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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전에 읽은 책에서 상상력은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라 했고, 또 어딘가의 책에서 모든 창조가 상상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책에서 상상의 폭주를 이성이라는 브레이크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아판타시아(Aphantasia)를 명명한 신경과학자 애덤 지먼에게 상상력은 철학적 수사가 아닌, 우리 뇌라는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소프트웨어입니다. 지먼 교수의 『상상하는 뇌(The Shape of Things Unseen)』는 이 강력한 힘의 정체를 최신 과학 연구를 통해 해부합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상상력은 예외가 아니라 우리 뇌의 기본 설정(default setting)‘**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창의적인 예술가들만이 상상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먼 교수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내일을 계획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모든 순간에 상상력이 동원된다고 말한다.
지먼 교수는 상상력이 인류의 가장 독특한 특성이자 생존의 핵심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우리의 뇌가 휴식 상태일 때 활성화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는 바로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상상 활동의 중심지입니다. 뇌는 기억의 조각들을 재조합하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그려보는 이 메커니즘을 통해, 상상력은 곧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 됩니다.
뇌는 무언가를 실제로 지각할 때와 머릿속으로 상상할 때 시각 피질(Visual Cortex)을 포함한 영역에서 유사한 활성화 패턴을 보입니다. 이는 상상력이 지각의 ‘오프라인 리허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외부 정보와 내부의 상상력이 정교하게 조율된 ‘통제된 환각(Controlled Hallucination)‘으로서 현실 인지 방식에 근본적으로 관여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합니다.
‘마음의 눈이 맹목적인‘ 사람들: 아판타시아와 인지적 다양성
지먼 교수는 상상력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로 아판타시아를 탐구합니다. 아판타시아는 내적인 시각적 심상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아판타시아를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창의적일 수 있으며(예: 픽사 창립자 에드 캣멀), STEM 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이는 상상력이 반드시 시각적 심상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공간 지각 능력 등 다른 경로를 통해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아판타시아인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과거를 ‘생생한 영화‘ 대신 ‘사실(Facts)‘처럼 저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깨어 있을 때는 심상이 없어도 꿈은 시각적으로 꾼다는 역설적인 사실은 상상력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상상력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조명합니다. 상상이 현실의 경계를 넘어 통제 불능이 될 때, 환각이나 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먼 교수는 여기서 ‘이성의 브레이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뇌의 전두엽 피질이 현실 확인을 담당하는 핵심 영역임을 설명합니다. 이 영역의 기능 이상이 환각을 유발하는 정신 질환과 관련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뇌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우리의 경험을 통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상상하는 뇌』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능력, 상상력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총체적인 탐험기입니다.
잘읽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