씨들의 질문에 답을 듣고, 아들을 대입시켰다.

행복은... 그냥 노는 것이다.

우리 특히 부모들이 아이가 놀고 있으면 오늘 해야할 일을 읊어주고, 더해서 내일 일정까지 세세히 챙기고 잔소리를 한다. 왜냐? 행복을 만끽하는 자식들이 무아지경으로 노는 모습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에겐 함께 사는 어린이가 있어 일단 그가 혼자 노는 모습을 관찰하기로 한다. ..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를 따라 욕실에 가보니

아이는 지금 무한 변신 중이다. 변신을 마치면 몸의 곳곳에 거품을 잔뜩 바르고는 한바탕 댄스를 춘다.


나조차 세명 아이중 첫째가 어릴때 동생들이랑 거품으로 욕실에서 장난치고 웃고 떠들때 행복이 전이돼 휴대폰 영상으로 남겨두었었다. 하지만 막내가 그렇게 놀고 있으면 지구를 아프게 하지 말라며, 물을 아껴야 한다~얼른 씻고 나와라~나와서 거울을 보며 춤추는 아이를 혼내기 바쁘다. 어른이 엄마도 첫아이 때 다르고 다음 아이, 그다음 아이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슬픈 웃음'이 난다. 학교를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 공부를 안하면 안돼냐? 묻는 내집의 어린이들도 엄마나 아빠 중의 한 명이 감옥에 가야한다는 비약을 듣고 슬픈 표정으로 학교를 매일 다니겠다고 대답하고 있고 아는 집들은 대부분 그렇다.


아이의 세상이라고 해서 언제나 꽃밭만 펼쳐지는 건 아니구나. 이 작은 존재들도 현실을 견디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싸울 아이들의 무기가 다름 아닌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공상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힘을 얻는 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도 그렇지...

엄마가 자신들을 혼낼 때 엄마를 빨래처럼 무지막지하게 짜는 상상을 하고, 쓰레기장에 갖다버리고 싶다..는 말을 지들끼리 한다는 것이다. 아마 내 아이들도 지금도 현재진행일 속마음일까 생각하면 괘씸하지만, 어른이 내뱉는 추악한 말들을 실행해 옮기지 않는 어린이들은 물리적 힘은 없지만 상상이라는 힘을 가진 더 고차원적인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와 아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다 보면, 놀림과 공격과 피해와 상처가 난무하는 어린이의 세계에서도 아이들이 여전히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에 고착되지 않고 지나난 일은 묻고 언제나 빠르게 지금 순간으로 돌아온다. ...

작가는 놀라운 자가 치유력을 가진 유연한 존재가 어린이, 문제는 과거에 휘둘리고 약해 빠진 못난 어른이다.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이야 말로 '어른의 약'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어린이는 한명이 아니지만 모두 하나같이 '반짝이고 외로운 존재'이다.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을 것 같은 주변 꽃들을 가까이서 보고 '풀꽃'을 노래했던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로 나의 마지막 말을 대신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서 시를 잃어가지만 원래 당연하고 아름다운 시인들의 말을 정성스럽게 기록하고, 글로 남기는 작가의 이 책은 특별하다.

이 리뷰는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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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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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영화도 주로 범죄수사물을 좋아하는 일인으로, 비교적 최근 <악인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보고 이런 인간적인 수사가 가슴이 뜨거운 형사들이 우리나라에 있었구나 감탄했던 적이 있다.

악인의..에서 눈에 띄는 인물 중, 김소진 배우가 연기한 여반장도 그녀를 실제 모델로 했고 그외에도 <경찰청 사람들>이후 수많은 여자 형사들을 출연시키고 연출시켰던 수사물들에 박미옥이 있었다고 한다.그녀의 30여 년 형사 이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도 궁금했지만, 어떻게 여자의 몸으로 일반 행정업무가 아닌 강력계에서 몸을 쓰는(?)는 일을 하게 되셨을까도 너무나 궁금하다. 지금은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온 서울을 등지고, 제주의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을 끝으로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 책을 썼다는 그. 정퇴를 8년 앞둔 시점에 명예롭고 아름답게 떠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실제 그녀의 책으로 처음 접했다고 하는 나같은 여성이라면, 범죄소식에 눈을 질끈 감고 뉴스를 똑바로 보지 못했기에 한국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라는 수식어도 낯설고, 강력 반장이 되고 서울 경찰서를 섭렵하며 언론 인터뷰 등에 노출도 많이 되셨던 분인데도 이름과 얼굴이 익지 않았다. 형사, 감성으로 합니다(1부)에서 그녀는 여자형사기동대가 만들어질 당시 19세 순경이던 자신이 느닷없이 계획 없이 '교통사고'처럼 형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안온한 울타리에서 그녀는 7남매의 막내딸이었고 대구에 계신 부모님이 연로해 여고 졸업 후 대학진학을 하지않고 순경공채시험을 치르고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현장을 함께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경찰의 세계는 여경과 남경으로 갈리지 않는다. 한마음으로, 서로 함께하는 호흡과 노력으로, 오던 칼도 멈추게 하고 가던 범인도 우리 손 안에 들어오게 하는 기운은 오직 팀워크에 있다.

철저히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야 하는 긴장 속에서도 현장의 동료 선후배가 있기에 의지하게 되고 의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아무리 죄를 저지르고 남에게 피해를 준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를 지키는 마음의 글들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나 아프지 않으나 제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고 상대에게 강조하고 싶은 감정은 거듭 입에 올린다. ...타인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겨우 한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서, 속속들이 관찰하고 파헤치고 묻는 것만이 사건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았다.

1990년 대 신창원 탈옥범 검거, 2000년 대 연쇄살인범 유영철.정남규 수사 그리고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현장감식 수사까지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겪었던 과정을 생생히 어제 일처럼 풀어내는 이야기가 놀랍고 흥미롭다. 지나온 사건에서 놓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되짚으며, 30년 베테랑 형사는 또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여자들을 보듬는다(2부 범죄 현장에서 만난 여자들).

형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하고, 수사란 결국 사람을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시작되지 않을뿐더라 기대할 수도 없다.

피해자 여성들, 그리고 이들을 지켜주고자하는 동료 혹은 후배 여형사를 관찰하며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결혼 사기 피해 여성 그리고 아들을 범죄자로 키운 것이 아닌데 그 무거운 짐을 져야하는 피의자 어머니와 누나들... 저자가 살았던 치열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스쳐갔을지, 저자는 바르게 살 수 있는 직업으로 택한 경찰을 한때 버리고, 비구니로 출가할 결심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이 힘들어서가 아닌, 사람의 감정들을 승려라는 직업으로 다시 만나고 싶었던 소망이었으리라.어쨌거나 출가하지 못하고 다시금 경찰인들의 조직의 부름을 받은 그녀는 성범죄와 마약 수사 더나아가 프로파일링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범죄가 진화하고 다양해지듯, 형사들 경찰인들도 자가 발전을 거듭한 중심에 있던 박미옥. 경찰서장, 중간관리자가 되지 않으려고 몸의 감각을 잊지 않고 굳어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고 노력해온 그녀다. 여경의 전설이라 불리던 그녀는 지금 작가의 삶을 택했다. 원래 글을 쓰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책방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이웃, 함께 동고동락했던 형사를 이웃으로 삼고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책까지 엮어내게 되었다고.

미옥씨는 여기 오셔도 스님들 상담해주고 살 팔자일 듯한데, 그냥 세상 살면서 수행하는 것은 어떠세요?

철학도 믿음도 멀리 있지 않으며 사람의 모양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있다고 믿는 그녀의 행보를 보고 들으며, 나도 한번 제주에 가서, 미욱한 내 감정을 들려드리고 싶다. 세상사 인간의 죽음을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들여다본 이의 눈빛이 궁금하다.

이 리뷰는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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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 난감하고 화나도 멈출 수 없는 운전의 맛
손화신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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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8년차라고 밝히신 손화신 기자님의 에세이의 제목에 말이나 타고 다닐걸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도로는 정글이고 편리한 문명의 이기로 백년이 넘게 사랑받아 온 자동차에 대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에세이. 


내가 운전을 하기 시작했을 때도 작가처럼 장롱면허를 꺼내, 어떤 계기로 '이동을 편하고 빠르게'하기 위해, 반경을 넓히고자한 욕망으로 했었다. 기자 신분으로 여러 군데 취재하러 더 많은 사람과 장소를 찾기 위해 친구로부터 경차를 구입한 미혼 여성인 저자는, 기혼에 임신한 여성으로 남편 차로 도로에 나갔던 나와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차라는 악세서리는 경차라 해도 일반 여성운전자에게는 덩치 큰 쇳덩이와도 같아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구조나 생김새 전륜, 후륜 등의 지식을 익히고 싶은 마음도 들기 어렵다. 저자도 초보시절 차를 잘 아는 친구의 권유로 사서 몰게 된 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직진을 빠르게 하면 잘하는 것이라 믿고 무모하게 도로를 누볐다고 한다. 비싸고 좋은 차는 아니지만 나를 보호해주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첫차는 첫사랑 같은 게 아닐까? 무언가 문제가 생겨 말썽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가족들과의 여행에서 당시 초보인 자신을 믿고 기꺼이 동행해준 가족 그리고 연수가 부족한 자신에게 감동어린 가르침을 준 친구들 '혼자하는 것'이라는 가르침과 함께.

일단, 문제가 생기면 차를 다룰 줄 알아야 진정한 운전자이고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정비소는 어디를 가야하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하지에 대한 A to Z가 떠오르지 않는건? 무사고 운전이 아니기에 몇 번이나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쳤던 내 경험을 떠올리며,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을 셀프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사 끼우는 일이 서툴러 당황했던 일 등등 운전자로 살아온 동료로 동지애가 느껴진다. 출퇴근할 일이 없고, 사대문 안에 주차할 일이 없어 잘모르지만 남편이 강남으로 강북으로 운전을 많이 하고 다니다보니, 꽉 막힌 도로에 갇히는 상황이나 주차비가 비싼 곳에 주차한 후 일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진땀을 빼곤 한다는 점에 대부분 공감이 갔다. 그래서 이제 운전보다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한다는 작가님. 차없는 홀가분함이 주는 편안함이 운전의 편리함과 즐거움만큼 가치가 있다는 말에도 동감~


운전을 하고 나서 직업으로 운전하는 분들, 트럭 버스 택시 운전하는 이들에 대한 애잔함과 고마움에 대한 글도 있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일이 어떻게든 빠르게 목적지에 닿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 일. 10년 운전대를 잡았고 오너 드라이버가 된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잘 되지 않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이처럼 인생의 의미를 찾는 작가처럼 나도 한번 내 경험을 쓰고 싶다 다짐도 해본다.




우리는 도로처럼 연결돼 있다. 원래 그런 게 인생이란 것을 생각하고는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린 이미 우리의 인생을 운전하고 있지 않나.


운전 뿐 아니라, 직업도 취미도 인간관계도 다 무모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그. 20대에 했던 온갖 아르바이트, 부산에서 상경해 수십 군데 출판사에 출간 기획서를 돌리고 해보지 않은 강연들을 다니며 자신을 '정글에 던져진 경차'와 같았다고 한다. 만약, 내가 그녀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무모하게 했을까 싶은데, 두려움에도 자잘하게 부딪히며 초보를 무시하던 수많은 남자 운전자들의 시선을 받아낸 내 운전 경험도 함께 반추하게 되는 에세이였다.

절반의 선의로 도로는 굴러간다. 한 차가 차선을 옮기려면 다른 한 차가 속도를 줄여줘야 한다. 그래서 절반의 선의다. 한 번 선의를 받으면 한 번 선의를 베푼다. 그렇게 도로는 작동한다. 복잡한 듯 질서 있게 돌아가는 이 도로는 어쩌면 세상의 축소판이다. ...나는 운전을 통해 선의를 배웠다.



이 리뷰는 출판사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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