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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 - 한나 아렌트, 성난 개인들의 시대에서 인간성 회복의 정치로
이인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아렌트의 72여 저서들 중에 15권을 섭렵하여 개요와 대강의 줄거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크게 다섯가지로 구분하고 그 문제들을 접근할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저서들을 안내하는 작업에 가깝다고 말한다.
첫 번째,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적인 삶을 고민한 아렌트는 인간은 자유롭게 '행위'할 수 있을 때 인간답게 산다고 느낀다. 이때 자유는 '내 마음대로','내멋대로'의 의미가 아니다. '풀려나다','벗어나다'의 뜻도 딱히 아니다. 자동적 기계적 안정적인 현상 유지 상황을 깨뜨리고 틈을 내어 나만의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 그것이 자유의 본뜻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두 번째 문제는 정치, 그다음 언급되는 것이 공동체, 공동체간의 '이해하기'가 네 번째 마지막으로 세계를 삶에서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든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행위,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행위를 핵심으로 본다. 정치적 동물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의인화된 동물들이 토론하고 혁명을 통해 영향력을 주고 받는 정치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동물이 일상적 행동, 분절되고 반복되는 단순한 동작들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 자신의 행위를 개시하기 전의 타인의 행위에 대한 기대와 예측이 가능한 '정치적 행위'를 하기에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서 이러한 담론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을 관통하는 인간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은 타고난 본성대로만 살지도 않고, 주변 환경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평생 환경의 피해자로만 살지도 않는다. 실제 현실에서는 본성이 환경을 주관하지도 않고, 반대로 본성을 압도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본성이 주도하는 길만도 아니고 환경이 주관하는 길만도 아닌,
제3의 길을 개척한다.
2장 정치라는 문제/ 압도되지도 압도하지도 않는 인간
가장 어두운 시대에도 밝은 빛을 기대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불확실하면서 깜빡이는 약한 불빛에서 나올 수 있다는 아렌트의 문구를 인용하며 그녀가 절대 진리란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레싱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다양한 다수의 의견이 단순한 하나의 의견으로 묶이는 곳에서 세계는 사라지고 인간은 비인간화가 된다
아렌트는 쫓겨난 유대인이면서 여성 철학가였기에 이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페미니스트적 관점에 대해 저자 또한 고찰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이론 그 자체로 여성주의적인 것을 관철한 사람으로 평가하며 페미니스트나 안티페미니스트 집단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를 중시했던 아렌트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에게, '전체주의'는 자유를 말살하고 영혼의 상실을 가져오는 테고 말한다. 전체주의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담론은 우리나라의 현실 정치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잘못된 권력은 폭력적이고 고요함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놀리는 입'을 틀어막는 것이 폭력이며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고 고요하고 적막한 곳이 폭력의 세상이라고 한 아렌트. 저자는 제3장 공동체의 문제에서 권력과 폭력의 관계 즉, 권력이 강할 때가 아니라 약할 때 폭력이 강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수많은 지식인이 자신의 연구와 저서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시대는 새로운 정치 국면을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된 '악의 평범성' 즉 무사유라는 악성 속성, 타인의 처지에 대한 몰이해가 거대한 악이라는 것을 언급한 부분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고 사회 구성원인 우리 개개인에게 외로움을 느낀 후에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혼자 있으면서 잠깐 외로울 수 있는 개인의 문제가, 그녀를 연구한 수많은 정치철학이 20세기를 철저히 관통해 21세기인 오늘날의 대중사회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해석한 이인미 작가에 의해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수업>이라는 책으로 집약되고 있는 것 같다.
이 리뷰는 해당출판사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