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사 1 -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전쟁과 평화 학술총서 1
일본역사학연구회 지음, 아르고(ARGO)인문사회연구소 엮음, 방일권 외 옮김 / 채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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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좋은 책을 받았다. 보통 이벤트 도서로는 신간 소설이나 에세이 또는 트렌드와 엮을 수 있는 자기계발 도서가 올라올 수밖에 없는데, 오래간만에 묵직한 책 한 권이 올라왔다. 내용도 두께도 말이다. 특히 태평양전쟁은 한 번쯤 제대로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용이었기에 더 기대한 책이었다.

2. 일본 역사학 연구회가 쓰고, 아르고 인문사회 연구소가 편역한 <태평양 전쟁사>는 원래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태평양 전쟁사 1>은 그중에서 두 권을 합본하여 펴낸 것이라고 한다. 자가당착에 빠진 일방적 주장만을 펼치는 기존의 다른 역사서와는 달리, 태평양전쟁을 세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모순에 의한 것이라 분석하며, 이를 다양한 층위에서 매우 자세하고 꼼꼼하게 비춰주고 있다. 다만, 원서의 반자본주의, 공산주의, 혁명적 관점은 결코 찬동하지 않음을 - 편역자들은 - 명백히 밝히고 있다. (7페이지)

3. 지금으로부터 불과 백 년도 되지 않은 1930~50년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과 인간성의 상실이 일상화되고 있던, 그런 때였다. 우리나라와 함께 타이완 및 대륙에서는 일제의 자원·식량 수탈과 잔혹한 학살, 위안부, 침략과 전쟁이 빈번했고, 저 멀리에선 인종 청소와 식민 지배, 그리고 경제 불황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조선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아프리카 등 수많은 식민지의 사람들과, 심지어 침략국의 국민들(일본의 상당수 선량한 사람들)마저도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책에서는 우리도 잘 알지 못했던,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국민들이 겪었던 어려움도 상당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우리는 지금 전쟁의 세기에 살고 있다고 말하며, 편역자들은 이 시대를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4. 일본 군국주의의 시작은 그 처음부터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비록 사카모토 료마와 같은 개혁가들이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반식민지 상태에서 그 불안정함을 조선과 타이완, 그리고 만몽(만주와 외몽고) 지역으로 분출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일제는 2차대전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미국과 영국의 통제와 승인하에서 전쟁과 침략을 진행했었다. (실제로 일제는 타이완을 넘어 푸젠성, 그리고 북방의 시베리아와 사할린으로 진출하려 했지만, 영국과 미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5. 게다가 일제가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지배하는 동안, 일본 국민들 역시 계속된 경제 공황과 불황, 그리고 정치 불안정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한다.(그렇다고 해서, 일제가 저지른 각종 범죄 행위가 용납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국내 일부 지식인(?)들은 일제가 우리나라 조국 근대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오히려 조선과 타이완, 그리고 대륙의 점령지 덕분에 일제 정권이 그 수명을 연장한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6. 며칠 전에 읽었던 <한국 경제 생태계>에 따르면,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그래프로만 보이는 수식만이 아니라, 사회/정치/문화/인구 등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되는 수많은 일제 시대의 경제적 사건들은 바로 이 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편역자들의 소개처럼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 전후에 펼쳐진 이야기들을 다양한 층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각가 관심 있는 분야별로 경제/정치/문화/군사 관련 등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좀 두꺼웠지만 역사서라 나름 흥미롭게 읽었다. 다음권에서는 세계 2차대전의 일제시대가 본격적으로 소개될 듯하다. 그다음 책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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