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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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이지훈 씨의 신작 <단>을 읽었다. 더 단순해져야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인데, 위클리비즈 편집장을 맡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다양한 인터뷰 자료와 관련 도서를 통한 사례 제시가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 한가지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비교하며 이야기한 부분이다. 조지 오웰이 빅브라더와 통제, 감시를 통한 디스토피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면, 올더스 헉슬리는 오히려 지나친 풍요로움에 물들어 그로 인해 퇴보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경고하고 있었다. 편리해진 기술, 24시간 즐길거리로 넘쳐나는 오락과 유흥, 그리고 폭넓은 사유 대신에 단편적이고 감각적인 무언가에 몰두하는 현재의 세태까지.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의 허상을 붙잡고 허우적대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가짜와 진짜의 구분조차 불명확한 시대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찾지 못한채, 뭐가 진짜고 가짜인지만 구분하려는 일차원적인 욕망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 이번에 읽은 소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는 한 노인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가 있다는 노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을 쓰지만 전혀 팔리지 않는 33살의 청년다니던 회사에서 짤리고 주식으로 전재산을 말아먹은 여성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노인은 이 둘에게 - 믿기진 않지만 - 그 오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일당으로 오만원, 그리고 성공 보수로 일천만원을 제시한다. 그 둘은 일을 하면서 서로의 과거와 은평구의 옛 모습, 그리고 정치와 경제에 대한 잡담을 나누곤 한다. 가짜처럼 보였다가 진짜인 강처럼 변해버린 불광천(근데 바뀐것도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과 진짜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국제 경제 상황(진짜가 가짜보다 무조건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때 자신들의 근거지였으며 다시 돌아오게 된 진짜 그들의 공간까지(결국 사람들은 가짜를 쫓지만 진짜로 돌아올수 밖에 없는 것처럼).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처럼, 이 소설에는 온갖 진짜와 가짜가 난립하여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노인의 손자가 등장하고 그 집안에 얽힌 사정도 밝혀진다. 이어서, 노인의 아들도 나타나 이 사건을 종결짓기 위해 꾀를 낸다.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을 오리를 불신하는 아들과 그럼에도 그것때문에 고민하는 두 남녀, 그리고 돈을 밝히는, 애같지 않은 꼬마 녀석까지 합세해서 노인을 설득하지만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에는 가짜로 가짜를 해결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3. 가짜로 가짜와 담판을 짓는게 주효했던 것일까? 아니면 노인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어쩌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의 진심이 우리들에겐 더 중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렵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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