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데올로기의 냉전이 종식하고 인류에 평화의 기운이 찾아들자 다시금 종교를 앞세운 인간사회의 갈등이 서구와 근동의 무한적인 갈등으로 인간의 비극이란 원초적 사유의 세계로 회귀하게 하고 있다.

‘아프간’은 이러한 오늘의 무참한 폭력과 갈등의 근원적이자 상징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두주인공 ‘마이크 마틴 ’과 ‘이즈마트 칸’의 삶의 교차적 설정과 그들의 삶이 종식되는 순간의 의미로부터 서구와 근동, 기독교와 이슬람이란 대립되는 투쟁의 표상은 실질적인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탈레반, 알카에다, 지하드, 무자헤딘과 같이 막연히 공포의 용어처럼 인식되어온 이들 의미의 배경을 작품 속에 녹여내어 이슬람 근본주의, 그리고 타크피르(Takfir)라 불리는 초극단주의자들의 정서와 행동양식을 깊이 있게 서술해 내고 있다.

알라신의 지시에 따른 신성한 여행이란 의미를 지닌‘알-이스라’라는 단서를 시작으로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이슬람권과의 사생을 다투는 거대한 사건이 팽팽한 긴장과 치밀한 첩보전으로 사실성 높게 전개된다. 아프간 파슈툰 족의 한 남자아이‘이즈마트 칸’의 성장과정에 비친 서구인, 그들의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만 했던 삶, 그리고 이들 배경 속에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와 그 속성, 그리곤 신의 전사인 무자헤딘으로서 조국 아프간을 모욕한 적들에 대한 증오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자 귀결일 밖에 없음을 연민어린 시선에 담아내고 있다.

알-이스라는 서구에 대한 어떠한 타격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인가? 9.11 세계무역센타빌딩의 항공기 추돌사건으로 두 지역 간의 증오는 테러와 보복의 끊임없는 순환을 야기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생포되어 쿠바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아프간인 이즈마트 칸으로 위장하여 알카에다의 조직에 침투하는 영국인 마이크 마틴은 파슈툰족 무자헤딘 이었던 아프간인으로의 삶에 성공하고 그 비밀에 접근하려한다. 이 작품의 소설적 위대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숨에 읽어버렸다”로는 표현이 부족 할 정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정밀 첩보기‘프레데터’, 대양에서의 거대한 화물선의 잠적, 유령선을 찾는 미영 첩보기관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간의 긴박과 스릴, 그리고 허를 찌르는 대 반전은 작품의 두께에서 상상 할 수 없는 가공할 스케일로 다가온다.

아프간인(THE AFGAN)은 마이크 마틴이기도 하고 이즈마트 칸이기도 하다. 엄청난 규모의 테러에 맞서기 위한 삶의 헌신, 가족과 조국을 모멸한 세력에 대한 증오와 이에 대한 복수의 행동은 그 본질적 의미에서 다르지 아니하다. 그들의 선택은 인간의 존엄한 본성이며, 인간위에 존립하는 종교의 본질, 그리고 그 종교적 권력의 본질은 무엇이란 것인가? 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다루어지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The God Delusion』의 멋진 구절이 생각난다. “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다”고.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서로 다른 의미의 두 아프간인의 삶을 통해서 다르지 아니함, 즉, 동질성의 회복과 종교적 허위, 인류의 본성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첩보소설, 추리소설이라는 협소한 장르를 넘어 인류에 대한 진중한 경고이자 인간본성의 존귀함에 대한 철학적 고뇌까지 녹여낸 거장다운 21세기 최고의 문학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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