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형제 - 부조화와 난센스 마음산책 영화감독 인터뷰집
조엘 코언·이선 코언 지음, 윌리엄 로드니 앨런 엮음, 오세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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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의 경계 밖에서 독립적인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30년간 유지해온 영화감독이자 연출가이고,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편집자인‘조엘 코언’과‘이선 코언’, 두 형제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그들의 작품세계, 제작의도에 대한 호기심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으스스하고 냉혹하며, 괴짜스럽고 잔혹한, 그리고 유머와 개그, 조롱과 뒤틀린 기이한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하는 이들의 수월치 않은 영화에 대한 코언형제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이 대중에 발표한 최초의 독립영화인 <블러드 심플;Blood Simple>은 소위‘필름 누아르’형식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거론된다. 이 작품에서 시작하여 2008년 발표작품인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까지 30편에 이르는 인터뷰 모음을 담고 있다. 이들 인터뷰를 읽다보면 인터뷰 기자 또는 작가들이 이들에게 두려움과 경외, 울화와 불쾌감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적인 호기심을 위한 질문이나 그들의 영화관에 어긋나는 질문에 냉소적이거나 무응답으로 대응하는 형제의 모습 때문 인 것 같다. 그러나 이들에게 해당 영화에 대한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인터뷰에서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표현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무튼 흥미로운 인물들임에는 분명하다.

<블러드 심플>이 발표되었을 당시“근래 가장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스릴러이며 심술궂은 게 흥미진진한 살인사건 스토리”라는 평가처럼, 이 영화는 심술궂다. 형제들은 이 작품이 왜 이렇게 비치는지, 그리고 캐릭터, 플롯, 내러티브 등이 어디에서 차용되었는지, 혹은 발상의 원천이었는지 알려준다. 특히, 미국 누아르의 선구자인‘제임스M.케인’의 소설이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밝히고 있으며, “온갖 영화 스타일과 레퍼런스들로 그득한 복주머니”로서, 히치콕, 베르톨루치, 피로 물들이는 영화들, 프리츠 랭, 그리고 오슨 웰스의 절충적 혼합물로서, “다른 영화들의 영화”로서의 특성을 발견케 된다.

또한,‘윌리엄 포크너’나 ‘플래너리 오코너’ 같은 작가들을 연상시키는‘니콜라스 케이지’주연의 <레이징 애리조나;Raising Arizona> 거친 코미디에서, “아슬아슬한 몰취미와 피로 얼룩진 슬랩스틱의 신(Scene), 이는 스티븐 킹과 사뮈엘 베케트의 감성을 조합한 결과”라고 그 캐릭터의 독특한 창조와, ‘톰슨지터버그(Thompson jitterbug;기관총)’를 난사하는 장면, 모자가 뒹구는 장면에 대한 그 수많은 분석과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의 인터뷰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리고, <바톤 핑크;Barton Pink>에서는 왜 색을 그렇게 푸른빛과 노란빛을 사용하였는지, <파고;Fargo>에서는 여주인공인 건더슨 경위를 영화 중반까지 왜 등장시키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하게 된다.

이들은 유독‘납치’를 재료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작품이 시대극이고, 특히나 1940년대를 전후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독특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 형제는 “실존적 두려움 같은 요소들이 50년대 영화를 보면 드러나는데, 묘하게 지금 시점에 들어맞는 것 같다”는 것이고, 납치는 일종의 급박감을 플롯에 가미하기에 좋은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코언형제의 발표된 전 영화에 대한 그네들의 의도가 진지하게 소개되고 있어, 코언형제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이 저술은 보물이상이 되어 줄 정도이다.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 O Brother, Where are Thou?>에 대한 제목의 거창함에 대해 “아주 거창하고 중요한 영화인 척 하는 거죠. 그 장엄함은 분명히 조크예요.”라고 답변한다. 코언형제의 냉소적이고 비틀린 유머가 돋보인다. 더구나 “우리영화는 보다 의도적으로 ‘스타일리스틱한 뒤범벅’을 추구하죠.”라든가, 칸영화제나 아카데미상 수상, 그리고 그러한 영화들의 출품에 대해 “상은 작품성과는 관계가 없어요. 경쟁부문에 나가는 건 그렇게 하면 영화가 더욱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에요. (중략) 광고예산이, 말하자면 <진주만큼>넉넉하지 않으니까요.”와 같은 사실 그 자체의 담백한 솔직함이 묻어난다.

그들의 영화 창작에 대한 지론 또한 도처에서 발견 할 수 있는데, ‘레이먼 챈들러’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훌륭한 예술은 엔터테인먼트다. 누군가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젠체하는 사람이거나 삶의 기술에 있어서 미숙아다.”라고 영화의 재미를 이야기하는가하면, 그들 작품의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이런 잡동사니 문화 환경 속에서 지식인이 된다는 게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진다.”고 피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론가들의 자의적 비평에서 그들의 작품을 “오마주나 패러디”라고 규정하는데 대해서, “우린 우리가 하는 작업을 오마주나 패러디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거고, 저는 왜 그렇게 부르는 걸까 늘 궁금해 하죠.”라고 답한다. 영화를 영화 그자체로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 강박적인 해석이나 허위의식에 대한 일갈이 미소를 자아내게도 한다.

최근 헐리웃경계를 허물고 제작한 일부 영화들로 인해 코언형제의 작품색이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존재하지만, 이 저작을 통해 상업적으로 통하는 복고풍 누아르의 전범을 제공한 이들의 독특한 창작의 세계는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예고를 감지할 수 있다. 이미 제작 중에 있는 “1967년 중서부 지방의 유대인 커뮤니티를 다룬 영화, <시리어스 맨;Serious Man> 이나, 시나리오 및 배역구상까지 마친 냉전 코미디, <62 스키두>는 그래서 그 어느 때 보다 그들의 작품을 기대케 한다.

코언 형제의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저술은 귀중한 참고가 될 것이다. 또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영화에 대한 폭 넓은 감성과 관점을 제공하여 줄 것으로 믿는다. 이들 형제에 대한 탐험의 시간은 흥미롭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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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 살림지식총서 27
신승환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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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의 전반적인 개념, 그리고 사회문화적, 철학적 함의, 특히 우리에게 있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성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농축된 개괄(槪括)서라 할 수 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기본적 정의와, 그 사유체계가 지니는 의의를 이해하는데 있어 이 저술은 아주 효율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수월한 문장표현으로 대중적 이해를 제고시켜준다는 특징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오늘 우리한국사회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자문한다. 우리사회는 그 어떤 진지한 성찰도 없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문화, 예술적 유행처럼 오용과 남용을 일삼다가 마치 지나가 버린 사조정도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식체계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우리가 극복하고 새롭게 갖추어야 할 대안적 사유를 모색하고 성찰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것이 된다.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을 이해하기 위해 ‘모더니즘(modernism)’, 즉 ‘근대’를 설명한다. 근대의 어떤 정신으로 인해 근대 '이후(post)'의 정신이 요구되었는가? 그리고 근대를 '반대(anti)'하고, '극복(trans)'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의 시기를 15세기에서 시작되어 계몽주의에 의한 이성중심주의 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저자는 근대정신의 배경을 일차적으로 인간의 자기이해에서 발견하고, 자신을 타자와 구별된 자아, 나누어 질 수 없는 '개체(individual)'로 이해하는, 즉 인간이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근원적으로 개체로 구별되는 단독자로 자신을 인식하는 인간상을 설명한다.
결국 인간은 자연과 사물을 소유하고 장악하며, 자연은 처리가능성의 대상에 불과한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인간중심의 이론으로 변질되어 자연은 탈인격화, 사물화 되고, 모든 실재를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중심부 이외의 것을 타자화하고 궁극에는 타자를 배제하는 차별의 보편성으로 나아갔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보편 이성의 원리에 상응하게 만드는 일원성과 동일성의 원리로서 다원적 세계를 부정하고 차이를 무시하는 억압의 기제로 작동하기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차별의 보편성, 이성중심주의, 주체와 타자의 도식에 대한 반발에서 출현 한 것이다. 즉 근대 문화 전체를 반성하는 움직임으로 근대라 이름하는 ‘시대정신(mordenity)' 전체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체계, 문화의 이해, 과학과 지식체계 전체에 관계하는 철학적 경향보다 포괄적인 현상으로 중심성의 해체, 다원성과 다양성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는 ’탈근대‘의 사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근대정신을 넘어서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성중심주의의 대한 비판, 즉, 전통형이상학의 해체, 존재론에서 인식론으로의 전환, 탈 중심문화 즉 다원적이며 전체가 서로 역동적으로 관련을 맺는 다층적 총체성의 문화로의 이행, 주체와 타자의 도식 해체로 인간의 주체성에서 근대의 초월적 형이상학의 구성물의 부인(否認)과 무의식이라는 타자의 기호에 의해 자율성을 박탈당한 존재로 나아간다. 결국 “나는 타자일 뿐이다.”로 해석된다.

이렇듯 보편주의와 중심주의에 대한 반대, 전체주의와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이 우리에게는 그저 일회성 유행사조로 인식되면 되는 것일까?
“우리의 근대는 서구의 근대를 수용하고 변화시켜온 근대이다.” 그래서 서구근대의 원리에 대한 수용 없이 그 성과와 결과물만을 단순 수용한 우리는 “지체된 근대이며 착종(錯綜)된 근대”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는 서구의 근대와 우리의 근대가 지니는 문제를 이중으로 극복하려는 성찰적 사유가 요구되는 것이며, 더구나 “물질중심의 자본주의와 세계의 내적 원리에 대한 성찰의 결여, 그 결실만을 유입하는 일방적 과학기술주의 때문에 생기는 착종된 현상이 우리의 근대”라는 인식하에 그 근대의 원리를 성찰하는 것이 근대극복의 첫 출발이 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탈근대 문제를 성찰하고 나아가 그를 극복할 대안적 사유의 노력이 절실 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긍정적 동기와 그 지적 논의들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늘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문화, 철학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은 책자의 풍부한 논의와 그 명쾌한 설명과 정리에 놀랄 것이다. 니체와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원류로서의 철학적 고찰, 리요타르의 ‘포스트모던조건’을 비롯하여 라캉, 데리다, 푸코, 하버마스에 이르는 설명은 심화학습을 위한 유익한 배경지식으로 손색이 없다.

“우리가 지난 세기동안 영광을 누렸던 이성이 사고의 가장 완고한 적대자라는 것을 체험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유는 시작된다.“ - ‘하이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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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이기담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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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성장을 왕권이라는 즉, 국가권력이 지니는 속성과 그 지향하는 의미, 소명의식 등을 현대적 의미로 풀어낸 작품이라 보여 진다. 한편, 자매인‘천명공주’를 연적(戀敵)으로서, 그리고 왕위계승의 경쟁자로서의 대비를 통하여 그 기질적인 성향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극명화하는 이야기 흐름은 작품의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가 된다.

‘덕만공주(선덕여왕)’의 어린소녀로서‘아나 들판’에서의 적장에 대한 인간애를 필두로, 자신의 처형을 기대하는 군중 앞으로 의연히 걸어 나가는 모습, 탐욕과 거짓, 모반의 의중으로 자유롭지 못한 미실, 용춘과의 타협 등으로 다분히 전략적인 선덕의 기질과 성향을 묘사하고, 연인에 대한 사랑에 아비인 ‘진평왕’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천명공주’의 가녀린 여성으로서의 대비는 두 인물의 뚜렷한 이미지 분리를 요구한다.

선덕의 여왕으로서의 지혜와 품위,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 권력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그 속성, 왕권과 신분이 의미하는 권위의 상징과 지속성에 대한 근원적 성찰 등이 그녀의 성장과정 속 사건들과 그에 대한 대응사유와 행위로 유연하게 그려져 있다. 이와는 달리 천명공주는 오직‘용춘’에 대한 연정만 키워가는 여인으로 묘사하는 자의적인 성격구성으로, 왕위 계승에 대한 갈등자로서의 역할을 지극히 취약하게 함으로서 소설의 구성상 그려내려는 갈등이 미적지근하게 되어버려 부분적으로 완성도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룡사 9층탑의 축조라는 주요 소재를 통해 불국토의 건설, 통일신라의 초석, 민족의 통일 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선덕의 웅원한 미래에 대한 세계관을 조명한다거나, 백성을 기초로 한 왕권의 성립, 이름 없는 석공에 대해 보이는 인간애까지 신라 최초의 여왕으로서의 역사적 지향점을 아우르는 구성은 이 작품의 돋보이는 요소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칠숙을 비롯한 진골 권력층의 끊임없는 왕권의 도전, 성골인 왕족들 간의 암투와 경쟁과 같은 권력의 획득과 상실, 세력의 획득을 위한 권모와 술수, 그리고 위협과 타협의 미학에 이르는 권력을 향한 투쟁은 이 작품의 거대한 축을 형성하여, 선덕을 더욱 강력하고 이지적인 여성으로 조형한다. 이는 “내 꿈은 이루어 졌는가? 새 세상을 만들고자 하였던 나의 꿈은 이루어졌는가?”하는 임종 순간 선덕의 자문과 교차하여 한 인간으로서의 야망과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어 친근한 인물로서 대중에게 다가가게 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다양한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들 -여성,사랑,권력,이상,국가,암투- 이 옛 신라의 영화(榮華)와 여왕 선덕이란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사를 단순히 신비로운 여인의 발가벗김이 아니라 매혹적인 현대적 의미의 당당한 여성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성 있는 이야기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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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만 아는 부의 법칙 - 전세계가 주목하는 인도갑부 12명의 창조적 성공습관
오화석 지음 / 성공신화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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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가 궁극으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저술이다. 더구나 그 부를 일궈낸 거부들의 인생역정을 삶의 감동과 경영적 결실을 조화롭게 기술하고 있어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전혀 알지 못했던 또는 기대치 못했던‘인도(India)’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소개되는 이 나라의 억만장자 12인에 대한 경외와 존경으로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저술의 말미에 저자의 저작의도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인도 경제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서, “그중에서도 자수성가한 CEO 위주로 선택”된 인물들이기에 보통의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인상은 기대이상으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짐작하기에 어려울 정도의 장애와 고통, 시련과 좌절이 놓여 진 사회에서 이들이 이룩한 성과와 그 과실로서의 부, 그리고 그 부의 사용과 도덕적 소명의식 등은 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음을 본다.

이들 억만장자의 성장과정에서부터 기업을 일으키고, 견뎌내기 힘들 정도의 시련과의 마주함, 그 직면한 위기에서 일어서는 그들의 의연함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 저술은 이미 하나의 가치를 완성한다. 여기에 세계적 초일류기업으로 이미 그 경영적 외형으로 잘 알려진‘타타’, ‘아르셀로미탈스틸’,‘릴라이언스’, ‘아디트야비를라’,‘인포시스’의 성공신화에 감추어진 창업자들의 내면과, 경영철학, 윤리의식, 나아가 기업비전과 비즈니스 성과까지, 그리고 간접적으로 비추어지는 인도의 산업부문별 시장상황, 해당기업들의 영향력과 위치까지 인도의 산업에 대한 귀중한 정보원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와 차별 속에서도 오로지 혁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인도 최대의 이동통신 기업을 일궈낸 바르티 그룹의 ‘수닐 미탈’,나이 50세가 넘어 비로소 거대한 꿈을 시작하기 시작하여 인도 최대의 부동개발그룹을 만들어낸 ‘쿠살 팔 싱’의 인간관계가 가져다 준 행운 아닌 행운과 실패에서 배우는 불굴의 자세를 읽는가 하면, 2007년 10월 현재, 빌게이츠를 밀어내고 세계최고의 갑부에 오른 ‘암바니’집안의 “크게 생각하고, 크게 행동하고, 크게 꿈꾸어라”는 좌우명은 진부하면서도 매혹적인 시사를 보낸다.

또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그룹인 ‘위프로테크놀로지’회장인 ‘아짐 프렘지’의 철저한 윤리경영의 실천과 근검절약의 솔선수범, 모든 직원이 백만장자가 되는 기업을 실현하고, 스스로 정년60세를 정한 뒤 물러난 '인포시스(Infosys)'의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인 ‘나라야나 무르티’에 이르면 진정 존경받는 기업인의 상(像)이 어떤 것인지, 기업의 책임과 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여준다.

16번의 실패란 경이할 만한 좌절을 딛고 끝내 세계 최고 기술의 풍력발전을 통한 그린 에너지기업을 세운‘툴시 탄티’의 엄격한 도덕성과 인류이상을 사업으로 결합시킨 혁신의 마인드는 우리사회에서는 좀체 느끼기 어려운 거부(巨富)로부터의 격한 감동이 일렁인다.

바로 이들에게서 우리는 “부의 창출은 물론 부의 분배에서도 세계적 표본”을 보게 된다.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기업가들과 부의 인식을 발견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할 지 괜스레 울적해진다.

세계최대의 철강기업‘아르셀로미탈스틸’의 ‘락시미 미탈’, 100년간을 인도 최고의 기업으로 영속하는 ‘타타그룹’과 발리우드 최고의 배우이자 영화제작자인‘샤루 칸’에서 끊임없는 변화와 자기혁신의 숭고한 모습을 발견 한다. 그리고 불과 20년 만에 31억 달러의 재산가가 된 금융그룹의 신화를 일으킨 ‘우데이코탁’, 촌놈상인이라 천시 받던 ‘키쇼르 비야니’의 ‘인도 유통 영웅’으로 불리게 되기까지의 성공을 위한 철학은 가히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 진정한 기쁨은 소유 할 때가 아니라 남에게 베풀 때 얻게 된다”는 'GD 비를라'회장의 ‘인생수칙’을 들여다보면 과연 진정한 부자, 세계 최고 거부들의 부에 대한 사상에 숙연케 된다.

우리들, 그리고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이 저술이 시사(示唆)하고자하는 바 - 큰돈을 향한 거부들의 사상과 행동 못지않게 그네들이 보내는 경영적, 사회적 메시지 - 가 결코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다. 부(富)에 관한 진정한 저술의 전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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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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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남한이 북을 흡수통일한지 다섯 해가 지난 2016년4월10일을 전후한 수일간으로 하고 있다. 북조선출신 지하단체의 일원인‘병모’란 청년의 의문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미스터리(mistery)한 전개로 추리소설의 긴장감도 조성한다. 그럼에도 통일 이후의 한반도라는 상황을 통한 사회의 전반적인 발생가능 한 문제제기라는 주제의식을 지향하고 있어, 작가 후기의 말처럼‘센’이야기가 되어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다.  

이처럼 통일 이후의 혼란을 야기하는 다양한 사회요인들을 매개로하여 작품을 구성하고 있지만, 북조선 장교출신의 주인공‘리강’을 비롯해 서울시내 한복판에‘광복빌딩’이란 거점을 둔 북조선출신의 통일한국파괴단체 단원들의 심리적 내면세계를 통해 오늘의 우리사회를 조명하려하고 있다. 북한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 비판적 목소리도 표현되고는 있으나, 흡수의 주체자인 남한사회의 무능과 불신, 부패와 부조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포용자의 한계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선우(46세)라는 남측 노점상과 북측의 리강이란 지하단체의 좌장을 통일한국의 혼란에 좌절과 고통을 겪는 남과 북의 인물로 보여주고 있으나, 리강은 “악마의 역사를 피와 뼈로 돌파해낸”독립군 장군의 손자로 묘사하여 그 의미의 비중을 달리하고 있어 작가의 의중을 엿볼 수 있게 하지만, 이들은 누구도 절망스런 그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들이 아니라 비난하고, 수동적인 고뇌만을 이야기하며, 끝내는 도피를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어, 북조선 접대부‘서일화’의 역설적인 조롱의 표현처럼‘추상적’이며, 통일은 곧 죽음이 되어버린다.

작품의 줄거리로 돌아가서, 지하단체의 수장으로 “꺼지지 않는 불과 녹지 않는 얼음의 충돌에서 비롯된 분열” 바로 사탄으로 묘사되는 오남철과 주인공 리강의 라이벌로서 이기심과 탐욕의 상징인 ‘조명도’와의 보이지 않는 긴장과 갈등, 그리고 복선으로 등장하는 윤상희와의 위태롭고 아슬한 사랑, 억울한 죽음을 쫓는 리강의 집요한 추적의 구도는 긴박한 리듬을 갖게 하여 읽히는 소설로 견인한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사유적 대화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독자에게 순간순간 논평을 요구하게 하여 몰입케 하기도 한다.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 장군도령이란 사회주의와는 모순되는 미신의 상징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다소 경박하고 그 사용된 의미가 부적절해 보이는 미신과 과학의 오용, 통일한국 국방부 장관의 허섭한 유머와 조롱, 부패경찰, 120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해체와 무기회수의 실패, 원화가치의 끝없는 추락과 이남 은행들의 연쇄 도산 등,“아주 사소한(?) 일들”의 일화를 통해 통일한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북한 주민들의 주민등록에 실패한 사회의 웃지 못 할 다음의 이야기, “경찰이 용의자를 잡아 놓고 묻는다. 너는 누구냐? 이력을 확인 할 기준이 없는 인간의 자백은 사실이 아니라 의혹에 불과했다.”와 같은 해학은 간간히 피식하는 콧김 빠지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가 이처럼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소설이 지향하는 주제의식이나 반추하고 싶은 사유(思惟)를 고민케 되지는 않는다. 다만,‘과학’과 같은 일부 용어의 적확치 못한 용어의 사용이나, “색마라 비난받던 이남 사람들은 제국주의의 머슴살이도 겸하게 되었다.”와 같이, 지나치게 자기비하를 하는 몇 부분의 표현은 꼭 사용되어야 했을 문장인가에 대해서 회의를 부른다. 또한, 이러한 자기열패에 기인하는 “나인 네가 자신을 죽이고 너인 나를 구한 거야.”와 같은 리강의 미신에 대한 운명론적 귀결 역시 다소 어리둥절하게 한다.

소재의 고갈에 허덕이는 요즘의 한국문학에서 통일이후의 한국사회라는 가히 혁명적인 소재를 통해, “더러운 꼴 안보고 죽은”이선우의 형처럼, “평소에 도대체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게 가당키나 하다고 유독 통일 이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 으아.” 하는 하소연처럼, 남북통일이라는 사안에 무관심한 대중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서의 행해지고 있는 모순과 혼돈과 불신, 그리고 뻔뻔함에 대해 정말 진정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는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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