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생각 -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안내서
제이미 화이트 지음, 유자화 옮김 / 오늘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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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이든 무심코 습관적으로 내 뱉는 말이든, 또는 그렇게 세상에 잘못 훈육되어 당연한 것으로 알고 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언어 습관이든, 우리는 도처에서 이러한 왜곡된 논리에 포위되어 살고 있다는 주장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이 재치 넘치고 예리한 통찰의 저술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신문, 방송 등 매스컴, 정치판, 종교론자들, 각종 주장을 담고 있는 책들에서 무수히 이러한 거짓 논리가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이 옳지 못한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인 것인 현실이다. 더구나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오류임을 알기는 어렵지 않으나 그 순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을 에워싸고 우리 삶의 이해에 직결하는 이런 오류들을 구별하는 것은 진정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터무니없거나 말도 안 되는 오류와 거짓 논리를 식별함으로써 우리의“지적 면역체계를 튼튼히 하는데”충분할 정도의 식견을 제공해 주는 이 저술의 가치는 오늘의 혼란스런 사회를 조금은 현명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크게 12가지의 논리적, 인지적 오류를 중심으로 우리들의 사고를 속이는 나쁜 생각들을 속속들이 드러내주고 있다. 극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우리들의 삶 속에서 저질러지는 하찮지만 감정을 상하게 하는 오류에서부터 정치적인 술책으로 국민의 삶을 담보로 하는 파렴치한 오류, 진실과 믿음을 혼동시키는 종교론자들의 기만적 오류, 허영과 위선을 숨기기 위한 반계몽적 오류 등 사실과 진리를 호도하고 본질을 회피하는 비열한 술책들이 숨 막히게 우리를 포위한 채 기만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나쁜 생각(bad thoughts)' 중에 종종 우리의 견해가 틀렸음을 입증하지 않은 채 황당한 반박으로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더 잘할 수 있어?”, “당신이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라던가, “그렇게 말 할 줄 알았어!”와 같은 폭력적 논박을 한 번쯤은 당해 봤을 것이다. 이러한 아무런 논리적 입증도 없는 논박들은 악질적이고 비뚤어진 생각임에 불과하다. 더 잘할 수 없다고 진실이 아닌 것이 아니며, 어떤 의견에 일관성을 가진다고 비판당할 이유도 없다. 또한 똥 묻었다고 겨 묻은 개에게 겨를 털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진실과는 무관한 “시끄러워! 입 다물라!”하는 식의 상대와 진리를 얘기하는 것은 물 건너간 얘기인데, 정치에서는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이것은 OO당의 트집잡기 입니다!’라던가, 상대 정당의 발표 중에‘이미 충분히 듣지 않았습니까?’라고 차단하는 행태가 곧 이러한 악질적 실례라 할 수 있다.

한편, 정치에 가장 난무하는 대표적인 논리적 오류로‘동기의 오류’를 들 수 있는데, 어떤 의견을 뒷받침하는 숨은 동기가 있다고 해서 그 의견이 마치 틀린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한국 의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조금만 유심히 바라봐도 그네들에게서 진지한 정책적 논의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장점에 대한 논의 대신 그 정책을 발표한 정치인의 동기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무성한 억측을 내놓는 것이 그것인데, 정책이 미칠 결과보다는 그것을 내놓은 원인을 조사하는데 더 관심을 가지는 기현상, 즉 정략적 이기심에만 눈이 팔려, 정작 민생이나 국가 경제와 외교적 현실에 무능한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책에는 아주 재밌는 예가 등장하는데, 형사소송에 고용된 원고와 피고의 총잡이들(변호사)의 일화다. 사실 이들은 살인자가 되었든 사기꾼이 되었든 돈만 주면 대변하는 자들이다. 아마 이기적이라고 치면 이들만큼 심각한 자들도 없을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둘 중의 한 쪽은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자, 어떤 변호사가 더 많은 수임료를 받았는가하는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 판결, 즉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가? 결코 변호사의 동기를 밝혀내봤자 사건의 진실을 판결하는데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오히려 명확한 증거를 찾는데 열중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기의 오류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한국정당의 실상이다.

끝으로 허위로 가득한 우리 세상의 웃기는 현상을 말하는 지적 허영이란 반계몽적 논리의 오류가 얼마나 우리의 언어를 훼손하고, 세상을 공허하게 하는지를 보자. 정말 쓸데없는 자들이 쓰레기 같은 말로 먹고사는지 관찰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아마 이 문장을 보면 늘 보던 것이란 생각이 들것이다.

“미국의 금리가 기준 금리 3퍼센트 미만에 머물고 시장 심리도 긍정적이라면 금값은 단기간 내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다.”

우리의 고위 경제 관료나 경제학자, 금융전문가라는 자들이 통상 교활하게 뱉어내는 말이다. 조건이 있다. 기준금리가 3퍼센트 미만에 머물러야 하고, 시장심리도 긍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게다가 애매하기조차 한 단기간이란 조건이 또 붙는다. 시장심리가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금리가 낮은 상태로 계속되면 당연히 금값이 오른다. 더구나 이 조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금값이 내릴 터이니 이 문장은 실제로 아무런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완전 사기꾼의 말 아닌가! 교묘한 말을 끼워 넣어 교활하게 실수를 면하려 하고, 어떤 정보도 없는 말. 이런 예는 ‘친서민’정책을 표방한다고 선전하는 지금의 정부가 도대체 무엇이 친서민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단지 서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국민에게 아첨하는 공허한 소리이상이 아니다. 아무런 정보를 갖지 않는 말. 이것이 바로 반계몽적 논리의 오류이다.

오늘의 세상에 가득 찬 위선과 거짓, 헛소리인 논리의 오류들을 소개하여 우리들이 이러한 논리들을 이겨내고 정당한 진실과 진리를 발견케 하여 보다 낳은 삶을 구현할 수 있도록 거침없는 통찰을 쏟아내는 이 저술을 읽는 내내 그 단순한 성찰에 담긴 이면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파스칼의 내기 논증방법’이나‘신비책략’의 논리적 허위의 구멍을 공략하고, 전이(轉移)된 전문성과 같은‘권위의 혼동’에서부터 일반화의 자가당착이나 금지와 관련한 논쟁에서의‘논점회피’술책, “어떤 일이 일어난 일을 보고 전자를 원인이라고 생각하는‘이다음에 그러므로 이 때문에 오류’”나, 통계, 도덕병에 이르는 거짓과 진실을 혼동시키는 다양하고 풍부한 오류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씩 웃게 만드는 비판에서부터 명쾌함으로 후련한 기분을 느끼게도 해주고, 사뭇 진지함의 눈으로 정치와 종교 세계의 허위도 보게 해 주는 저자의 논리적인 비판사고에서 한 동안 흐뭇한 지적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거짓을 알아차리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내 긴요하고 중대한 지혜일 것이다. 이 뻔한 진부한 말은 진실이기에 지겹지만 진리란 본디 우리에게 익숙해서 지루하단다. 정말이지 우리의 구멍난 논리를 말짱하게 메워주는 쾌작(快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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