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팡파를로 - 시인 보들레르가 쓴 유일한 소설
샤를 보들레르 지음, 이건수 옮김 / 솔출판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보들레르의 정신세계를 비교적 수월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단편 소설이다. 그의 시 “악의 꽃”에 수록된 작품들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나 왜 그토록 악을 추구했는지에 대한 역설적 사생활이 자전적으로 기술되었다고도 추정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그 문학적 작품성을 떠나 인류의 문학사상에 분기점이 된 작가를 이해하는 의미 있는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 ‘피의 샘물’과 같이 선혈이 쿨쿨 흘러감에서 “저 매정한 계집들에게 내 피를 빨아 먹이기 위해”라든가, ‘인간과 바다’에서 “그런데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두고 / 그대들은 무자비하고 가책 없이 서로 싸우니 / 그토록 살육과 죽음을 사랑 하는가 / 오 영원의 투사들 어쩔 수 없는 형제여!”식의 인간의 본성으로서의 악을 숭배하기에 이르는 그의 발악적 외침은 19세기 중엽 유럽사회의 퇴폐적 물질주의와 허위와 위선으로 가장된 귀족과 그 아류들에 대한 환멸이다.

 

주인공‘사무엘 크라메’에 대한 인물 설명은 작가 자신의 성격을 정의한 것이라 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라는 것이 당시 문단의 평이다. “우울한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외모가 몹시 화려했다. 현실생활에서 그는 단지 몽상만을 할 뿐 이었는데, 그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과 같다. 작품은 한때 연인이었던 대 귀족의 아내가 된 ‘코스멜리 부인’에 대한 욕망에 눈이 먼 크라메가 그녀 남편의 정부인 ‘라 팡파를로’를 해코지하여 남편이 그녀에게 돌아가도록 자신이 나서겠다는 약조로 시작된다. 여기에는 오로지 음란한 욕망과 퇴폐, 허위와 거짓, 배반만이 남는다. 결국 인간의 악만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이 시대의 진리이다. 더구나 창녀의 비위를 맞추어 출세하려는 자신의 가면을 여지없이 벗겨내고 “소위 지성인이 그토록 파렴치하다니!”라고 맺는다.

 

지극히 짧은 소설로 오늘의 시각으로 작품성을 평가하기에는 낯설고 결여됨이 있다. 그러나 『악의 꽃』이 출간되는 1857년 6월 25일 보다 10년 앞서 발표된 작품이자 그의 유일한 소설작품이라는 문학사적 위치뿐만 아니라 청년기의 보들레르, 그의 예술적 광기와 고뇌, 퇴폐적 프랑스 사회를 엿보게 하는 중요한 참고자료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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