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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
조너선 밸컴 지음, 노태복 옮김 / 도솔 / 2008년 1월
평점 :
동물, 나아가 자연의 모든 생물과 인간의 차별이란 가능한 것인가? 인간이 저만치 서서 홀로이 우월한 개체라고 오만을 부리는 것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自問)을 던진다. 진화론적 측면에서 우리들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 온 생물들에게 감성이란 것이 존재치 않는다는 발상의 근원은 타당한 것인가? 과학에서 조차 동물들이 즐거움을 가지리라는 연구는 헛된 망상으로 치부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축적된 연구나 지식이 일천할 수 밖에 없음을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동물들은 정서적 감정과 의식적인 사고가 있다는 관점에서 그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으며, 오늘의 대다수 권위를 인정받는 생물학자, 진화론자들의 동물에 대한 편견, 즉 “동물은 생존 투쟁에서 벗어난 휴식의 순간은 극히 드물다.” 또는 리처드 도킨스의 <에덴의 강: 생명에 관한 다윈주의적 관점>의 표현에 등장하는“다른 동물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살려고 도망 다니며”와 같이 자연계에는 손톱만큼의 평화와 평온도 존재치 않는다고 결론짓는 그릇된 시선과 태도를 지적한다.
인간들은 동물이 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그들의 생존과 종족 번식에 기여하는 행동이라고 인간 본위적인 시각에 맞추어 대는 것과 같이 해당 동물로부터‘즐거움’이란 감정을 배제하는 과학적 판단에 정면에 서서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듯이 동물의 즐거움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실제 그렇게 판단해야 할 만한 동인(動因)과 과학적 타당성(반복적 입증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이 저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2장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연구와 조사사례들을 수록하고 있다.
동물들의 즐거움에 대해서 놀이, 먹는 행위, 교미, 접촉, 그리고 사랑과 미의식과 같은 초월적 즐거움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놀이가 동물들이 살아남고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종족의 보호와 진화론적으로도 타당한 논리로서 저자의 설치류(쥐)에 대한 실험을 비롯해 놀이라고 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듯이 놀이라고 판단 할 만한 사유들을 소개한다. 또한 맛의 진화와 같이 동물의 먹이에 대한 선택적 행동과 균형 잡힌 식사등의 선호등과 같은 실험을 통해 생존만을 위한 행동으로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이 유일하게 번식 행동으로서가 아닌 성적 접촉을 하는 동물이라는 견해는 저자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많은 동물들이 번식을 위한 교미가 아닌 접촉을 통해 즐기는 즉, 즐거움을 찾기 위한 행동으로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수의 관찰과 조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와 같이 다양한 관찰, 조사, 실험, 연구를 통해“자연 선택과 같은 종의 유전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로서만 동물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과학적 추구는 자연계의 전체적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진화론적 해석만을 주장하는 인식에 반론을 제기한다.
다만, 저자의 아쉬움과 같이 이 저술의 상당한 근거들이 일화(一話)적 사례에 의존하고 있어 이의 과학적 증거로서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으며, 인간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음으로 인해 이론적 타당성을 획득하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동물의 감정과 의식적 사고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서 인간의 먹이와 생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유발하고 있음은 많은 논쟁의 여지를 던진다. 인간이 인간과 동일하게 아픔과 슬픔, 즐거움,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할 때 도덕적으로 해당 동물을 인간의 먹이로서 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같다. 자연계의 진화라는 거대한 굴레속에서 인간은 또한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많은 동물을 먹이로서 인식해왔다. 저자의 궁극적 주장인 우리에게 더 이상 동물을 먹이로 인식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것은 자연의 진화방식에 대한 새로운 거스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인간의 오만 아닌가?
성장한 동물과 새끼들의 놀이를 통하여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새끼와 같은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핸디캡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균형되고 제한된 행위를 통해‘도덕율’의 본질이 내재하고 있다는 설명과 같이 저자의 주장은 파격적이고 발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저술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물의 즐거움에 대한 연구가 인간의 이기적이고 실리적인 측면에서만 진행되는 동물의 통증 연구와 같이 보다 많은 연구조사가, 많은 시간 축적되고 수행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발제(發題)로서 의의는 탁월하고 시의(時宜)적 이라 할 수 있다.
- 동물의 도덕적 행동에 대한 신념을 설명하는 내용 中에서
자연 선택은 다른 이들에 대해 관심 갖기를 선호한다고 짐작 할 수 있다.
도덕성이 적응에 이롭기 때문에 진화되었다고 믿는다.
미덕은 그 스스로가 보답이 된다. 공정 할수록 적응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