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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 오브 본즈 - 호모 날레디, 인류 진화사를 뒤흔든 신인류의 발견과 다시 읽는 인류의 기원
리 버거.존 호크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알레 / 2025년 7월
평점 :
고인류학자와 동굴탐험.
2013년 9월 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라이징 스타(Rising Star) 동굴 시스템 안의 ‘디날레디 챔버(Dinaledi Chamber)‘에서 두 명의 동굴 탐험가가 우연히 수많은 화석 뼈를 발견했다. 이 발견은 곧 고인류학자 리 버거(Lee Berger) 박사에게 보고되었고, 그해 11월 7일부터 대대적인 정식 발굴이 시작되었다. 이 탐사는 2013년 11월부터 한달간 진행되었고, 2014년 2월과 4월까지 추가적인 조사, 수습 작업이 이어져 그 결과물이 2015년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동굴 깊은 곳에서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쓸 발견이 이루어졌다. 리 버거와 존 호크스의 『케이브 오브 본즈』는 그 위대한 발견과 탐험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탐사를 이끈 고인류학자 리 버거와 과학적 분석을 맡은 존 호크스는, 신인류 ‘호모 날레디‘를 통해 인류의 기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호모 날레디가 잠든 ‘디날레디 체임버‘는 18cm 너비의 수직 통로를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극한의 공간이었다. 2013년 11월 시작된 탐사는 한 편의 모험 영화와 같았다. 리 버거는 이 탐사를 위해 ‘지하의 우주비행사‘라 불린 6명의 여성 과학자로 팀을 꾸렸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1,500점이 넘는 화석을 수습했고, 책은 이들의 헌신과 용기가 만들어낸 기적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탐사팀이 마주한 것은 인류 진화의 상식을 송두리째 흔드는 혁명적 증거였다. 첫 번째는 신종 인류 ‘호모 날레디‘의 발견이다. 약 30만 년 전의 이들은 오렌지 크기의 작은 뇌와 원시적인 상체를 가졌지만, 직립보행에 능숙한 현대적인 하체를 지녔다. 원시와 현대의 특징이 뒤섞인 이 모습은 인류의 진화가 하나의 줄기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여러 종이 공존하며 얽힌 복잡한 그물망이었음을 증명했다.
두 번째 증거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의도적 매장‘이다. 동굴 안에는 포식자의 흔적이나 다른 동물 뼈 없이 오직 호모 날레디의 유해만 가득했다. 이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동족의 시신을 동굴 가장 깊은 곳에 안치, 즉 ‘장례‘와 유사한 행위를 했음을 시사한다. 죽음을 인식하는 능력이 큰 뇌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었다. 나아가 동굴의 검댕과 새겨진 흔적은 이들이 불을 사용하고 상징적 행위까지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저자들의 혁명적 주장은 학계의 뜨거운 논쟁거리이며 앞으로 풀어갈 숙제다. 하지만 책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호모 날레디는 작은 뇌를 가진,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의 주장처럼 동족을 애도하고 상징을 사용했다면, 그들은 우리와 같았다.
이 책은 인간다움이란 뇌의 크기나 기술이 아닌,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다루는 능력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존재의 근원을 탐험하는 경이롭고 겸허한 여정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