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적 인간행동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평범한 일상적 사고의 패턴 속에 녹여낸 훌륭한 철학입문서라 할 수 있겠다. 또한,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학교소설의 형식을 채택하여 보다 친근하게 청소년들의 삶과 가치관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어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배제하고 있지 않으며, 우리들의 삶과 철학을 좀처럼 연결 짓지 못하는 그 괴리를 말끔히 메워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생각하는 삶, 인생의 가치에 대해 사유케 하는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진 흥미로운 청춘소설이며, 그래서 그 거창하고 낯설게 여겨질 수 있는 철학자들의 고뇌어린 사색의 결과가 보편적인 인간의 삶속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자연스런 동화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등장인물인 고등학교 2학년 남녀학생들의 시선을 경계로 하여 설정된 소재들 역시 ‘사람 마음의 본질’, ‘영혼의 존재 여부’, ‘원조교제’,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사형제도’, ‘종교’ 등으로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져보았던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미미와 리리, 두 여학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과 번민이 윤리선생 데코라는 인생의 멘토(Mento)를 통해 가볍지만은 않은 인생의 본질적 가치의 설명이 흥미롭고 유쾌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개된다.

리리 오빠의 자살이 가족과 가까운 이들의 상실감이란 상황을 시작으로 자살이 갖는 본질적 의미를 생각게 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사후세계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낸다.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존재하는 것인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인간기계론』같은 저술과 플라톤의 주장 등을 대비하여, 기능적이고 물질적인 접근과 물질과 영혼의 2원론을 고찰하기도 한다.

또한, 원조교제와 관련하여 인간 개인의 욕망에 대한 처리와 그 책임의식, 자아와 타자에 대한 개념의 정립, 나아가 사형제도에 대한 토론을 통해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의 상충과 조화를 위한 멋진 사유의 접근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성숙한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철학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본원적 사유와 성찰의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왜 인간은 서로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인가? 와 같은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의문에 대해 ‘호모 데몬스(Homo Demons)', 즉‘착란인’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설명과, “종(種)이 살아남기 위한‘제1원리’로서 ‘인간들이 서로 죽이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공리(公理)의 소개나, 칸트의‘목적의 왕국’, 미야자와 겐지의‘진정한 복지에 이른 길’, 벤담의 ‘공리주의’에 이르는 사랑과 조화의 메시지로의 전개, 철학적 태도를 인류에게 비로소 제시했다는 데카르트의 ‘의심하는 자아’, 칸트의 이성비판, 홉스, 존 로크, 루소에 이르는 사회계약론이 가지는 의미까지 폭넓은 철학적 식견들이 ‘철학’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친근하게 서술되고 있다.

이 철학이란 삶의 필수적 사유의 방법을 청춘드라마에 슬기롭게 입혀낸 소설은 ‘나와 너’라는 인간관계의 순수한 존재방식에 대해 어느덧 같이 진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곤 타자(他者)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책을 덮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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