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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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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의 성숙정도나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 사회 수준에서 한국사회를 유럽사회와 비교한다면 아마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실감케 될 것이다. 정치사회체제나 정체성과 같은 거대 담론은 차치하고라도 개인들이 부대끼는 사회 곳곳에서 터무니없으며 어처구니없는 장애들이 이렇게 무수하게 존재하는 것에 아연실색하지만 이를 하소연 할 창구는 어디에도 없으며, 누구도 이러한 개인적인 불만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도시로 진입하기 위해 타는 택시는 불친절과 과다요금으로 한국이라는 사회를 제일먼저 짜증으로 진저리치게 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 행태는 시정되지 않는다. 소송의 승소와 채권의 확보는 다른 문제로 인식하는 편협한 사법시스템, 마구잡이로 차선을 바꿔가며 끼어들고는 도리어 악다구니를 부리는 정신병자들이 버젓이 도로 운전을 하는 이상한 사회 등등 개인이 소리치고 싶은 불만들이 어디 한 두 가지겠는가! 그러나 이 사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 표출을 국론분열의 주범으로 꼽고, 상식선에 제기한 비판을 허위사실 유포로 몰아가며, 시민의 목소리가 두려워 게시판을 검열하고, 댓글을 차단하며 포털사이트 감시에 열을 올리는 한국의 정치사회 수준”처럼 시민정신 또한 도리어 시대를 역행하기까지 한다.

개인적인 불만은 공적영역에서 언제나 늘 사소하고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되고 배제된다. 개인의 불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하는 파쇼적인 사회, 유머와 풍자마저 두려워하는 사회, 불만은 부정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누군가 불만을 표출하면 찍어 누르거나 제압하려고만 하는 사회, 불평불만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정말 무식한 사회에서 개인의 분노와 소통은 사방 꽉꽉 막혀있다.

그렇게 불만이 많아? “그럼 노래해! ” 하는 이 <불만합창단>이라는 책자는 이렇게 숨 막히는 폐쇄된 소통의 공간을 확 터주는 통로의 역할을 해준다. 2005년 핀란드 예술가 부부 올리버와 텔레르보 가 창시하여 버밍엄, 헬싱키, 시카고, 함부르크, 싱가폴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새롭고 창의적이며 평화적이고 유쾌하기까지 한 이 집단 문제제기와 소통의 운동은 진정 일상과 직장, 가정, 이웃에서 경험하는 삶의 모든 것에 대한 동질감과 공감으로 파편화된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로서의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시민사회에서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라 할 수 있는 희망제작소의 두 연구원의 신념과 노고가 만들어 낸 시민창안일 수도 있으며, 내가 가진 불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불만을 함께 노래함으로써“더 많은 민주주의, 더 가까운 민주주의,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방법론으로서 ‘불만 합창단’을 기획하고, 또한 합창단을 모으고 알리는 일련의 감동적인 과정과 의미를 모색하는 이 저작은 그대로 하나의 멋지고 유쾌한 자유와 민주주의 실천 교과서가 된다.

“불만을 듣고 공감한다는 것은 개인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의 시작이다. 불만을 노래하는 것은 결국 희망을 노래하는 일이었다. ~ 中略 ~ 불만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만드는 일은 뜻밖에 간단하다.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집단의 이해와 주장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사회, 다채로운 목소리가 존재하는 사회는 집단의 단일함을 헤치기 보다는 그 힘을 더욱 풍부하고 강하게 해준다는 두 연구원의 긍정의 의지는 작은 곳에서 촉발되고 촉진되는 사회변화와 혁신의 불씨를 엿보게 한다.

“불만을 노래하니 사람들이 웃는다.”

불만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사실만으로도 화나고 짜증났던 상황과 기억에서 해방되더라고 한다. 처음 치러지던 불만합창단 페스티발의 준비과정, 그리고 참가단체들의 그 상쾌하고 통쾌하며 감동적인 노랫말들이 들려오는 듯하다. “사소한 문제와 중요한 문제가 한 개인의 내부에서는 쉽게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니,  사소한 불만과 크고 중요한 불만이라는 우리사회의 이분법적 도식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의 힘으로 가득 채우는 그‘생경한 이질감’으로 기성의 권력과 권위적 의식에 경도된 사람들이 불만합창단을 보고 놀라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 이웃을 서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주민참여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되지 않겠나?”라는 저자들의 불만합창단에 내리는 반문은 그대로 목적이 된다.

“나는 존재의 두려움이 불만스럽다.”고 인간의 기본적이고 심오한 노래를 부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불만합창단, “노래가사가 정치적이지 않아 같이 부를 수 없겠소.”라며 탈퇴한 이가 있는 함부르크-빌헬름스부르크 불만합창단, 청취자 불만을 받아 조직했다는 캐나다 CBS방송국직원들로 구성된 불만합창단처럼 우리들의 지역사회, 직장에서도 갇혔던 불만을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우리들만의 ‘불만합창단’을 구성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 소통이 단절된 사회에 건전한 민주주의가 보다 가까이 일상화 되어 진정 자유의 실체를 목격하고 자유로워지는 훌륭한 방법론이 될 것 같다. 아름답고 진지하며 즐거운 공감의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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