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만에 꺼내든 시집이다. 식성처럼 책도 이것저것 다 읽어보는 스타일이라 원래 가리는게 없지만 <시집>만큼은 자주 읽진 않았던 것 같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구매한 시집을 제외하고는 딱히 기억이 떠오르진 않는다. 블로그에 써놓은 리뷰를 찾아봐도 시집은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가끔식은 시를 한편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아직까지 내 몸과 머리엔 감성의 한 조각이 남이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감성에 이끌려서 고른 책들이 점점 없어진다면 그 얼마나 결핍된 인생인걸까? 우연히 꺼내든 책속에 그 당시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다면 말이다. 마치 익숙했던 골목길을 걷듯이, 자주 다니던 버스와 지하철에서 본 풍경을 떠올리듯이...


작년에 들었던 글쓰기 수업에서 강사님이 꼭 시집을 하나 사서 읽어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감각을 살려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문장력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수업을 듣고 거의 1년이 지나서야, 다행이도 명사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바로 한국의 대표시인 49인의 시선을 모은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인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장은 예쁜 삽화와 집필 배경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그 감성을 이해하고 느낄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각장에 포함된 삽화들은 마치 현대미술전시전에서 볼수 있는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책 한권 값으로 시선의 감동과 미술전 관람까지 얻을 수 있다. 완전 좋다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있는 시선들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문구들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였다. 아지랑이 뒤로 가물가물합니다, 파도는 하얗게 엎어지고, 어느새 오동꽃도 시벙글었다, 연둣빛, 일렁이는, 담뿍 보듬어 안으셨겠지요?, 호수는 제 몸 드러내어 빛나는 것이다, 우중충한 한강물에도 하늘이 비친 신성하고 다정한 넋을 느꼈다, 발끝의 세계를 벅차게 날아 웅대한 혼돈을 직시하라, 물안개처럼 애틋한 기억이 소용돌이치네, 물기 젖은 따스한 바람을 부르네, 깊은 바다를 기억하는 발자국만이 첨벙첨벙, 꽃향기인들 고스란할까,  등등... 몇몇 시는 되게 어려웠는데 몇번은 더 읽어야 그 감성을 제대로 느낄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원래 시를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시를 외우는 거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책속의 메모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모성은 신성이라고 말이다. 이 땅아래 가장 가까운 걸 찾으라면 바로 모성이 그것과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가득담긴 엄마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리고 어머님 앞에서의 회한은 바로 그래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감성일 듯 하다. 참고로 시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