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경제패권이 약화 되는 이유를 세계 자본시장의 동향을 통해 분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계 경제 세력의 변화를 야기하는 거대자본의 은밀한 실체를‘그림자 시장(shadow market)'이라 지칭하면서 이들 그림자 시장의 주체인 나라들의 투자 행동에 경계와 적대적 시선을 놓지 않는다. 이것은 군사적 전면전 같은 수많은 인명을 담보로 하는 유혈 전쟁이 비용때문에서도 선택 수단이 되지 못함에 따라 막강한 외교적, 정치적 힘의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 거대 금융자본의 국가주의라는 불안한 행보 때문이랄 수 있다.

사실 20세기 세계 경제와 정치적 리더십을 행사하던 미국으로선 새로운 자본 부국의 등장이 위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라면 위기의식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 페르시아만에 모여 있는 제2의 채권국인 중동국가들의 금융자본이 한없이 침울한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에게만 이들 자본이 위협인 것은 아니다. 저임금으로 생산한 제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중국이나 공짜 재화인 석유로 막대한 자본을 쌓은 중동국가들의 금융자본이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금융자본주의를 세계에 전도한 장본인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제국이다. 시장자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개발도상국, 후진국들의 자원과 산업을 유린하고 다니던 것이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그것이 이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신흥 자본 부국들의 손아귀로 옮겨가고 있고 실제 그들의 자본에 종속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랄 수 있다.
2조 달러가 넘는 미화와 미 정부 채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면 서슴없이 달러를 투매하여 미국 경제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고 있다. 영국은 자국의 침체한 산업과 경제를 위해 오일머니로 자본시장을 호령하는 리비아로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수 백 명의 인명을 살상한 테러리스트를 석방하고 막대한 투자를 유치한다.

문제는 이 자본이란 것에 도덕성이란 것이 없다고 가르친 것이 바로 서구자본주의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자본에는 연민도 감상주의도 없다. 오직 이익추구, 탐욕이 선이라고 주장해왔다. 물론 20세기 세계 경제의 패권자인 미국은 나름 상식적인 경제 리더십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그림자 시장의 자본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어떠한‘경제 지도국’도, 강력한 국제적 금융기구도 없는 무법천지의 야만적 시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되었다. 그저 자기네들의 이익만 실현하면 되는 것이지 투자국의 경제야 무관한 것이다. 아무런 조건도 없다. 수익을 실현 할 수 있는 대상이면 된다. 이러한 생리는 저자가 그림자 국가라고 지목한 중국이나, 페르시아만 국가들,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만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융자본 역시 이러한 잔혹한 비도덕적 먹튀전략으로 부정하게 부를 착취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처럼 책은 미국과 유럽의 침몰,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신흥 부국, 중동의 오일머니로 세계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동국가들로 경제 권력이 이동하는 양상에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구에서 동양으로의 권력 재편에 대한 우려와 자국으로서 미국의 경제적 대응 전략을 위한 지피지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논리에 모두 공감할 이유는 없지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우리의 입장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중차대한 교훈들과 사례들, 현실 경제의 냉정한 이해들이 있다.

그 중 첫째는 자본 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인식이다. 중국이 엄청난 외화자본을 축적한 경제 대국으로서 그들의 금융 자본이 매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본의 행동은 신뢰 할 수 있는 도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자국 내 외국 투자자본이나 기업에 대해 일관된 안정적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 일례로 공산당 독재정부가 자신들의 국부 전체를 움직이고 있어 이들의 금융자본은 곧 정치라는 점이다. 순수한 비즈니스가 언제 정치적 의도에 의해 희생될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이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자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수없이 구금하고, 압박하는 등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전략을 빈번히 행사한다. 게다가 거침없는 산업 스파이, 컴퓨터 해킹 등 상식을 뒤엎는 횡포를 자행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중국이 세계의 최대 자본부국이 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들이 경제 리더십을 갖는 것은 역시 경계하여야 일이라 하겠다. 세계의 그 어떤 자본보다 중국의 자본은 정치적 담보가 될 수 있음이다.

둘째는 북해의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운영 정책에 대한 제도적 성격이다. 저자는 이들의 오일펀드가 도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막대한 석유수입의 직접 유입을 제어하여 영국과 네덜란드가 석유 수익으로 인해 자초한 경제침체의 전철을 차단하고 현금 흐름을 규제함으로써 산업 관리와 자원보존 등 공공성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기금의 실적보고나 세심한 감시제도의 확립 등으로 건전성과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거대 금융 자본 보유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금융 자본이 인류의 인권과 환경보호, 평화를 위한 권력으로 행사될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는 것은 자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끝으로 침몰하는 유럽의 거함들, 프랑스와 독일의 국부펀드 전략과 국가투자의 규제 정책에 대한 사례를 들 수 있는데, 해외 투자를 통해 부를 쌓는 국부펀드의 개념을 역전시켜 국내 기업발전 촉진 투자라는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나, 유럽연합 이외 국가가 자국의 기업의 25%이상 지분 매입을 하는 투자의 경우 국가가 심사하고 거부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처럼 그림자 자본의 무차별적 침투를 제한하기 위한 정책들은 외면 할 수 없는 관심을 촉발한다. 시장자유주의를 부르짖던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자국경제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며 오히려 자유시장 파괴의 선봉에 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정책의 향방을 주시하는 것도 우리에겐 특별한 교훈이 될 것이다.

어쨌든 세계의 자본은 서(西)에서 동(東)으로 옮겨오고 있으며, 지난날 세계경제의 지배 국가들인 G7은 한국,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중국 등 신흥부국이 포함된 G20에 경제 권력을 넘겨야 했고, 2040년에는 E7(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이 G7의 GDP를 20%이상 초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국은 거대 국부펀드라는 금융자본을 조성하여 세계 금융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본이 외교이고 정치력인 세계이다. 더구나 어떤 나라가 자신이 거래하는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림자 시장이 지배하는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상호 확증이 파괴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음침한 자본이란 깡패가 언제 우리 경제의 뒷덜미를 잡아챌지 모른다. 각국의 경제 위상의 변화는 물론 자본의 흐름과 자본의 행동전략, 나아가 이들 자본의 주체인 그림자 국가들에 대한 정책들을 접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은 우리의 경제적 현실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요구케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경제 리더십, 새로운 금융 자본의 패러다임을 위한 창의적 연구가 필요 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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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10-2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 주권을 거의 상실했다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자본 깡패의 역습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어렵습니다.

필리아 2011-10-20 19:45   좋아요 0 | URL
노르웨이의 오일펀드라 불리는 국부펀드나, 프랑스 정부가 운용하는 특별기금은 국부펀드의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정부 역시 이러한 국부펀드를 가동해야 할 겁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의 국부펀드는 실로 세계경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정치적 실리를 얻는데 결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거든요.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신자유주의, 시장자유주의노선은 수정되어야 할겁니다. 그런의미에서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의 보호주의 경제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죠. 시장자유주의로부터 실익을 진정 얻기를 원한다면 속까지 시장자유주의자여서는 안된다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