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이렇게 다섯 나라를 합쳐 북유럽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노르딕(Nordic)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이 바로 이 5개국인 셈이다. 참고로 '노르딕'과 같이 사용되는
'스칸디나비아'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만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덴마크령인 '페로제도'와 얼마 전에 독립한 '그린란드'도 '노르딕'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2. 이번에 읽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이란 책은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부스'가 북유럽 지역을 여행하면서(또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느꼈던 감정들을 재미있게 풀어쓴 일종의 여행 에세이다. 저녁에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리고 버스 안에서 이동할 때
틈틈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읽는 맛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만약, 마블 히어로들의 개그코드와 얌전한 듯하면서도 유쾌한
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과 딱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3. 언론에 보도된
북유럽은 찬사로 도배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나라, 양성평등이 잘 지켜지는 나라, 삶과 일의 균형이 잘 갖춰진 "워라밸"이
구현된 나라, 복지/교육/자연환경이 최고인 나라 등등. 국내의 많은 정치인과 교수들도 무슨 얘기만 하면 꼭 마지막에 '북유럽처럼..'이라는 말을
붙이는 걸 보면 보통은 아닌 게 맞는 듯하다.
4. 개인적으로
북유럽을 좋아한다. 추운 날씨와 스웨터, 그리고 무민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이유 없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다큐멘터리나 TV
속에 보이는 좋은 모습도 그렇거니와, 재작년에 다녀온 여행에서 느낀 점도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기에...) 농담 삼아 한번 씩
이야기하지만 한두 번은 더 다녀오고 싶은 곳이다.
5. 하지만 책 속의
북유럽은 이런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좋은 이미지 뒤편에 가려진 실상들을 봐야 하는 것이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무작정 찬사로만 반응할 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겠다.) 테러도 발생했고, 이민자 수용으로 인한 갈등과 늘어나는 범죄율(강간
사건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와의 암묵적 협력(?) 관계와 국제금융위기 당시 불어닥친 아이슬란드의 경제 위기도
여전히 잔존하는 문제 중의 하나다. 또 저자의 경험 속에 등장한 짜증 섞인 반응과 조금은 히스테릭한 사람들도 '노르딕 파라다이스'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사실 이건 어딜 가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6.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와 핀란드의 멋진 자연환경, 덴마크의 유서 깊은 문화 관광지가 아닌 북유럽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과 술집과 커피숍에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좋았다. 책 뒤표지에 적혀있는 "신나게 웃다 보면
북유럽 현실의 빛과 어둠이 내 손안에 들어온 느낌이다"라는 문구가 딱 정답인 듯하다. 북유럽 여행(최소 1주일 이상)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마인드 측면에서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