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친구, 우정, 의리, 호기심, 모험심, 도전과 같은 어휘들을 떠올리게 하는 환상적 모험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무심한 듯 아이들이 던지는 어른들을 향한 시선에서 허점과 결여 투성이의 미흡한 기성사회를 보게 되고, 불완전한 어른의 세계를 뛰어넘는 또 다른 성장의 모델까지 제시하는 작품이라 하여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의미심장한 철학적 구조나 경직된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과는 거리가 아주 먼 유쾌하고 발랄하며 활력이 넘치는 동화적이고 헐리웃 스타일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의 흐름으로 한 순간에 작품에 도취될 정도로 단순 명쾌한 구성에 이 정도의 주제를 편입시킨 작가의 역량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학업에는 관심이 없는 문제아인 나,‘짐보’, 그리고 과격한 데스메탈(death metal)음악에 심취하고 가죽잠바와 오토바이족과 어울리는 누나‘베키’, 프라모델이나 조종하는 실업자 아빠,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라는 가족구성처럼 소설은 전통적 성역할을 답습하지 않으며, 짐보가 아빠에게 사다드리는 <초심자를 위한 500가지 요리법>이라는 요리책처럼 엄마에게 이혼당하지 않도록 돕겠다는 의도는 물론 의기소침한 어른들에게 세상 다시보기라는 용기와 긍정의 관점을 선사하기에까지 이른다.

한편 엉망인 학교생활이지만 마음을 흔쾌히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찰리’와 함께 겪게 되는 세상보기는 문제의 접근과 해결,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도전과 용기, 위험과 결단, 우정과 의리 등 사람의 정신과 관계에 대한 모델로서의 역할을 한다.
짐보와 찰리, 두 소년의 호기심은 우연히 엿듣게 된 두 명의 선생님이 주고받는 알 수 없는 언어의 기묘한 의혹에서 시작된다.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들을 미행하고 감시하며, 급기야는 몰래 잠입한 선생님 집의 다락방에서 이상한 언어로 써진 쪽지와 용도를 알 수 없는 팔찌를 발견 한다.
그러던 중 찰리가 실종되고, 의혹의 두 선생님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여기서 소설은 빠른 호흡과 긴장을 높이는 추리적 요소와 서술로 전환되어 급격하게 독자의 시선을 밀착 시킨다.

이 속도는 짐보를 살해하려는 낯선 이들과의 힘겨운 격투와 누나 베키와의 긴박한 탈출의 장면, 그리고 찰리가 써 놓은 <스푸드베치!>라는 비밀의 단서가 지목하는 곳, ‘스코틀란드 스카이섬의 코루이스크 호수’여정으로 급격하게 치솟는다. 이 여정에서 견원지간처럼 으르렁대는 남매는 형제의 사랑을 새삼 깨닫는데, “나는 내가 실은 우리 누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평생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하는 짐보의 이 대목은 누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내 아들 녀석이 제 누나만 없으면 안절부절 하는 모습과 겹쳐 슬며시 공감의 웃음을 머금게 된다.

쪽지의 좌표가 말하는 장소, 파란빛의 기둥, 그리고 쾅! 하며 사라지는 사람. 오직 친구 찰리를 구하겠다는 짐보의 열망은 예기치 않은 원통장치에 이끌려, 대마젤란 성운 방향으로 태양계 중심에서 약 7 만 광년 떨어진 곳인‘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에 도착한다. 거기에는 알 수 없는 언어를 말하던 두 선생님, 바로 외계인를 발견하게 된다. 지구의 파괴를 기획하는 외계인의 음모와 이를 막고 지구를 구하여야하는 절대절명의 위기가 두 소년의 어깨에 지어진다.

다분히 동화적이고 몽환적 요소로 살짝 유치하기도 하지만 이야기에 내재한 어른들의 불완전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세상보기 제시라는 둔중한 주제의식은 재미를 오히려 깊게 만들어준다. 쾅! 우주여행의 시작과 도착을 알리는 굉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정신을 구성하는 우주를 이해하고 나아가 새롭고 독창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소리의 다른 형식이 아닐까? 두 악동의 용기와 사랑, 모험의 여행을 감동적이고 성공적으로 그려낸‘마크 해던’의 또 하나의 걸출한 모험 소설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얼마나 다른 이해를 말하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는 그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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