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선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1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발표된 지 160년이 지난, 이젠 낡은 이데올로기로 간주되는 『공산당 선언』을 다시금 손에 들게 된 것은 ‘칼 포퍼’의 저술 『All life is problem solving』에서‘마르크스’에 대해 냉소주의라는 비난을 우연히 읽게 된 것이 계기라 할 수 있다. ‘포퍼’의 미국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무한한 찬송가에는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은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낙관주의에 기인한다. 더구나 인류사회에 마르크스가 말하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관계는 존재한 적이 없다는 그의 확신에 찬 1992년 독일‘슈피겔’지와의 인터뷰 내용은 이 땅의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이에게서 광기를 보게 했다.

설혹 이미 지나간 과거사가 되어버린, 소련 붕괴와 동구의 몰락이‘공산주의’의 실패를 목격하게 하였지만, 그것이 곧 자본주의의 완결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현실적 문제를 은폐하는 수많은 기제 속에서 우리의 인간성을 여전히 훼손하는 문제들을 함축하고”있음은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그렇다고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르크스가 자본주의가 내재하고 있는 태생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의 방법을 가르쳐 주리라는 것이고, ‘비판’의 방향이 될 수 있는 사상으로서 긴요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마르크스의 예언처럼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에 의한 파국을 맞기는커녕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정치경제체제로 확산되었음을 부인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인류가 그 이상의 체제를 발견해 내지 못하고, 또한 실현시킬만한 역량을 가지지 못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170쪽 분량의 이 작은 책자는‘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과,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주의의 원칙』, 그리고 『공산당 선언』의 중판(重版) 및 유럽 각국에 출간된 번역본에 게재된 그들의 서문, 역자인 ‘이진우’박사의「해제」로 구성되어 있다.
『공산당 선언』의 핵심골자는 “이제까지 사회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그 유명한 첫 문장과, ‘사적 소유의 폐지’라는 것처럼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자본의 논리로 야기되는 인간소외에 대한 고뇌의 흔적과 인간해방의 문제를 얼마나 철저하게 사유하고 있는가를 확인 할 수 있다.

한편, 권말에 수록된 이진우 박사의「해제」는 마르크스의 생애에서부터, 헤겔을 근원으로 하는 그의 철학적 사상적 기원, 공산주의의 이념과 시민사회의 해부, 공산주의선언의 현대적 의미에 이르는 탁월한 논평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적 이해를 심화시켜준다.
산업화로 인한 자본주의 도래가 경제적 효용은 증진시켰으나 인간의 불평등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오늘의 우리사회에서 빚어지는 계층 간의 위화는 물론, ‘부르디외’의 지적처럼 사회전반의 구별 짓기는 계속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러한 보이지 않는 차별에 놓여있 다. 시장(market)의 노예, 유행(mode)의 노예, 순간적 쾌락(moment)의 노예 말이다. 자신들의 실존 근거가 이미 자신들에게 있지 않고 남에게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 이러한 근원적인‘사회적 불평등’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포퍼’의 낙관은 신빙성 있는 예언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책자는 왜곡된 인간, 억압받는 인간, 불의를 당하는 인간, 즉 무(無)의 존재로 전락한 오늘의 우리들에게 현실 속에서 정의로운 가치와 이념을 생각게 하는 하나의 사상적 기초가 되는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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