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많은 반면, 집사람에겐 전쟁에 대한 감정이 더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감정이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법이지... -p198 우리집엔 두 개의 전쟁이 산다201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는 이전까지의 전쟁은 남자들의 언어로 쓰여졌지 여자들의 전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겪은 남자들과는 다른 전쟁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간단 요약본과 다르단 건 명백했다.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p221수많은 고통에 찬 외침들이야말로 이 책의 쓴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전쟁은 사람을 황폐하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쟁 중이거나 끝난 후에도,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후에도 전쟁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만 정신을 놓으면 다시 끔찍한 기억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들에게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한 현실이다. 나라를 지켰지만 전쟁에 나갔었다는.이유로 겪은 모욕과 수치까지. 전쟁의 고통 만이 다가 아니었다.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미워한다. 이 책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들의 반복이지만 사연 하나하나가 가슴아프고 절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시대와 전쟁을 겪어온 수많은 이름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런 식으로라도 알려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목소리라도 묻히지 않았으면,... 그리고 목소리를 내어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음 싶다. 어쩐지 책을 다 읽었음에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