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시대에 같이 호흡하게 된 두 젊은이를 사랑한다. 한 사람은 철학자 이진경이고 또 한 사람은 소설가 김사과이다. 그런데 마침 이 두 사람을 연결케 된 김사과의 소설『테러의 시』를 읽게 되었으니 정말 운수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읽고 나자 난 대뜸 이진경의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속 한 문장을 따다 <존재론 적 명명식>이라고 감상글의 제목을 붙였다. ‘테러의 시’는 한 가지 색에 사로잡힌 채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색은 노랗다. 오직 섹스와 폭력과 교회와 시장자본주의가 쾌락을 향해 질주하는 곳, 그래서 이 도시의 색깔에 휘말리지 못하거나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 되는 곳이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소설은 그들을 빈 괄호‘( )’로 표기한다.

 

구역질나지만 매혹적인 이도시의 아이러니에 은폐된 진실을 쫓는,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존재를 지워버린, 거북해서 외면하려는 것들의 거침없는 드러내기 작업이다. 항상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 작가. 우리들은 현실이 아니라고 손사래 치지만 바로 우리들의 추한 모습을 거침없이 이것이라고 가리키는 작가의 일관된 의식에서 나는 우리들의 무능력한 이성과 망상의 지대를 매양 확인하게 된다. 가엾은 영혼들에 보내는 그녀의 진혼곡에 매료되는 이유일 것이다. 이름을 갖지 못한 우리 이웃들의 긴 목록인 이 작품을 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읽어줄 것을 기대하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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