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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
조 애버크롬비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1월
평점 :
복수는 달콤하지 않습니다.
🔪 르네상스풍 킬빌? 복수 명단을 찢는 다크 판타지 스릴러!
조 애버크롬비의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르네상스 이탈리아풍 다크 판타지 배경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킬빌>˝입니다.
읽는 내내 손에서 놓을 수 없었지만, 이 책은 단순한 ‘통쾌한 복수극‘이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가 ‘합법적으로 상상‘하며 즐기는 복수 서사의 가장 어둡고 냉소적인 결론을 보여줍니다.
파멸로 시작된 모험.
명성 높은 여성 용병 지휘관, 몬자 머카토. 남동생 베나의 죽음과 자신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절벽에서 떨어집니다. ‘한순간에 행복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힘든 여정의 모험‘이 시작되는 완벽한 순간이죠. 이 강력한 서사의 방아쇠가 독자를 단숨에 다크 판타지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이 소설은 ˝복수는 차게 식었을 때, 가장 맛있는 요리다˝라는 유명한 경구처럼, 몬자가 자신을 배신한 일곱 명의 명단을 들고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직선적인 ‘명단 기반 복수(List Vengeance)‘ 구조를 취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처럼 말이죠.
그녀의 복수는 감정적인 폭발이 아닌, 냉철한 계산과 실용주의에 의해 ‘차갑게‘ 수행됩니다.
몬자의 여정은 우마 서먼의 신부처럼 시원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복수 서사의 궁극적인 질문, 즉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향해 달려갑니다.
* 박찬욱의 그림자: 몬자가 복수에 성공할수록, 그녀의 주변 인물(특히 셰이버스)은 폭력에 체념하며 황폐해집니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등]이 보여주는 ‘폭력의 연쇄‘와 허무주의적 파국과 궤를 같이 한다.
* 고전의 경고: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이 부패한 국가의 질병을 정화하려다 오히려 파국을 맞듯이, 몬자의 복수 역시 피의 순환을 끊지 못하고 그 오염의 일부가 됩니다.
💔 복수극이 남기는 것: 공허함의 심리학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실에서 불가능한 ‘정의‘의 대리 실현을 체험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복수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래의 상처를 연장시키며 분노를 강화하는 ‘복수의 역설(Revenge Paradox)‘을 보여줍니다.
몬자 머카토의 여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통쾌함과 심리적 불편함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다크 판타지, 복수 심리학, 그리고 ‘배신당한 자의 정의‘에 대한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는 명작을 찾으신다면,
이 책은 절대 놓치지 마세요. 읽고 나면 씁쓸하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몬자 머카토의 피의 여정! ⭐️
˝사람들은 점차 독에 익숙해진다.˝ - 빅토르 위고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