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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쓰는 법 - 이야기에 강력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스토리 창작법 ㅣ 예비 작가를 전업 작가로 만드는 작법서 시리즈 1
조단 E. 로젠펠드 지음, 정미화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4월
평점 :
읽고나면, 아니 읽어나가면서 이 책이 항상 곁에 머무는 이야기 창작의 안내서로 책장의 눈에 잘 띄는 고정된 장소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감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이야기 만들기에 머무는 기교적 방법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체에서부터 장면 구성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하물며 이야기에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는 중요한 사건이나 상황을 가리키는 플롯 포인트의 구체적 설정까지 저자의 세심함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이다.
시중에 널린 또 하나의 흔한 글쓰기 책이 아니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야기 창작의 모든 요소를 알려주려는, 그래서 진정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100 여 작품이 넘는 인용을 통해 해당 설명이 어떻게 실제 쓰여 졌는지를 확인케 하고 그것이 어떤 정서적 효과와 의미를 지니는지 까지 알려준다.
4부 1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야말로 글쓰기의 비기(秘記)들을 무한 방출한다. 어떻게 독자에게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책장을 넘기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 속 인물들의 성격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지, 이야기의 장면들, 여정을 구성하는 플롯의 설정과 그 전환 지점들을 어떻게 흡입력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문장의 표현 방법들의 다양성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저자가 기술한 글쓰기 정보들을 섭렵할 수만 있다면 멋진 이야기 한 편을 창작해낼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다.
혹여 소홀히 할 만 한 부분까지 지적하면서 진정성 있는 글쓰기를 놓치지 않도록 가르쳐 준다. 사실 순간순간 염두에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 많은 정보로 쌓여 체화(體化)되기에 벅찰 정도이다. 때문에 이야기 구성 단계마다 필요한 부분들을 발췌하여 두기도 한다. 일례로 작품의 “어떤 한 장면도 주인공의 목표와 의도를 지니고 있어야(321쪽)” 한다는 조언과 함께 어떻게 생동감 있게 쓰고 있는지를 ‘행동, 갈등의 기미, 감정적 혼란, 긴장감의 축적 등’에 해당하는 기성 작가의 글을 인용하여 그 이해를 세밀하게 집어주는 식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26/pimg_7290341033356224.jpg)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리안 모리아티’의 『정말 지독한 오후』의 한 장면은 주인공의 행동이 어떻게 즉각 생동감을 조성하고 독자를 끌어들이는지를 보여준다.
“‘놀라서 죽을 뻔 했어’ 클레멘타인이 가슴에 손을 대며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그녀는 자신의 말이 비난처럼 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321쪽
이 같은 세밀한 글쓰기 정보를 접하고 있다 보면, 문득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작품들에서 작가가 왜 그 장면을 넣었는지, 소설의 시작 문장들이 무엇을 암시하고자 했던 것인지, 전체적인 구조와 함께 주인공의 심적 변화와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의 접근을 위해 어떻게 점진적으로 표현되었는지를 떠올려보게 된다. 이야기 만들기의 세밀한 조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작품을 대하는 독자로서 작가가 마련한 장치들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만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삶의 지리멸렬한 이야기라면 대체 누가 관심을 가지고 읽거나 들으려 할까? 저자는 이야기 창작, 즉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극적 상황을 흥미롭게 간추리고 날카롭고 강렬하게 정미한 버전의 현실”이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이야기가 비범한 이야기가 되도록 하는 절대적 요소는 무엇일까?
“위험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최상의 도구다.” -15쪽
아무리 잘 꿰어진 흥미진진한 플롯으로 구성된 이야기라도 ‘긴장감’이라는 정서적 중추가 없다면 김빠진 맥주처럼 밋밋해져 이내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누군가의 주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이야기란 이 긴장감을 인물, 장면, 대사, 하다못해 지문이나 보완적 설명인 뒷이야기에 조차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긴장감이란 스릴러와 같은 장르 소설뿐 아니라 순수문학까지 포함하는 모든 스토리텔링의 절대적 요소라는 점이다. 그것은 위험, 갈등, 불확실성, 그리고 지연(보류)과 같은 형태로 부여되는데, 책은 바로 이러한 형태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것은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에 신체 감각과 은유를 이용해 감정을 전달하는 글쓰기, 주인공을 압박하는 외부의 힘, 통제력을 빼앗긴 무기력해진 주인공을 표현하는 것들로 구체화된다.
“모든 대화에는 다 이유가 있다.” - 216쪽
이처럼 하나의 필요 요소를 실현하기 위해 그 하위 요소들과 실제적 표현 방법에 이르는 예화까지 알려주는 책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야기 속에 어떤 대화의 장면이 있어야 할 경우 인물에 대한 정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면 너절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고 알려주듯이 대화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글쓰기의 내용들로부터 플롯의 핵심 요소인 전환점의 네 가지 핵심 단계의 구체화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전(全) 단계에서 긴장의 실타래를 놓치지 않는 글쓰기 방식을 터득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은 정말 이야기 창작의 야전(野戰)지침서이다. 인물의 내적 갈등 조성, 배경의 형상화, 문장의 근육이자 에너지인 문체의 능동적 생동감 만들기까지 이 한 권의 책은 창작을 준비하는 이들이나 작품을 더욱 알차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무한한 영감과 앎을 가져다 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기대치 못한 알짜배기 책을 읽게 된 우연의 선택에 감사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스토리텔링 작법의 수작이라 하고 싶다. 인용된 수많은 작품들의 유혹을 견뎌내는 것은 이 책이 야기한 쉽지 않은 고난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