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 보았지만 읽지는 못한 명화의 재발견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나 사조의 순에 의하지 않고 감상의 느낌이나 이야기와 주제로 구분하여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작가는 서로 다른 감상의 장(Chapter)에서 발견되어 특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대략 60인 남짓한 동서양 화가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미술작품에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대중에게는 비교적 낯선 조르주 라투르, 자크 루이 다비드, 빌렘 헤다, 마리 로랑생,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 등 화가들의 명화(名畵)세계를 접함으로써 회화 감상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배려를 느끼게 된다.

물론, 바로크, 인상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 등 각각의 미술 사조(思潮)를 대표하는 로렌초 베르니니, 얀베르메르, 외젠 들라크루아, 빈센트 반고흐, 폴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 프리다 칼로, 클로드 모네, 폴 세잔, 조르주 쇠라, 구스타프 클림트, 에드바르 뭉크, 바실리 칸딘스키 등 화가들과 명작들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감상 포인트와 뒷이야기들이 회화의 감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다만“미술 지식 없어도 쉽게 읽는”명화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감상 포인트까지 일일이 표기하고 있어 작가의 해설이 혹여 독자의 감상을 획일화 할 수 있겠다는 우려도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러함에도 항상 난감함을 느끼게 하는 화파(畵波)와 시대의 관계성에 대한 무지로 인해 감상의 깊이를 방해 당했던 기억을 하면 해당 작품에 깃든 시대상이나 신화와 전설, 작가의 작업 환경, 사생활, 일군의 화가들의 시대변혁에 대한 저항과 같은 배경 지식은 감상자의 위치에서 고마운 지식이 아닐 수 없다. 성(聖)스러움과 관능의 그 교묘한 경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로렌초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이라는 작품에서는 감상이상의 도움을 받고, 정신과 물질, 보수와 혁신의 대비를 비로소 보게 해준‘얀베르메르’의 <저울질 하는 여인>은 그 작품의 해독뿐 아니라 35점에 불과한 희귀성으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외의 세속적 정보까지도 얻게 된다.

특히 회화의 주류세계에서 벗어나 있던 영국회화를 서구미술의 중심으로 이끈‘폴 내시’를 비롯한 몇 몇 화가들, 여성에 유난히 인색한 미술계에 여성적 감수성 그 자체로 훌륭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한‘마리 로랑생’의 <코코 샤넬 초상>이란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유명한 시(詩) <미라보 다리>의 시인‘기욤 아폴리네르’와의 사랑에 관한 일화는 문학적 감수성까지 자극할 정도이다.

이에 더해 정물화가 독립적인 회화장르로 발달하게 된 대표적 화가인 17세기 네덜란드의‘빌렘 헤다’의 ‘바니스타 정물화’의 미술사적 지식이나, 당대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소설가‘조르주 상드’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던‘들라크루아’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 유명한 에로티즘의 극치를 표현한 <다나에>의 실제인물인“오스트리아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불렸던‘알마 말러베르펠’의 일화는 회화 감상을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와 ‘베첼리오 타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비교함으로써 "알몸(Naked)과 누드(Nude)", 즉 매춘부의 알몸과 비너스의 누드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형이상학적 구분을 해대는 상투적인 인간의 허위의식을 슬쩍 비꼬아대기도 하고, 사랑, 불안, 장엄, 순수, 기쁨, 슬픔, 경건, 사색 같은 정서와 같이 구체적 형상이 없는 것들의 표현으로서 추상(抽象)이 지니는 의미, 나아가 ‘라울 뒤피’나 ‘바실리 칸딘스키’, ‘로베르 들로네’ 등 회화와 음악의 교류, ‘교향곡 같은 예술적 감흥’의 표현에 이르는 작가들과 작품의 설명에서 회화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물론 그 친근성을 견인하여 구별짓기로서의 문화의 벽을 허무는 성실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저작의 마지막 장에는 우리 전통회화의 장을 따로이 수록함으로써, “일본이 우리 문화와 정신 말살”의 일환으로 우리의 회화를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는 억지를 주입키 위해‘동양화’라고 그 주체성을 상실시킨 용어는 더 이상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는 요구는 채색화, 수묵화와 같은 우리고유의 회화특성으로 전환하여 부르는 중요한 각성이 된다. “가장 위대한 예술은 가장 쉬워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내면서 이처럼 풍성한 미술의 지식을 품어낸 저술도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중 독자들을 향한 작자의 애정과 진실이 느껴지는 훌륭한 미술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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