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폴커 알부스 외 지음, 조원호 외 옮김 / 미술문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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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보다 더 훌륭한 멋진 디자인들이 100년 전부터 있었다?!
 
 세상은 완전히 변해 버렸다. 전화 한 대를 얻기 위해 100만원의 예치금을 넣고 백색전화 하나를 구입하려고 수 백 명의 순번을 기다리며 '제발 내 차례까지는 물량이 오게 해 주세요.' 라며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소화하려고 줄을 선 소비자를 경험했던 '제조업자 전성시대'인 20세기는 이제 안녕을 고하고,  기고만장했던 제조업자들은 '어디 나를 한 번 감동시켜 봐! 그럼 한 번 생각해 보지'라며 두꺼운 지갑을 쥔 채 팔짱끼고 아래로 내려다 보고있는 소비자의 눈치를 살피며 수십 가지의 신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가지고 있어 더이상 '부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를 만나야 하는 제조업자에게는 요즘같은 '소비자 절대 우위의 시대'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십인십색十人十色 이라고 했던가? 제조업자의 입장에서는 저마다 다른 소비자의 기호에 발맞추어 제품을 만들어내자니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밖에 없고, 금새 바뀌어 버리는 취향과 유행을 따르다 보니 넘쳐나는 재고에 치어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웃지 못할 상황' 연출된다. 그런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소비자를 우습게 여겼던 기업들은 보기좋게 퇴출되었고, 몇 몇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젠 쉬이 변해버리는 소비자를 따르기보다는 그들보다 앞서 늘 꿈꾸고 갈망하던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 다시 말해 소비자의 상상을 실현시켜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만이 살 길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른바 '감성마케팅'이 그것이다.
 
  오늘 하루동안 이 세상에 쏟아진 신제품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숫자를 가늠하기는 바닷가 모래알 세는 격일 만큼 자고 나면 바뀌는 신제품의 물결은 놀람을 넘어 경악하는 수준에 이를 지경이다. 이렇게 많은 신제품들 중에서도 몇 명도 안되는 주인을 만나고는 다시 창고로 들어가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20세기의 그때처럼 수 만의 대기자를 세울 만큼 사랑을 받는 대박제품도 나타난다. 게다가 하루 이틀 반짝유행이 아니라 수 년동안 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면 그 제품은 소비자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과연 아이콘으로 불리는 대박상품들의 무엇이 소비자를 그토록 광분시킨 걸까? 
나는 그 답은 과거로부터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제품들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지금 소개하는 이 책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책은 우선 '아이콘이란 무엇인가?' 를 우선 소개했다.
 컴퓨터에서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담고 있는 정보의 내용이나 기능을 함축하고 있는 작은 그림이란 뜻의 컴퓨터 용어로 먼저 알려진 아이콘Icon 은 그리스어인 'eikoon'에서 시작되었다. AD초기 비잔틴제국 시기의 황제는 자기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하기위해 제국의 변방에 자신의 초상화를 보냈는데, 이는 초상화의 개념을 넘어 그를 대신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인들에게 제국의 초상화는 성화(聖畵 : Icon)로 받아들여져서 이를 발전시켜 신비로운 의미를 담아 글자를 모르는 종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데, 이는 이미지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이상을 상징하는 이데아가 포함되어 아이콘은 심오하고 신비로운 진실의 거울로 여겨지게 된다.  그런 기원에 걸맞게 최근에 들어서는 어느 제품이 소비자들이 꿈꾸는 이미지와 이상을 고스란히 담아 표현되고, 그것이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을 때 우리는 그 제품에 대해 '아이콘이 되었다'고 부르게 되었다. 종교적 이미지와 이상으로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듯, 프로그램의 전체는 아이콘이라는 작은 그림으로 대표되었고, 이는 다시 시대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이상)을 하나의 제품으로 충족시켜 그것을 아이콘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디자인 이론가들이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재로 재정립된 개념의 아이콘의 의미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190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한 세기 동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사랑받았던, 몇 몇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83개의 제품을 찾아내고, 그 기원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상징적으로 반영했으며 소비자들로부터 그토록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한데 엮은 책이다. 그 시대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무장된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무수하게 쏟아졌는데, 그 중에서도 산업별로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 점에서 전면 올컬러의 화보를 채택하고 있는 이 책은 디자인 서적임에도 지난 백년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아이콘들의 탄생 스토리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작품에 이것들을 만든 디자이너가 소개되는데 관념적인 소비자들의 수요와 욕구를 잘 받아들여 이들은 예술작품으로서의 제품을 만듦으로써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제품디자인의 원류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1900 년대 초반부의 아이콘들을 살펴보면 디자이너로서의 기초교육이 전혀 되지않은 상황에서 도제로부터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혹은 현장경험을 하던 중에 다시 미술아카데미나 학원등에서 수련을 거쳐 다시 현장에 뛰어든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세련된 디자인이 통합된 제품들은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했고 결국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데 이것은 소비자에게 구매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요즘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아이콘을 소유한다는 것은 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고, 디자이너의 이상과 시대적 흐름에 발을 맞춰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힐 하우스 체어]나 홀쭉한 모양을 한 [코카콜라병], 그리고 [롤렉스 오이스터 손목시계]등은 1900년대 초기에 만들어졌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소비자들로 애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술과 실용을 겸비한 산업디자인의 힘의 유구성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21세기인 지금 쏟아지는 수많은 디자인아이콘들이 100년 후에도 여전히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얼마나 되고,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해 보게 된다.
 
뛰어난 감각들로 만들어진 1900년대 초기의 아이콘들은 현재와 같은 '감성의 시대'가 느끼기에는 후반부의 그것들보다 예술적인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커오면서 함께 했던 역사와 스토리를 오롯이 담고 있어 제품을 떠올리면 과거가 생각나고, 사람이 생각나며,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즉 자기체험적 기억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이 책에서 소개된 [지포 라이터]를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으로 가지고 있던 지포라이터를 한 번 더 켜보며 그 시절을 추억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이 신제품의 디자인에 앞서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걸작들을 우리글로 된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것은 참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디자이너 뿐 아니라, 제조업에 관여하고 있는 비즈니스맨, 특히 디자인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경험을 안겨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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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녹색마을 자연학교의 참살이 건강 비법
이태근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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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식습관에 대한 녹색마을 이장님의 충고!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원하지않는 것을 먹고, 좋아하지 않는것을 마시고, 하기싫은 일을 하는것이다." 라고 미국의 극작가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위트넘치기로 유명한 그가 올바른 섭생攝生 의 수고로움을 빗대어 한 말이겠지만, 그만큼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오래 사는 것 뿐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웰빙Well-being을 표방하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바쁨을 미덕'으로 삼는 요즘의 세태나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촌 환경에서 그것을 지키기가 힘들어졌음을 의미한다.
 
하루의 생활 중에서 무엇이든 입에 넣을 때마다 주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건강식과 올바른 식생활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놓은 말들은 가히 의사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모순되는 이야기들이 많고, 정작 자신들도 지키지 않으면서 귀동냥한 것을 과시하거나, 고가의 약품과 시술로 귀결되는 경험을 종종한다.  이렇듯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어야 잘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관심을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책 [밥상혁명] 또한 그 해결책을 위한 참고도서 중 하나다.
 
전북 임실의 구수골에 자리잡은 이름만 들어도 산좋고 물좋을 것 같은 [녹색마을 자연학교]의 교장이나 저자인 이태근씨가 쓴 이 책은 자신의 병(신장이식수술)을 치료하기 위해 찾은 이곳에서 병을 치유하게 되었는데, 모든 병의 근원은 바로 섭생攝生 즉, 식생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그 치료 또한 올바른 식생활로 개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어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치유법을 소개하고 그 효과를 알려 식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자 쓴 책이다.
 
  [제1장 자유에서 찾은 참 자유] 에서는 저자가 신장이식수술 후 약으로 생명유지 할 것이 아니라 다시 건강을 되찾아 내야겠다는 생각에 300여 권에 달하는 건강 관련 책을 읽고 요가, 명상, 생식, 단식, 단전호흡,무예, 침, 요리 등을 배우면서 건강을 되찾는 방법은 [식생활]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전북 임실 구수골로 내려와 녹색마을 이장님이 된 사연을 소개한다. 그리고 도시인들의 미래의 꿈이기도 한 노년에 있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의 꿈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해야 하는데, 삶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오늘 하루 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원생활이 좋은 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생계의 터가 이곳, 도시이고 미래에 생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도시에 남아야 하는 대부분의 도시민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결정사항이라 그리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인이 병든 후 찾아가는 고향이 결국 자연인가 생각해보니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제 2장 참살이 건강의 비밀]에서는 이 책의 본론 부분에 해당하는데 기존의 상식과 의학계의 소견과는 다른 흥미로운 주장을 펼쳐 주목하게 한 부분이다. 우선 그는 독일의 자연의학자이며 암치료 전문가인 로타르 히르나이제의 말을 빌어 "암세포는 간세포와 같은 기능을 한다. 종양은 체내에서 독을 제거하는 일을 돕는다. 종양이 없다면 우리 몸은 그야말로 병들어 있을 것이다. 종양은 우리 몸이 제사하는 놀랍도록 영리한 해결책이다. 환자가 건강해지면 종양은 저절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곧바로 종양 제거수술을 받지 말고 우선 해독작업부터 하라. 암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질병은 우리 몸의 해결사이고,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조정하려는 자연스런 작용이므로 질병의 발생 자체가 요법이고, 오히려 기뻐해야 할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발견하면 건강보조식품이나 수술 침 등에 의존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비우고, 자연식, 채식, 소식을 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꾸준한 운동과 쾌적한 환경, 정신적인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현재 치료법과 전혀 상반된 주장이고 다소 위험하기까지 했는데, 종양 제거수술이후 전이가 확산되어 사망하거나, 제거 이후에도 재발의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암에 대한 현재의 의학소견을 비추어 봤을 때 그에 대한 부정은 어렵다는 판단이 선다. 이 주장의 근거는 온전한 건강상태의 몸일 때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충분한데, 그 균형이 깨어져 버려 침투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건강을 회복한다면 소멸하고 만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너무나 상반된 견해여서 주장에 따른 근거와 그 사례들이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특히 그는 단식에 대해 강조했는데, 현대인들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주일로 계획된 단식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호감이 갔다. 단식의 이로움이야 익히 들은 바가 있지만, 미경험자가 우선 갖는 부담감은 '먹지 않고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라는 것과 '단식원이나 외딴 곳에서 기도하면서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인데, 일상생활을 평소와 같이 하면서 할 수 있다는 그의 설명에 이해를 하게 되었다. 또 그는 벌꿀과 감식초의 이로움을 설명하는데, 주목되는 부분은 '벌꿀의 효능'이었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벌꿀의 효능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100% 양봉의 벌꿀이어야 제대로운 효능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믿고 구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3장 녹색마을 이장님의 식생활 상식 뒤집기] 가 가장 주목되는 장이었는데, 지금껏 알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습관에 대해 전면으로 부정하고 나선다. 예를 들어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데도 물을 억지로 1.5 ~ 2 L 의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노폐물이 소변에 섞여 함께 빠져나온다는 기존의 의학계 주장에 맞서서 그것은 단지 희석될 뿐이지 오히려 몸이 습해져서 그로인한 질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탄 것이라고 모든 것이 발암물질이 아니라, 오히려 고구마, 감자 옥수수,밥 등이 탄 것은 오히려 이로우므로 껍질채 탄 것을 먹는 거이 좋다고 말한다.
그의 다소 생소한 주장에 놀랍고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도시민이 느끼는 전원생활인과의 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천연의 자연식품을 직접 경작하고 채취해서 식생활을 할 수 있고, 자연의 기온을 온 몸으로 받을 수 있는 저자의 식생활을 모두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는 도시인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함께 과감히 실행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또 다른 하나는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에 대해 유독 민감한 것이 사람이라, 게다가 몸을 다스리는 식생활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하거나 변화시키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육식과 인스탄트 식품, 그리고 밀가루등에 대한 그의 혐오스러운 표현은 업계의 반발이 무서워 본질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을 모두 밝히는 듯 해서 다소 충격적이지만, 부족한 2%를 채운 느낌이었다.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과연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하는 원점에 다시 서게 된다.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제 4장에 있다.
 
마지막 [제 4장 살아 있는 자연식만들기]편에서는 저자인 녹색마을 이장님이 추천하는 채소와 그들을 온전히 먹을 수 있는 요리법들이 소개된다. 쑥, 고구마, 감자, 단호박, 옥수수, 콩 팥, 조, 수수, 메일, 양파, 마늘, 상추, 깻잎, 토마토, 사과 등이 그것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거친식품'이라는 것이다. 입속에 있는 침과 함께 충분히 저작(씹는 행위)하여 삼킴으로써 위에서 소화활동에 무리가 없도록 하는 것. 그리고 소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밥상혁명의 단계임을 알려준다.   
 
'살기 위해서 먹든' , '먹기 위해서 살든' 열심히 일해서 얻어낸 결과물로 우리는 음식을 먹는다. 그러므로 노동의 댓가로 얻어진 그 음식들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음식'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감을 주는 음식'들을 추구하고 즐기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이 음식들이 과연 '사람을 살리는 음식'인지 '사람을 죽이는 음식'인지를 고민하라고 충고하는 것 같았다.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 즉,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다는 옛말이 있다. 거친 음식을 조금 먹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달고 맛난 음식을 가득 먹고 종국엔 병을 달고 살 것인가는 내 결정에 있는 것 같다. 짐 벗고자 했더니 웃짐이 생겼다고, 책을 읽고 난 후 그에 대한 해답은 찾은 듯 하지만, '달고 맛난 음식의 유혹'을 과연 이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앞으로도 '밥상앞 고민'은 계속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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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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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와 호흡할 줄 아는 멋진 학자의 멋진 책! 
 
학자로서의 의무는 자신의 분야에서 처녀지에 첫발을 내 딛어 길을 내거나, 깊숙히 묻혀있어 인지하지 못한 보물이 어디메쯤 있을지 알려주는 것에 있다. 후학들이 그의 손과 발이 되어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는 것이 가장 우선된 의무겠다. 하지만 현실과 실용에 첨철된 오늘날의 사회에 막 내 놔진 젊은이들을 최전선에서 맞이하면서 방황하는 그들에게 앞으로 펼쳐진 미래의 인생에 힘을 주고 격려하는 큰형으로서의 의무는 안내자의 그것 못지 않다. 젊은이의 행태에 마득찮아 하는 시선은 가득하기만 하고 기대치조차 두지 않는 학자들의 세계에서 '이 땅의 젊은 학자 이어령'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다. 2년 전 [디지로그]로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생각하게 하더니, 이번엔 '새내기 대학생'에게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지를 제시한 책이 나왔다. [젊음의 탄생]이 그것이다.
 




 
  저자는 젊은이가 특히 대학생에게 필요한 '창조적 지성'을 설명하기 위해 아홉개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를 손에 잡힐 듯 도형으로 꾸며 '9UP 매직 카드'를 만들었다. 카니자 삼각형, 물음느낌표, 개미의 동선, 오리-토끼, 매시 업, 연필의 단면도, 빈칸 메우기, 지의 피라미드, 둥근 별 뿔난 별 등을 통해, 뜨고 날고, 묻고 느끼고, 헤메고 찾고, 섞고 버무리고, 연필에서 벌집, 앎에서 삶으로, 나의 별은 너의 별 등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기존 사고체계를 뛰어넘어 '의심하고, 삐딱하게 보고, 새롭게 보고, 뒤집어 보고, 다르게 보기를 강권한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1934년에 태어난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학문에 대한 지독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갈망은 최근 100년간 일본에 대해 쓴 명저 10권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내던 시점 당시의 열정적인 '젊은 학자'로 지금까지 멈춰있는 듯 하다. 한 주제 대해 언급되는 사례들은 공서고금을 모두 훑은 듯 방대한데 마치 그 주제를 위해 준비된 듯 장대하게 나열되어 그의 조언에 힘을 실어준다. 작은 지식백과사전같은 이 책이 가능하게 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서재를 살펴본다면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보유 장서만 30,000여 권에 새로 사들인 책을 스캐너로 불러 읽어들여 데이터로 만든 것들만 100,000여 권에 이른다고 하니 나이를 잊는 그의 열정과 노력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2001년에 실린 어느 신문사의 기사를 살펴보자. 이 기사에는 그의 데이터 저장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집 서재 카드 색인함에는 종이 카드 대신 수십 장의 CD가 들어차 있었다. 이 교수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바로 스캐너를 통해 ‘긁어’ 들인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분류방식으로 CD에 저장해왔다. 파일이름은 우선 국가명(미국은 U, 영국은 B, 한국은 K식으로)에서 첫 이니셜을 고르고, 큰 분류(문학은 L, 문명은 C, 기술은 T, 기업은 B)에서 다음 이니셜을 적어준 뒤, 작은 분류에서 간단한 키워드를 적는다. 가령 새로 읽은 내용이 미국 기업에서 개발한 무기에 관한 것이라면 ‘UBWEAPON’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직접 저장한 내용들이 벌써 CD 50여장에 달한다. CD 한 장에 일반 단행본 수백 권의 텍스트가 들어간다고 하니 막대한 분량이다."
 


70을 넘은 노인의 세대를 넘나드는 통찰력, 지식욕에 열망하는 학자의 자세, 젊은 세대를 능가하는 디지털기술의 활용법이 모여 만들어진 저자의 이 책은 정말 엄청난 지식을 쏟아놓는다. 한편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걸까? 세번 째 카의 이름인 [개미의 동선]처럼 주제에 다가가기까지 산란함도 안겨준다. 강조되어야 할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과 충고보다는 저자의 박식한 지식과 정보력에 혀를 먼저 내두르게 만든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에 산재된 정보들을 어떻게 취합하고 활용하는가에 대한 본보기로서 이 책을 대한다고 해도 손색은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이 땅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박사와 교수들 중에 '젊은이에 대한 고민'을 해주는 몇 안되는 '학자다운 학자'의 글이라는데 반가움이 앞선다. 젊은 세대와 호흡할 줄 아는 젊고 멋진 학자의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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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젊음의 탄생 - 대학 2.0 시대와 함께
    from 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2008-06-04 09:38 
    ,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라면 꼭 봐야 할 바이블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이어령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4월 25일자로 출간되었고, 알라딘이나 예스24 등지에서 주간 베스트 순위에 계속 등재되고 있어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서평과 구매후기는 대부분 칭찬 일색인데 비해, 개인적으로는 본서의 현란한 광고문구만큼의 충실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웹 2.0'이라는 용어가 파급되자 그에 맞추어 저자가 대학 2...
 
 
 
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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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향수, 유혹, 질투, 그리고 행복. 26개의 단어들. 
두 글자의 한 단어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사고思考 들의 잔치 !
 
최첨단이 자랑인 듯 매일같이 최신의 제품과 상품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툼을 하며 쏟아져나오는 오늘날 이미 알고 있는 이름보다 더 많은 이름들이 서로를 알리고 있다. 시선으로도 쫓을 수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쉼'은 곧 죄악시 되고, '행동'은 찬양시 되어버렸다. '생각'을 권유하기보다는 '활동'을 강요하고, '깊은 사고력思考力 '보다는 '넓은 정보력情報力'을 우선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궁극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창조적인 생각Creative Thinking'이라고 하니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사유思惟 라 하는데, 철학적 개념으로는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으로 본다. 본질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현상現象에 집중하고 마치 그것 밖에는 없다는 듯 몰두하며 살았던 내게 '사유思惟 의 즐거움'을 알려준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자 문명의 영향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기에 이렇다 할 관찰의 대상이 되지 못한 관념의 두 글자들을 한데 모아 그들에게 본래의 이름값을 매겨주는 화려한 잔치가 열렸다. 철학자이면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용석 교수의 생각과 손에 의해 펼쳐진 잔치의 이름이 바로 [두 글자의 철학]이라는 책이다.
 
우선 글을 읽고 있자면, 벌거숭이 디오게네스나 발끝까지 끌릴 듯 긴 수염의 공자님처럼 기인奇人 이나 노인老人의 모습을 띨 것 같은 철학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이 표현만 봐도 난 현상학적 관념주의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잘 다려진 블루톤 체크무늬 피케셔츠에 소매는 두 번 정도 걷었을테고 그에 어울리는 조끼를 입고, 그리 헐렁해보이지 않지만 편안해 보이는 갈색 카고바지에 양말이 보이지 않는 덮개가 있는 슬리퍼를 신었을게다. 한 손에는 책을 들었는데 책의 한 쪽 면을 밖으로 감아 손에 쥔 채로 밤색 뿔테 안경 너머로 나를 보며 즐기듯 고민하는 듯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빛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서재의 중간에 둘이 앉아 있을테고, 오래된 책 냄새와 파이프 담배냄새도 나는 듯, 커피향도 은은하게 흐르는 듯하다. 저자이자 화자는 묻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게 듣는 듯 읽기만 하면 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방대한 자료와 축적된 사고로 펼쳐지는 이 축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관념적인 두 글자의 한단어를 찾아 그 함축적 의미를 단어의 기원인 한자에서 찾고, 동서고금의 자료속에서 그 단어의 넓이와 깊이를 더한다. 게다가 우리가 봤음직하고 읽었음직한 영화와 책속에서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단어가 얼마나 멋들어진 말인가를 되새겨준다.
 
예를 들어 말씀 언言 과 빼어날 수秀 의 합으로 만들어진 꾈 유誘 자가 더해진 유혹誘惑 은 세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키스 장면처럼 줄리엣이 로미오의 요구를 모두 거절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사실 모든 것을 허용하고 더 나아가 로미오를 유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한재림 감독의 영화 [연애의 목적]에 나오는 "저가 가서 키스나 하고 갈래요?" 같은 대사는 거부할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표현만 다른 유혹으로 시대는 바뀌었어도 생명력의 표출과 즐김, 그리고 기쁨으로서의 유혹의 변질은 변하지 않음을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또 우리는 '유혹을 당한다'는 수동태의 표현을 자주 쓰는데, 실은 유혹이 곧 욕망을 실현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능동적이라고, 그래서 '유혹당하기'는 '욕망채우기'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유혹은 대표적인 상호 소통의 행위라는 것을 소유, 정복, 지배에 대한 욕구 때문에 현대인들이 잊고 있던 것이고, 소통은 즐거움이므로, 유혹은 본질적으로 유희라는 것이다. 단, 키에르케고르가 "모든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유혹자가 있다. 행복이란 바로 그를 만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걸맞는 상대를 만났을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번에 걸맞는 상대를 만날 수 있겠는가? 여러 상대를 많이 만나봐야 걸맞는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보면 확실히 유혹은 자주 당해도 보고, 해도 봐야 한다는 말이 맞기도 하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의 느낌은 사고가 확장된 듯 막혔던 교통체증이 풀린 듯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주워 듣기만 사람과 생각한 사람과의 차이점을 새삼느끼게 한다.
 
[리뷰]를 읽는 독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유혹'이라는 두 글자의 단어를 썼을 뿐, 이보다 더 훌륭한 문장의 생각들이 유혹을 포함해 26 가지의 두 글자 단어들를 통해 펼져진다. 잔치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관념적인 단어에 대한 철학적 해석'에 대해 어려워서 포기하지 않을까 했던 선입관으로 비롯된 두려움을 몇 장을 넘기면서 어리석인 기우杞憂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늘 내가 사용하고, 옆에 두었던 말들(단어들)이었는데, 이렇게 깊은 뜻과 이야기가 숨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느낌은 감탄이 되고, 오해가 풀려 이해로 변했다. 정말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여느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형상화되지 않은 관념들이 머리속을 떠도는데도 즐거움은 더했다.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리라. 더우기 뜻하지 않게 선택한 책 속에서 이런 재미를 느끼기란 실로 오랜만이었다. 저자의 책을 좀 더 찾아 읽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인류 최대의 화두이자 이 책에는 있을 법하지만 없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의 철학'을 또 다시 저자의 손을 빌어 읽고 싶다.
 
나처럼 짧디 짧은 어휘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두 글자로 된 한 단어'가 얼마나 깊은 의미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지 알게 될 것이고, 영화와 책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사고의 확장이 어디까지 가능한 지를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너무 어려워서, 아니면 나와 상관없다고 치부해버렸던 철학이란 학문이 실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그리고 그 쓰임과 소용이 얼마나 방대한 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단어의 이야기마다 그리 길지도 않다. 혼자 있을 때, 혼자 있지만 외롭고 싶지 않을 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특히 오늘 처럼 눅눅히 흐린 저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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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맛의 제국
노부 마츠히사 지음, 오정미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식요리의 현주소 !
 
얼마전 읽은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이 발단이었다. 21세기의 마케팅 트렌드가  '감성感性'이라면 고객의 눈과 입과 그리고 몸을 사로잡는 원초적인 감성의 대표상품은 '요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야말로 '감성 마케팅'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리사와 동시에 음식점의 주인이 직접 요리까지 하는 경우에는 실내 디자인은 물론 재료구입에서 요리의 품질 유지, 새로운 요리의 개발, 인력관리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게 되므로 자신만의 작은 감성제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묘한 매력에 빠졌다. 그래서 그들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노부, 맛의 제국]이다.
 

 
 

이 책은 일본 도쿄의 한 초밥집에서 요리사를 시작한 저자가 우연한 기회에 일본을 떠나 페루, 아르헨티나, 알래스카 등에서 요리를 하다가 미국 비벌리힐스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2곳에 세계의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최고의 명소 레스토랑 '노부'를 설립하게 된 요리사 노부유키 마츠히사의 이야기와 그의 요리세계가 담긴 책이다.
 
 

 
 

전에 읽은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를 쓴 저자 안효주가 자신의 일식레스토랑 '스시효孝'에서 펼치는 그의 요리가 '정통 일식'을 추구한다면, 이 책의 저자 노부유키 마츠히사(이하 노부)는 철저하게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퓨전화 시킨 일식을 선보인다. 두 요리사 모두 우연히 요리를 시작하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안효주가 정통코스를 밟아 요리를 배웠다면, 노부는 정식으로 얼마 배우지는 못했지만 일식을 먹고 자라온 일본인이라는 점을 살려 외국에서 일본의 맛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는데 차이가 있다.  또한 안효주의 책은 자신의 자서전의 형식을 갖추면서 스시와 일식에 대한 참맛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이 책은 자신의 이력은 짧게 소개가 된 반면, 노부에서 제공하는 퓨전일식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부분을 거의 80%를 차지할 만큼 많이 할애했다는데 주목되었다.


 
 
특히 그가 뉴욕에 마츠히사라는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헐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 니로]가 그의 요리에 반해 자신과 합자해서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자고 제의했을 때 거절했지만, 수 년에 걸친 러브콜에 못이겨 결국 '노부Nobu'를 개업하게 된 스토리에서 그의 솜씨를 짐작하게 한다.
 
패류, 새우-바다가재, 오징어와 문어, 생선, 샐러드-채소-메밀, 초밥, 그리고 노부만의 소스와 기본재료 만들기와 후식, 청주와 드링크까지 [레스토랑 노부]에서 제공되고 있는 모든 레시피를 음식재료별로 나누어 모두 실었는데, 재료소개와 함께 만드는 법을 일체 공개 했는데, 고급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이렇게 자세하게 소개된 경우는 거의 없어 이만오천 원이나 하는 책의 가격이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지인들이 이렇게 모두 공개하면 비법을 모두 공개하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음에도 그는 자신만의 '손맛'을 자신하기 때문에 공개하였다고 말한다. 싱싱한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의 사진들은 따뜻한 온기와 냄새가 느껴질 만큼 먹음직스럽게 페이지를 채우고 있었다.
와사비 페퍼 소스에 버무린 전복, 타불리 살사의 가리비 구이, 스파이시 레몬 마늘 소스의 가시발 새우, 마우이 양파 살사를 곁들인 아오리 오징어, 캐비아를 얹은 아귀 간 파테, 허브를 올린 칠레산 농어 구이와 유바 등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만 들어도 퓨전을 짐작케 하는 생소한 60여가지의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들어간 재료와 만드는 법이 어느 요리책보다 훌륭하게 소개되고 있다.
 

 
 
특히 초밥에 대해 소개하는 장에서는 초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초밥용 밥을 짓는 방법도 자세히 소개되었다. 레시피는 일반 초밥이 아닌 소프트 셸 크랩 롤, 하우스 롤, 연어 롤, 갯장어 드래곤 롤 등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롤 종류의 초밥을 소개하고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생선을 어떻게, 그것도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냐고 손사레를 쳤던 뉴요커들이 현재는 최고의 요리트렌드로 일식요리를 꼽고 있다는데 의아했던 나는 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눈과 귀, 그리고 입 나아가 오감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노부는 이 책을 통해 그만의 요리의 비밀과 일본 요리의 정수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한 나라의 요리가 아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일식요리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요리의 제조법까지 공개할 수 있는 그의 자신감과 지금도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의 창조성,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으면서 자국의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그의 모습에서 '감성 시대,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과 향은 모르지만 눈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무엇보다 '창조성이란 바로 이런거야!'라고 나를 감전시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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