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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다가올 기계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은 <기계와의 경쟁>에서 폭스콘의 예처럼 ‘학력이 짧거나 월급이 적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폭스콘이 좋은 예다.
아이폰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중국기업 폭스콘은 애플의 제품은 물론 노키아, 델, HP,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들을 조립업체로 중국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폭스콘은 지난 2010년 봄, 국제적인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 달 사이에 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16명이 공장 창문 그리고 기숙사 창문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고등교육을 갓 마친 10대 후반의 직원들이 돈을 위해 4초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하루 10,000번의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했다. 이런 노동을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해서 버는 월급은 고작 520 위안,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이었다.
기가 막힌 것은 폭스콘의 대응이었다. 1년 매출이 애플이나 델, 마이크로소프트과 같은 글로벌 업체의 매출액을 뛰어넘지만 이익률은 4% 남짓(애플의 이익률은 27%이다)으로 값싼 노동력을 무기(가격 경쟁력)로 하는 조립회사에게 직원들의 근무조건 등에는 관심 없었다. 폭스콘은 직원들의 투신사건이 있은 후 세계적인 비난을 받자 오히려 폭스콘은 앞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10,000 대의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계를 통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폭스콘의 전략'으로 중국 청년 수십만 명이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사회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레미 리프킨 역시 1995년 출간된 책 <노동의 종말>에서 “우리는 세계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점점 더 적은 수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중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리프킨은 나아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문명사회는 더 이상 일자리가 필요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책에 적었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경제의 분야에서 기술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수백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와의 경쟁>이 기술이 진화할수록 사라지는 일자리 속 인간의 미래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앤드루 맥아피 교수와 함께 쓴 신간 <제2의 기계 시대>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共生)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어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강화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어 정신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만을 고민한다면 기계에 대체당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기계가 인간을 도와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우버 택시는 운전자에게 과거 택시 기사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꼽았다. 이들은 첨단의 과학기술로 기계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사진술의 진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화, 조합적 발전의 두 가지 큰 경제적 결과인 제2의 기계 시대의 풍요와 격차를 잘 드러낸다. 우리는 해마다 마우스를 몇 번 누르거나, 화면을 몇 번 건드리는 것만으로 거의 4천억 번에 이르는, 이른바 ‘코닥 순간’을 맛보면서 수많은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코닥에 필요했던 인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디지털 사진과 다른 상품들의 풍요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예전보다 소득 격차를 훨씬 더 벌려놓았다.”(163∼164쪽)
저자들은 우선 기술의 진보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우려했다. 폭스콘의 기계도입과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제품의 생산력을 높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자본가에게 가게 되므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불렀다.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약진하던 중국이나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은 뻔하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강한 풍요(strong bounty)'를 내세우는 이들은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모든 사람의 경제적 삶이 더 나아지고 있는데,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시실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까?”(211쪽)하고 묻는다.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 역시 지난 1월 3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불평등은 생산의 기여에 대한 대가‘ 라며 ’자본을 축적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기술 덕분에 삶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 불평등의 증가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기술 발전에 대응해 기술력을 다룰 줄 아는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기계와의 경쟁 시대에 생존하게 될 직업은 무엇일까?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 일해야 하는 감성 노동자, 인공지능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일부 서비스 직종 등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즉 리더십, 팀워크, 협상법, 공감 능력, 가르치는 일이나 환자를 간호하거나(nursing), 사람들을 가르치거나(teaching), 노약자를 돌보는(caring) 직업군이 특히 중요해질 거라 전망한다.
“제2의 기계시대로 더 깊이 진입할수록 우연한 사고로 생겨나거나 악의적으로 일으키는 위험들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물질적 욕구 충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재앙, 진정한 존재론적 위험, 자유 대 독재 등 기술이 낳을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될 것이다.”(316쪽)
제 2의 기계시대의 도래에 우려되는바 적지 않다. 저자는 제2의 기계시대에 접어들면 복잡하고 치밀하게 연결된 시스템으로 사소한 결함이 예측하지 못한 연쇄적인 사건들을 통해 확대되면서 훨씬 더 큰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거나 스파이, 범죄자,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에서 환경 파괴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 2의 기계시대는 경이로운 미래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똑똑한 기계는 정말 우리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까?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과 관련 경제학 지식을 아우른 저자의 놀라운 통찰을 만나다 보면 부지불식중에 미래의 바다를 유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작 <기계와의 경쟁>도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84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