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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본능 - 우리 안에 프로그래밍된 협력과 분열의 비밀
마이클 모리스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평점 :
˝우리는 독립적인 이성적 행위자가 아니다. 우리는 동료 패턴을 따르게끔 배선된 부족적 생물이다. ˝
머릿말부터 2002년 월드컵으로 시작한다. 한국분이 아니가 의심이 들 정도로 자세하다. 원서에서도 이렇지 궁금하다.
하여튼 그 때 언론, 학계, 정제계등에서 히딩크 감독이 4강까지 간 원인은 단순히 지도자 개인의 역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실력과 혁신, 개방적 문화, 공정한 시스템, 그리고 집단적 열정이 결합된 복합적 결과였다고 결론지었다.
이 책의 작가는 흥미로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이 강력한 본능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 힘의 방향을 살짝만 바꿔주는 것입니다. 작은 상징, 의식, 혹은 존중의 제스처 하나가 집단 전체의 태도를 바꾸고, 심지어 적대 관계에 있던 집단 사이에서도 신뢰와 화해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례로 증명합니다.
우리는 흔히 ‘부족주의(tribalism)‘라고 하면 편 가르기, 배척, 맹목적인 집단 이기주의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나와 다른 너˝를 구분 짓고 갈등을 일으키는 위험한 본능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만약 이 생각이 반쪽짜리 진실이라면 어떨까요?
『집단 본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은 부족 본능이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과감히 뒤집고, 오히려 인류가 생존하고 협력하며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선언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오해해 온 이 본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때,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부족주의‘는 왜 나쁜 것으로만 여겨졌을까?
다윈은 협력하는 집단이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룹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는 ‘부족주의‘의 부정적 뉘앙스는 사회심리학과 정치학의 발전과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인간이 ‘내 집단(us)‘과 ‘외 집단(them)‘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 구분이 종종 편견, 차별, 심지어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수많은 연구와 역사적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적 양극화나 맹목적인 팬덤 문화 등을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면서 ‘부족주의‘는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본능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가 본능 그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그 본능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부족 본능을 분열의 코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원래 설계된 목적인 ‘강력한 협력과 화해의 코드‘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세 가지 ‘연결‘ 본능
저자는 인간의 집단 본능이 사실은 세 가지 강력하고 긍정적인 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 동료 본능 (Peer Instinct):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따돌림‘을 두려워하고 유행을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 본능은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사회적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됩니다.
* 영웅 본능 (Hero Instinct): 우리는 뛰어난 리더나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을 따르며 감동과 영감을 얻습니다. 롤모델을 정하고 그를 닮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이 본능은 우리를 더 나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 조상 본능 (Ancestor Instinct): 우리는 역사와 전통, 우리보다 앞서간 세대의 이야기에 깊은 유대감을 느낍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고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이 본능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분열을 넘어 화해로 나아가는 길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팀이 부활하는 과정, 브라질의 국민 드라마가 사회를 변화시킨 이야기, 싱가포르의 성공적인 국가 정책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를 통해 집단 본능이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가장 깊은 본능은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