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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 - 평범함과 비범함의 비밀을 밝힌 문화 지능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지음, 설선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진화생태학적 측면에서 오늘의 인간의 진화적 상태는 대개 1~3만여 년 전의 형질로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으며, 이는“지능이 인종에 따라 유전적으로 차이 나기란‘선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배경이 된다. 즉 인간의 지능이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환경이 결정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론에서 케케묵은 인종적으로 지능의 차이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예증은 백인중심주의라는 저변의 사고라 할 수 있다.
비록 이 저작이 인종 차별주의적 시각을 배제하려는 입장에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지능의 유전율과 환경지배력에 대한 설명으로서 환경결정론적 주장을 선명하게 입증하는 균형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다만, 지능이 유전자에 의존하는 것인지, 환경에 의한 것인지의 이론(異論)은 차치하고, 지능향상법에 대한 코치나 아이들의 양육과 학습이론 측면에서는 나름 귀동냥 할 참고 요소들이 소개되고 있어 교육자, 학부모, 교육당국자등에 유용한 학습프로그램들의 사례집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하겠다.
저술의 전체를 지배하는 개념은 IQ라는 지능지수이다. 이 지능지수의 백인과 흑인, 유색인종 등 빈곤, 소수계층의 비교를 통해 학습의 개입이나 사회계층이 제공하는 환경여건에 따라 지능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맥락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육은 IQ와 성취간의 인과사슬에 매우 중요한 고리라는 신념을 통해 취학 전 유아동 및 학령기 개입 등 적극적인 학습 환경의 변화가 학업과 사회진출에서의 계층적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SES(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지적 자산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면서 취학하기 전의 유아들에 대한 학습 환경의 개입프로그램 적용례와 학령기의 아이들에 대한 실험적 프로그램과 특수학교들의 개입사례를 통하여 IQ및 학업의 성취도가 신장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들이 소수 빈곤층의 아이들에게 커다란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백인계층의 아이들과 차이를 줄이기 위해 유효한 방법이라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프로그램의 수행에 있어 교사의 자질은 성취도에 높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학급이 적을수록 성취도 검사에서 수행도가 뛰어났음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결론은 교육학에 있어서는 ABC와 같은 이야기이기에 새삼스럽기까지 하지만, 우리사회에 있어 낙후된 벽지나 하위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의 학교에 이 저술이 소개하고 있는 개입 프로그램의 도입 등은 교육적 성취의 편차가 극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의 건강성이나 교육환경의 질적 균형을 위해 참고할 가치가 높다 하겠다. 물론 계층에 따른 학업성취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이러한 공적 비용이 막대하지만, “특수교육, 유급, 범죄와 복지비용의 지출을 막고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여 연 17%의 투자수익에 상당하다는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제임스 헤크먼’의 분석처럼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효한 접근이라 하겠다. 더구나 상위 1%의 강부자들을 위한 세금감면 혜택 중 극히 일부만 축소하더라도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으리라는 것이다.
한편, 저술 중 인상 깊은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그 첫째는‘노력 낙관주의(effort optimism)의 부재’, 즉 “노력하면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의 부재”이다. 일종의 카스트적 소수집단의 사회에 대한 기대의 포기와 불신으로서 우리사회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하위계층에 대한 심리적 배려는 물론 학습장치의 제공의 중대성을 깊이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정관념 위협’에 관한 연구로서, “도전을 회피하고 학업을 추구하지 않는 식으로 평가에 대한 불편감에 적응”하는 상황의 인식이다. 이 역시 사회적 편견이 특정 집단에 가하는 압력의 고착이 결국 당해 집단의 내적 심리까지 장악하여 발생하는 폭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교육은 사회의 신뢰회복과 건강성, 빈곤의 세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풀어주는 중요한 기능임을 간과할 수 없음을 확인케 된다.
끝으로 이 저작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을 담는다면, 모두에서 지적했듯이 서구 백인의 편협성을 극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예로 하면서“IQ로 기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잉성취(overachievement)'가 나타난다.”고 자신들의 과소성취가 아니라면서 동아시아인의 뛰어난 성취의 해석을 축소하는 식이라든가, 지능의 개념을 정서지능이나 음악지능, 신체운동, 게다가 실용지능, 창조지능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능력,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으로서의 지능을 과다 확장하여, 수량화 할 수 없는 인간의 지적활동을 모조리 수량화(數量化)하여 서열화하고 물화(物化)시켜 버리는 사이비 과학의 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저작은 지능지수(IQ)가 양호한 양육환경이나 교육환경을 갖추면 높아 질 수 있기 때문에 소수자 및 소외계층 등 하위계층의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적 각성,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공적지원 등으로 교육적 형평성을 제고 시키고, 이를 통한 이들 계층의 아이들이 사회적 성취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참여의 제안이라 할 수 있으며, 부모들의 수준 높은 어휘구사나 환경 탐구 행동의 격려와 같은 아동 학습과 지능 향상을 위한 방법 제안과 같이 학업성취 제고를 위한 교육방법론의 제언이라 하겠다. 진화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의 대결, 또는 유전론과 양육론의 첨예한 과학적 대결의 기대는 무색해진다. 유치원, 초등학교의 아동을 둔 부모님들에게는 동기의 유발이나 성취욕의 자극, 학업능력 및 지능 향상의 유효한 지침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