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
송재환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바보야, 문제는 독서야!

 

지난 해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취직을 위한 전초기지로 변한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을 위한 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초등학교 중간고사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인간의 일인지라 실수야 있겠다 싶지만, 실수할 일이 따로 있지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십수 년간 수학(修學)한 결과를 재어보는 일생일대의 큰 일(낮은 점수로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던가)을 의심하고 의심해서 거듭 살펴야 할 일, 실수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

이 사건 이후 수학능력 시험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단 몇 시간의 시험으로 한 청년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건가하고 말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졌건만, 이놈의(?) 대학시험은 수십 년이 지나도 개선될 여지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수능준비로 충분히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기 위한 인격과 품격을 배웠는가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이라도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한 십수년 간의 공부가 과연 온당한가 충분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정도는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거대한 경쟁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바로 그 경쟁의 출발점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경쟁 속으로 내몰리는 걸까? 부모의 조바심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찾아오는 마음이 조바심이다. 부모는 자신의 조바심을 달래기 위해 아이를 끊임없이 채근한다. 하지만 채근하면 할수록 타고난 것마저 잃고 말 뿐이다. 아이와 부모가 모두 불행해지는 서곡의 시작이다. 부모의 조바심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조바심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아이들에겐 절대로 조바심이 없다. 부모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다. 하지만 부모는, 아니 학부모는 조바심 투성이다. ‘내 아이가 지금처럼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도 성공을 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그래서 선두 쥐를 좇아 아무 생각없이 달리다 결국 모두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레밍쥐떼처럼 다른 학부모가 하는 짓(?)을 따라 할 뿐이다.

 

한 엄마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당신처럼 위대한 과학자로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동화책을 많이 읽히세요.”

그러자 또 다른 엄마가 물었다.

우리 아이한테 동화책을 열심히 읽히고 있는데, 다른 방법은 더 없나요?”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아직 읽을 동화책이 많이 있을테니 더 열심히 읽히세요.”

 

아인슈타인의 일화다. 조바심이 나거든, 그만큼 책을 읽히자. 이쯤에서도 정말 책을 읽히면 될까?’ 하고 의심된다면, 당신은 필경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다.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자신이 즐기는 독서를 하루라도 빨리 자녀에게 권하기만을 기다린다.

 

<초등학교 1학년 책읽기가 전부다>는 이런 학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줄 책이다. 모든 학문이 순서가 있는 법, 독서 역시 첫단추부터 꿰어야 순조롭고 오래간다. 현재 20년 가까이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독서전문가로 알려진 송재환이 썼으니 신뢰할 만하다.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체득한 하나는 다름 아닌 모든 공부는 독서로 통한다라는 점이다. 독서를 하면 공부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굴비 엮듯이 따라온다. 우선 한 곳에 집중할 줄 알게 된다. 집중의 대상이 장난감이 아닌 책이니 더할 나위 없다. 오랫동안 앉아 책을 읽다 보니 궁둥이가 무거워진다. 이것으로 공부할 준비는 마친 셈이다. 저자는 책읽기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당장의 성적은 안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승자가 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책읽기를 게을리하면 지금 당장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기초 없는 모래성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공부는 책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디 공부뿐이겠는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심성이 곱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감성이 풍부해지며 인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친구 관계도 원만하다. 사고의 폭이 넓고 깊으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가 독서습관을 기르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TV를 없애야 한다. 이 책에 실린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아이들은 보통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평균 만 시간 정도 TV를 본다고 한다. 만약 이 시간에 TV를 보는 대신 책을 읽었다면 아마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세계적인 석학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TV나 컴퓨터 등의 영상 매체들은 시간만 빼앗는 게 아니라 시각 기관만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의 활성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에 따라 아이의 집중력, 이해력, 상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며 자신은 TV를 보고 킥킥거린다면 당신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아닌 셈이다.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은 TV를 집안에서 과감히 치우는 일부터가 아이의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TV를 치우기 위해 엄마는 드라마 욕심을, 아빠는 뉴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TV는 켜기만 쉬울 뿐, 끄려면 대단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시간은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부모 역시 독서를 하는 것이다. 2008년 조미아 박사가 진행한 <초등학생 학부모의 자녀 독서 활동개입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독서량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히려 학력보다는 부모가 독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적극적이냐에 따라 자녀의 독서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즉 책읽기에 적극적인 부모의 자녀들 중 40.7퍼센트가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는 반면, 책읽기에 소극적인 부모의 자녀들 중 같은 양의 책을 읽는 비율은 29.2 퍼센트에 불과했다.

 

학력이 아무리 높아도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아이도 집에서 책을 읽지 않고, 반대로 학력이 낮더라도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는 말이다. 러시아의 언어학자 비고츠키가 아이들의 지적 삶은 주변 어른들이 결정한다라고 했듯이, 아이가 지적으로 얼마만큼 수준 높은 삶을 살아갈지는 전적으로 주변 어른인 부모에게 달려 있다.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예부터 학습의 기본 요소로는 3R이 있으니 바로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 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읽기다. 읽기가 잘 되면 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셈하기 역시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읽기를 잘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쓰거나 셈하기를 잘할 수 없어서다.

 

결론적으로 공부 잘하는 자녀를 만들고 싶다면, 독서습관을 먼저 기르게 해야 한다. 자녀에게 책을 읽게 한 3년 뒤면 두드러지게 차분해진 자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말이냐고? 책을 잘 읽지 않는 당신 같은 사람은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너무나 잘 안다. 지금껏 당신만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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