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Thirty -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 이야기
김언수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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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나이 삼십, 내겐 이 시절이 어떤 것이었나를 기억해보게 된다. 그리곤 젊은 작가들이 그려내고 있는 서른처럼 경계에선 고통의 치열함이 있었는지를 비교해보게 된다. 그래서 오늘의‘30’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인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처럼 온통 흑색의 혼돈일지는 예상치 못했다. 한 없이 허방을 딛고 공허하며 죽음의 그늘만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암흑을 말하니 빛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장난 같은 것을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른 살, 삼십대의 나이가 이렇게 서툴고 강렬한 삶의 통증에 휘청거려야만 하는 것인지 낯설기만 하다.

강물에 몸을 던지고, 몇 푼의 돈 때문에 살인에 휘말리고, 순회 살인에, 유령이 된 불륜녀의 죽음이 떠돌며, 생의 기억을 팔아 쾌락과 죽음을 사고, 자살을 위해 심산의 고시원을 찾아들기도 하며, 자살이 상품이 된 공간을 떠도는 그야말로 서른의 삶이 온통 죽음의 세계로 도배 되어있다.
이들이 회피하는 것이 삶 자체인가? 아니면 삶의 배경이 되는 것들, 인간이 만들어 낸 무수한 질서들, 다가가야 할 세계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것인가? 세뇌된 욕망의 충족될 수 없는 허기를 알아차린 것 때문일까?

오늘의 서른은 지금 이렇게 혹독하고도 잔인한 시공에 놓여있는 것인가?! 안락과 지배와 권위와 부와 물질만을 선이라고 가르쳐 온 이 사회의 반작용이 아닐까? 망국적 교육열, 타자는 경쟁해서 물리칠 대상이거나 복속시켜야 할 존재라는 기이한 개인주의에 몰입해왔던 시대의 몽매함에 세뇌된 이 사회의 정신 때문이 아닐까? 먼저 손을 내밀지 모르는 사람들, 사랑도 단지 몸이 따라가는 감각적 쾌락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 돈은 도덕성위에 존재하는 신앙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 인간도 역시 다른 모든 사물과 자연처럼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이긴 하다. 이것이 거대한 질서를 형성하고 시스템화 되어 스스로들을 숨 막히는 경주의 대열로 몰아세우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린 반성할 줄 알고, 끊임없이 저항 할 수 있으며, 자신의 내적 평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견고하게 짜인 무수한 사회의 네트워크들, 자신들의 영역을 항구화하려는 누적된 질서들이 삼십이란 나이에겐 더없이 버거운 장벽이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이 영구적이던가? 단 한 순간도 변하지 않고 정체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찰나의 멈춤도 없이 변화하지 않는가?
무한히 계속 될 것만 같은 생의 공포? 이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깊어진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정의에 따라 이 공포는 다른 것들로 대체 될 수 있다. 어떤 세상의 질서에 편입되기만 하려는 삼십은 공포만 느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부모 세대들이 숭배하라고 가르친 것들의 많은 허상들을 내 던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일곱 작가의 글 중, 유독 하나의 작품만이 내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는데, ‘정용준’의 『그들과 여기까지』이다. 아마 유일하게 닫혔던 마음이 열리고, 타인이 내미는 손의 의미를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청년의 생존 연장의 이유가 하찮을 정도로 당연하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 지탱되는 것일 게다. 그리고 ‘김성중’의 『국경의 시장』이나, ‘박화영’의 『자살 관광 특구』에서 공히 느껴지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을 거래하는 환상의 공간인 오늘, 이 위태로운 세계에 대한 그 시니컬한 관조가 마음 깊은 곳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십의 삶, 삼십의 삶, 사십의 삶, 오십의 삶, 육십 그리고 노년의 삶, 그 본질이 무엇이 다를까? 그 허망함과 어처구니없음, 욕망의 좌절, 엉뚱한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일이지 않을까? 삼십, 삶을 이렇게 치열하게, 강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지 않을까. 죽음이 있음으로서 삶이란 말이 가능하듯이 모든 것에는 다른 세계가 있기 마련이다. 서른을 말하는 이 소설집을 읽게 되면서 내 아이들이 부대끼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였구나 하는 시린 통증을 느낀다. 그들이 경계에 서서 위태로운 걸음을 더 이상 걷지 않는 세상을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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