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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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기계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기계와의 경쟁>에서 폭스콘의 예처럼 학력이 짧거나 월급이 적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폭스콘이 좋은 예다.


   아이폰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중국기업 폭스콘은 애플의 제품은 물론 노키아, , HP,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들을 조립업체로 중국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폭스콘은 지난 2010년 봄, 국제적인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 달 사이에 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16명이 공장 창문 그리고 기숙사 창문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고등교육을 갓 마친 10대 후반의 직원들이 돈을 위해 4초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하루 10,000번의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했다. 이런 노동을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해서 버는 월급은 고작 520 위안,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이었다.


   기가 막힌 것은 폭스콘의 대응이었다. 1년 매출이 애플이나 델, 마이크로소프트과 같은 글로벌 업체의 매출액을 뛰어넘지만 이익률은 4% 남짓(애플의 이익률은 27%이다)으로 값싼 노동력을 무기(가격 경쟁력)로 하는 조립회사에게 직원들의 근무조건 등에는 관심 없었다. 폭스콘은 직원들의 투신사건이 있은 후 세계적인 비난을 받자 오히려 폭스콘은 앞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10,000 대의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계를 통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폭스콘의 전략'으로 중국 청년 수십만 명이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사회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레미 리프킨 역시 1995년 출간된 책 <노동의 종말>에서 우리는 세계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점점 더 적은 수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중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리프킨은 나아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문명사회는 더 이상 일자리가 필요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책에 적었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경제의 분야에서 기술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수백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와의 경쟁>이 기술이 진화할수록 사라지는 일자리 속 인간의 미래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앤드루 맥아피 교수와 함께 쓴 신간 <2의 기계 시대>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共生)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어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강화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어 정신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만을 고민한다면 기계에 대체당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기계가 인간을 도와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우버 택시는 운전자에게 과거 택시 기사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꼽았다. 이들은 첨단의 과학기술로 기계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사진술의 진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화, 조합적 발전의 두 가지 큰 경제적 결과인 제2의 기계 시대의 풍요와 격차를 잘 드러낸다. 우리는 해마다 마우스를 몇 번 누르거나, 화면을 몇 번 건드리는 것만으로 거의 4천억 번에 이르는, 이른바 코닥 순간을 맛보면서 수많은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코닥에 필요했던 인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디지털 사진과 다른 상품들의 풍요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예전보다 소득 격차를 훨씬 더 벌려놓았다.”(163164)

 

   저자들은 우선 기술의 진보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우려했다. 폭스콘의 기계도입과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제품의 생산력을 높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자본가에게 가게 되므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불렀다.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약진하던 중국이나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은 뻔하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강한 풍요(strong bounty)'를 내세우는 이들은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모든 사람의 경제적 삶이 더 나아지고 있는데,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시실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까?”(211)하고 묻는다.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 역시 지난 13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불평등은 생산의 기여에 대한 대가라며 자본을 축적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기술 덕분에 삶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 불평등의 증가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기술 발전에 대응해 기술력을 다룰 줄 아는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기계와의 경쟁 시대에 생존하게 될 직업은 무엇일까?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 일해야 하는 감성 노동자, 인공지능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일부 서비스 직종 등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즉 리더십, 팀워크, 협상법, 공감 능력, 가르치는 일이나 환자를 간호하거나(nursing), 사람들을 가르치거나(teaching), 노약자를 돌보는(caring) 직업군이 특히 중요해질 거라 전망한다.


2의 기계시대로 더 깊이 진입할수록 우연한 사고로 생겨나거나 악의적으로 일으키는 위험들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물질적 욕구 충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재앙, 진정한 존재론적 위험, 자유 대 독재 등 기술이 낳을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될 것이다.”(316)

 

   제 2의 기계시대의 도래에 우려되는바 적지 않다. 저자는 제2의 기계시대에 접어들면 복잡하고 치밀하게 연결된 시스템으로 사소한 결함이 예측하지 못한 연쇄적인 사건들을 통해 확대되면서 훨씬 더 큰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거나 스파이, 범죄자,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에서 환경 파괴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 2의 기계시대는 경이로운 미래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똑똑한 기계는 정말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까?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과 관련 경제학 지식을 아우른 저자의 놀라운 통찰을 만나다 보면 부지불식중에 미래의 바다를 유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작 <기계와의 경쟁>도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4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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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마틴 베레가드 & 조던 밀른 지음, 김인수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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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월튼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바로 "인생을 잘못 살았어"였다. 그는 자식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손자들의 이름은 절반도 외우지 못했으며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아내 역시 순전히 의무감 때문에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성공을 위해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일화다. 기술의 진화로 세상은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데, 그만큼 오히려 그 반대다. 기술의 혜택으로 업무는 줄어야 할텐데 아니라는 말이다.휴대전화 덕분(?)에 업무전화는 퇴근 후에도 울리고, 24시간 배달되는 메일은 집에서도 야근을 부추긴다. 근무 중 메신저에 수시로 울려대는 상사의 메시지는 또 어떻고?


성공하면 행복할 거란 생각은 오늘의 불행을 부르는 착각이다. 얼른 버리자. 오히려 오늘 행복하면 내일 성공할 수 있다.
그럼 오늘의 행복은 뭘까? 당장의 1분, 1시간,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산다면 그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다.

결론은 순간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럼 일과 가정과 내 생활에서 즐거운 방법은 뭘까?


무일푼에서 리마커블한 자수성가를 이룬 25명의 기업가들이 그 놀라운 비밀을 토해놨다.
그들이 전하는 비밀은 그들의 성공만큼이나 놀랍도록 단순하고 실천가능한 것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이다.
이것만으로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습니다." 어느 대중목욕탕 세신(洗身) 코너 벽면에 쓰여진 글이다.

말장난 같지만, 책 마다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이 책은 올 한해라는 미래를 계획하는 지금, 딱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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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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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타트업, 창조적독점만이 왕도다

 

   나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매년 초여름 발표하는 ‘CEO가 휴가 때 읽을 책이 영 탐탁치 않다. 스스로 비즈니스북 칼럼니스트라고 자처하는 내가, 일 년 중 경제경영, 자기계발서가 유일하게 반짝 팔리게 만드는 이 반가운 기획에 불만이 있을 리 없다. 다만, ‘CEO가 읽을 책만 추천하는가하는 아쉬움이 불만이다. 'SERI 추천도서CEO의 관점에서 조직경영과 미래, 자기계발 등을 위해 경제경영·인문교양 분야의 도서를 선정하고 있다면, ’직장인의 관점에서 필요한 책들을 추천하는 기획 역시 필요하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수많은 신간 중에서 올해 안에는 꼭 읽을만한 책들을 신뢰할만한 사람들이 추천해 준다면 좋은 책들이 아까운 책으로 남지 않고 더 많은 독자를 오랫동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출판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책은 단연 미생이다. 만화 미생은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원작이 주목되는 이른바 미디어셀러가 되면서 지금까지 200만부(올해 100만부를 넘은 책은 미생뿐이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재작년에 진즉 나왔던 책, 꽤 많은 화제를 낳은 책이지만 그 해 ‘CEO 추천도서에 들지 못했다. 만약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기는 불가능했다. 지난 해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자기계발 분야에서 큰 화제를 낳아 인문서로는 드물게 단기간에 수만 부가 팔린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 역시 올해 CEO 추천도서에서 누락되었다. CEO들이 반길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국내에 출간되어 현대자본주의의 폐해와 계층간 불평등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부자들에게 글로벌 부유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과 한국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밝힌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 그리고 자본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등이 내년 CEO 추천도서에 선정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직장인 추천도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개하는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 역시 직장인 추천도서가 생긴다면 선정되어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전자결제시스템회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스탠퍼드대에서 펼친 스타트업 강의를 엮은 것으로 세계의 기업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이 격찬한 바 있고, 아마존은 ‘2014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 제2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될 순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수도 없다.”(8)

 

   ‘스탠퍼드대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라는 부제의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의 핵심은 단 하나, 0(, ZERO)에서 1(, onE)이 되려면 무엇인가 창조되어야 하는데, 그 무엇(ONE)은 유니크(unique) ,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좋은 예다.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애플의 배를 넘는다. 20143분기 삼성전자는 9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반면, 애플은 3900만대에 그쳤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제조·판매 규모만 커질 뿐,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과 삼성 모두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 이후 줄곧 하락해온 것은 같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을 2대 이상 팔아야 아이폰 1대 매출이 나올 만큼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매 분기마다 20%대 후반에서 30% 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20% 대로 올라섰다가 올 3분기 8%(추정치) 대로 하락했다. 이유는 뭘까?


   애플의 아이폰은 제로 투 원의 전형적이 사례다. 스크린 터치 기술로 디지털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의 신기원을 이룩한 아이폰은 대만 폭스콘 등으로부터 전량 외주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애플은 단말기 매출 외에도 아이튠즈 등 서비스 매출, 소프트웨어 매출 등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반면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갤럭시폰은 스마트폰의 설계부터 부품 소싱, 생산까지 모두 수직 계열화한 구조여서 제조비 부담이 아이폰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시장 공략 실패시 돌아오는 실적악화 폭이 더 크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보다 모방은 훨씬 더 쉽고 덜 위험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아류(亞流)는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저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어려운 과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무리 이익을 내고 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것이라 저자는 경고한다. 최근 아이폰 66플러스 출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애플과 갤럭시폰의 계속된 실적 악화로 고전중인 삼성전자의 현실은 저자인 피터 틸의 경고와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이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단순한 창업 지침서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로서 기업 경영과 경제학 원리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기본개념인 완전경쟁독점에 대한 설명은 특히 인상적인데, 저자는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경제학 원론에서 완전경쟁은 생산자의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와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점으로 이상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상태로 간주하지만, 현실은 엇비슷한 회사들이 시장에 맣이 진입하면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해 애초에 그들이 이끌렸던 수익이 없어지게 되어 손해를 입어 사업을 접거나 장기적으로 탁월한 경제적 수익을 내는 회사는 없게 된다.


   그렇다면 완전경쟁의 반대는 뭘까? 독점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독점은 교활하게 경쟁사를 없애거나, 정부의 편애를 받아 독점인 경우는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비슷한 제품을 내놓지 못할 만큼 자기 분야에서 탁월해 경쟁자가 없는 창조적 독점을 의미한다. 독점기업은 혼자만의 시장을 가졌기 때문에 가격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경쟁이 없으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생산량과 가격의 조합으로 제품생산이 가능하다. 구글은 독점의 대표적인 회사다. 구글은 2000년대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야후를 크게 따돌렸고, 이후 검색 분야에서 경쟁자가 없었다.


   구글 같은 독점기업은 수익 창출 이외의 것을 생각할 여유가 있다. 즉 다른 기업과 경쟁할 걱정이 없기 때문에 직원, 제품,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신경 쓸 여유가 있다. 완전경쟁시장하의 경쟁기업들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완전경쟁에서 기업은 오늘의 이익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그러므로 기업이 매일 매일의 치열한 생존 투쟁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바로 독점이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편 중세시대처럼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독점기업은 지대(地代) 수금원밖에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세상, 즉 언제든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발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구글을 뛰어넘는 또 다른 창조적 독점기업이 언제든 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창조적 독점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영원(永遠)은 없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이와는 정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49)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저자 피터 틸의 주장은 혁신적인 회사들을 창업했던 자의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적 독점을 먼저 이해하는 일이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시작이다.


이 리뷰는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2호)에 소개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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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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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루이스,  초단타매매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하다

 

   올해 경제경영서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과 <머니볼>, <라이어스 포커>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쓴 <플래시 보이스>일 것이다. <21세기 자본>이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에 걸친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줬다면, <플래시 보이스>는 첨단기술을 앞세워 주식시장을 노리는 월스트리트의 약탈자들을 고발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의 초단타매매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뉴욕 주 검찰 역시 초탄타매매를 통한 부당 이득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라니 칼보다 강한 펜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첫 페이지부터 저자는 “당신이 알고 있던 주식시장은 없다!”고 단언한다.

 

   마이클 루이스는 어느 날 골드만삭스의 직원이었던 그 러시아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그곳을 퇴사한 후 2009년 여름, FBI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미국 정부가 내세운 그의 혐의는 골드만 삭스의 '컴퓨터 코드'를 훔쳤다는 것.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살로만 브라더스의 채권 세일즈맨으로 일한 적이 있었던 마이클 루이스는 세르게이의 절도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던 '초단타매매 프로그래머'였던 그가 훔친 ‘컴퓨터 코드’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이 의문 때문이었다.

   RBC(로열뱅크오브캐나다)직원이자 7년 경력의 트레이더인 청년 브래드는 어느 날 자신의 주문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사건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나의 매매의도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거래를 하면 계속 손해를 봤다. 주위를 확인해 보니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트레이더의 모니터에서 종종 마술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청년은 토론토에서 월가로 부임하면서 그 원인이 바로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HFT: High Frequency Traders) 즉, 고성능컴퓨터, 초고속통신망 등을 기반으로 자동화된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수천 혹은 수백만 분의 1초의 속도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반복하는 거래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2,000명의 사람들이 광케이블 매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막 사십대에 접어든 댄 스피비는 시카고상품거래소와 나스닥증권거래소 간의 실제 매매 속도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매매 속도와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3억 달러를 투자받아 '스프레드 네트워크스'라는 회사를 설립, 빠른 속도가 보장되는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있는 데이터센터와 뉴저지주 북부의 증권거래소를 연결하는 케이블선을 최대한 은밀하게 개척했다. 케이블의 설치 목적은 누구나 참여하는 시장의 내부에 수천만 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속도가 더 빠른 케이블을 팔거나 임대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월스트리트가 0.001초라도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획득하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일반 및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를 중개하는 대형은행들과 초단타매매꾼이 서로 결탁해 고객의 주문 정보를 미리 빼돌려 공정하게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였다.

 

   미국은 국토면적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와는 다르게 다수의 증권거래소가 존재하는데(그 점에서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보는 수백 명의 매니저들이 전화기를 들고 주문을 내고 받는 호가창은 허상인 셈이다), 그로인해 생기는 같은 종목에 대한 찰나의 가격 괴리를 이용하여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먼저 그 정보에 접근하고 최단 시간에 주문을 넣어 일반 트레이더로부터 차익거래를 얻는다는 아이디어는 이들이 마이크로세컨즈 즉, '수백만 분의 1초' 싸움에 뛰어들게 했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단말기를 보고 주문을 넣을라치면 사라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관건은 속도에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거래소에 주문이 닿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거래소 인근의 부지를 매입하거나 비밀리에 광케이블을 설치했던 것이다. 첨단 기술이 낳은 오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생산했고, 결국 시장은 왜곡되면서 돈을 더 많이 가진 자들이 시장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증권거래소가 한 곳인 한국의 주식시장은 안전할까? 국내의 한 증권사는 이른바 ‘스캘퍼(scalper)’ 즉, 가장 짧은 기간 동안 포지션을 유지하는 투자자를 일컫는 말로 일반적으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1일 100회 이상 초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거래소도달 속도가 일반 회선에 비해 빠른 ‘전용선’을 대여하고 있었다.

   한국거래소에서 증권사로 연결되는 1번째 서버인 FEP(Front End Processor)서버에 직접 연결되도록 돕고 있는데, ‘방화벽’을 거치지 않아 접속속도가 빠르다. 한마디로 스캘퍼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매매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얻는 것은 수수료 수익. 시스템트레이딩을 통해 일 평균 200~300건 정도의 매매를 하는 스캘퍼들은 향상된 거래속도로 매매를 할 수 있어 남들보다 훨씬 유리하고, 증권사는 스캘퍼들이 매매할 때마다 늘어나는 수수료를 챙겨서 좋은 구조였지만, 문제는 소규모 자금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 전용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난 2011년 검찰은 12개 증권사에서 이 같은 전용선매매 정황을 포착, 각사 경영진을 현행법령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금융계의 뿌리 깊은 문제는 일종의 도덕적 무력감이었다. 금융계안의 모든 사람들이 편협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계가 얼마나 부패하고 사악해졌는지에 상관없이 금융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22쪽

 

   월가의 추악한 탐욕의 전모(全貌)를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 마이클 루이스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바짝 붙어 시선을 추적하면서도 결코 즐길 수 없었던 이유는 모럴 헤저드, 즉 도덕적 헤이에서 비롯된 무력감 때문이었다. 그들의 탐욕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은 언제까지고 말 그대로 돈(資)을 길바닥에 던져버리는(投) 투자(投資)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초단타매매라는 투자 기법은 눈부신 기계 시대의 총아일 터, 기술의 진보가 거듭될수록 변화될 투자기법들이 두려워졌다. <제2의 기계 시대>에서 저자 에릭 브린욜프슨와 앤드루 맥아피는 기술의 진보는 기술의 소유여부에 따라 부와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고 했지만 날로 진화되어가는 디지털 기술에 따라 변화하는 투자방식 또한 따라잡지 못한다면 온전한 투자가로 거듭나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충분히 공부해서 익히지 않으면 돈벌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2002년 존 고든이 쓴 <월스트리트 제국>은 현재 세계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350년 역사(1653-2001)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통사를 보여주는 한편, 사기와 협잡, 위험감수, 애국심, 권력을 향한 욕망, 천재성, 우둔함 등으로 점철된 '슈퍼파워' 월스트리트의 역사를 묘사했다. <플래시보이스>를 통해 본 오늘의 월가 역시 13년 전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책을 덮으며 “월가 금융인의 거듭된 실패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함을 몰라서다.”라는 세계 4대 투자 거장이자 월스트리트의 성인이라 추앙되는 존 C 보글 일갈이 떠올랐다. 불평등(不平等)에 대한 해답은 ‘충분함을 알라Be Enough'가 아닐까.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0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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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눈 - 호기심의 문을 열고 전 세계 일상을 담다
얀 칩체이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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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일상을 탐구하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갑부중 5위를 기록한 잉바르 캄프라드(순자산이 429억달러-한화 약48조 원)는 43 개국에 338개의 매장과 15만 4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창업주다. 이케아가 현재의 성공을 구가하게 된 데에는 캄프라드의 남다른 사업수완과 함께 놀라운 관찰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있었다.

 

1970년대 작은 가구업체의 젊은 사장이었던 캄프라드는 어느날 거래처를 찾아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탁자를 배치하고 사진을 찍은 뒤 이를 다시 포장하다가 탁자의 부피가 너무 커서 포장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때, ‘탁자가 커서 힘들다면, 작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캄프라드의 머릿속을 번쩍 스쳤다. 유레카!

 

캄프라드는 즉석에서 탁자의 다리를 떼어냈다. 그러자 포장의 부피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거다!’ 캄프라드는 완성되지 않은 가구부품을 납작한 상자 안에 넣는 조립분해 방식을 도입해 ‘플랫팩 가구Flatpack Furniture’라 이름 짓고 이러한 방식을 이케아의 거의 모든 가구에 적용시켰다.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은 포장의 부피만 줄여준 것이 아니라 큰 부피의 물건을 배송하며 생길 수밖에 없었던 파손 사고도 현격하게 줄여주었다.

그 뿐 아니라, 가구를 부분 포장해 부피를 줄이자, 고객들은 자동차를 직접 몰고 와 바로 가구를 싣고 가기 시작했다. 운송비와 조립비 부담이 없게 되자 이케아의 가구는 다른 업체보다 훨씬 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가구들을 직접 조립하는 즐거움도 생겨나 이케아를 구입하는 또 다른 매력이 되었다.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은 자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오늘날 전세계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캄프라드의 뛰어난 관찰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케아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화학자 스젠트 기요르기는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얻는데 관찰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을 것이다. 생각의 첫걸음인 ‘관찰력’을 말한 책들을 소개한다.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중에서

  

   

관찰의 눈

 

“현장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공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싶다면 맨몸으로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과 대조하며 신중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뒷짐만 지고 훈수를 두는 것은 문제 해결이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 모두를 충족하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소비자의 내재된 심리나 제품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소비자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발상으로만 채워진 경우다.”

 

<나는 다른 것을 본다>의 저자 이자 2013년 한국의 마케터상을 수상한 송현석이 한 말이다. 한마디로 책상물림의 생각으로는 제대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관찰의 힘>을 살펴봤다면 “도대체 저자(얀 칩체이서)는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관찰했다는 거야?” 하고 질문했을 것이다. 저자의 관찰력이 궁금하다면 <관찰의 눈>을 읽어야 할 차례다. 이 책은 저자가 쓴 일종의 ‘현장일기’다. <관찰의 힘>이 저자의 머릿속을 그린 이론서라면, <관찰의 눈>은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장의 모습과 가슴으로 느낀 감정들이 담긴 노하우가 담겼다.

수많은 화보와 감상들을 통해 저자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의 모습을 찾아내는 생생한 현장을 사진일기 형식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독자는 그 속에서 ‘기업들이 현장 조사에 투자를 하는 이유,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을 수 있다.

 

요즘 리서치 작업의 만능 열쇠는 ‘빅데이터’라 불리는 데이터 사이언스다. 데이터 중심의 접근방식은 전에는 알 수 없었던 통찰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중국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어떻게 브랜드 포지셔닝을 해야 하나?’

‘주요 세계시장들에서의 소비자 요구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제공할 G4 전화 서비스의 틀을 잡아 달라’

‘우리가 새 상품을 내는 데 있어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 설명하고 제품을 위한 로드맵의 틀을 잡는 것을 도와 달라’

 

저자가 고객사들로부터 받는 질문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답을 찾아내는 곳은 하나, 현장이다. 저자가 현장을 중시한 것은 목적이 입지적 현장(place)가 아닌 현장에 있는 사람(people)에 있다. 그는 ‘현장에서 사람 관찰하기‘의 중요한 이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사람들의 행동과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무슨 일(what)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방법(how)에 대한 이해와 이유(why)도 알게 된다.

- 기존 고객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객층을 파악 소통하게 하고, 흥미로운 제품을 국제 규격에 맞춰 고립화를 막아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을 준다.

- 혁신의 기회를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돕는다.

- 다듬어지지 않은 창조적 자료 및 통찰과 더불어 여러 가지 요구를 해결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우선적 이해를 제공한다.

- 아이디어에 관객을 몰입시킬 이야기를 얻을 수 있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기업을 넘어서 더 넓은 곳을 몰고 갈 수 있다.

 

현장이야말로 관찰력이 창발할 수 있는 공간이자 창의적인 공장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과 대조하며 신중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자.

 

이 글은 삼성SDS가 매월 발행하는 사보웹진 사람@꿈 11월호에 소개된 북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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