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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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을 비롯하여, 오늘날 추리소설의 전형을 이뤄내게 한 작가 10인의 30편 단편소설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특히, 저마다 그려낸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각기 독자적인 기법과 구성방식과 어울려 하나의 견고한 원형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과학 발전 등 어느 시대보다 급격하게 삶의 방식이 바뀐 21세기 오늘의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대적 간극이 존재하지만, 그 모델의 원류이며, 근간을 제시한 작품들이라는 탁월한 문학사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흥겨움이라 할 것이다.

결국 추리물의 고전적 반열에선 이들 작품이 만들어 낸 대표적 캐릭터들은 오늘의 작품들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근래의 작품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인상을 받게 되는 캐릭터와 구성적 측면의 친근함을 느끼게 될 때는 그 은밀한 쾌감으로 슬며시 환한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한다.
셜록 홈스의 직계라고 까지 불리는 ‘아서 모리슨’의 대표적 탐정 캐릭터인 ‘마틴 휴이트’의 과학적 증거주의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형사 수사물로 이어진 시조(始祖)격이 아닐까할 만큼 매력적이며, 여탐정 ‘러브 데이’를 완성시킨 ‘캐서린 퍼거스’의 작품은 여성 수사관의 원류를 한참이나 앞당겨 놓는다.

또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가 당대에 미친 영향력을 노골적으로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작가 ‘브레트 하트’가 셜록 홈스의 철자를 변경 조합하여 창조한 탐정 ‘햄록 존스’를 접할 때는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코난 도일의 처남인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이 탄생시킨 걸출한 신사도둑‘래플스’가 활약하는 작품들은 오늘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빼어난 감각을 보여주며, 괴도(怪盜) ‘루팡’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흥미는 더욱 진작되기도 한다.
이러한 원형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서 보게 된다는 매력 못지않게 작품의 배경이나 캐릭터의 성분을 범주화하는 관점을 통해 시대상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오늘의 추리물이 대개 선과 악의 싸움이라는 정의관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반해, 이들 작품을 보면 이러한 관점이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가 자본주의 완숙기에 접어듦에 따라 그 물적 풍요와 과학적 이성주의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반영하기 시작했던 연유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르주아 유산계급의 화려한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가난한 노동자, 빈공계층을 악인으로 묘사하여 유산층의 도락(道樂)거리에 치중함으로써 무비판을 견지하는 작품과, ‘클레이 대령’, ‘프링글’, 그리고 ‘래플스’같은 신출귀몰하는 괴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자본가들의 부를 강탈하지만 수사력이 따르지 못하게 하여 도덕적 일탈을 처단하지 않는, 다시 말해 부르주아와 지배질서를 조롱하는 비판적 작품으로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들 작품이 선악의 명확한 구분을 전제하지 않음으로서 도덕적 정의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대의 시대적 특징이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추리’라는 과학적 입증주의에 모두 포획되어 그 기술적 방법론에 심취해 있었던 탓에 지적 쾌락이란 의도이외의 요소들을 인식하지 못한 것 아니었을까하는 추측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이와 같은 여러 특징적 구성을 한 이 소설집은 추리문학의 모델로서 그 문학사적 위상이 뚜렷한 작품들이 집대성된 책으로, 미스터리 문학을 즐겨 찾는 독자들에게 현대추리소설 인물들의 다양한 원형들을 만나는 풍부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끌어 간 천재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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