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알베르 카뮈 지음, 오영민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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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조리.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지만, 정확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다. 부조화, 불합리, 모순, 합리적이고 공평하지 못함과 같은 단어들과 비슷한 의미일 것으로 추측되나, 명쾌하게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 신화>라는 책에서 <부조리>에 대한 사유를 펼쳐나가고 있지만,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단어이자 소재일 뿐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부조리함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했지만, 추상적인 개념이 현실속의 사건들로만 연결될 뿐, 무언가 명확한 답을 찾아내긴 힘들었다. 다행이도 사전에서는 <부조리>와 <시시포스 신화>와 관련된 설명이 나와있다. 철학사전, 한자사전 등 종류별로 그 설명이 조금씩 다름을 알 수 있다. 아래는 각 사전들의 설명을 첨부한 것이다.  

부조리 [不條理] (두산백과) : 원래는 조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논리적 의미만을 표시하는 말이었으나 반(反)합리주의적인 철학이나 문학, 특히 실존주의 철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용어가 되었다. J.P.사르트르의 소설 《구토(嘔吐)》(1928)에서는 마로니에 나무의 뿌리와 같은 ‘사물 그 자체’를 직시할 때에 그 우연한 사실성(事實性) 그것이 부조리이며 그런 때에 인간은 불안을 느낀다. 이것은 M.하이데거나 S.A.키에르케고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A.카뮈는 그것을 다시 일보 전진시켜 《시지프의 신화》(1942)에서 “부조리란 본질적인 관념이고 제1의 진리이다”라고 하여 세계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태도를 부조리라고 규정하였다. 원래 부조리한 세계에 대하여 좌절을 각오하고 인간적인 노력을 거듭하여 가치를 복권하는 것이 카뮈의 부조리에 대한 주장이었다. 따라서 카뮈의 경우 부조리는 당연히 ‘반항적 인간’을 낳는 것이다. 이리하여 부조리의 사상은 F.W.니체 등과도 유연성(類緣性)을 갖게 된다. 어떻든간에 R.데카르트 이래의 근대합리주의적 가치관에 대결하여 그것과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때 부조리는 비로소 그 본래의 문제성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부조리(한자사전) : ①도리()에 어긋나거나 불합리한 일. 조리()에 맞지 아니함 ②실존() 주의적()인 용어()로서, 인생()에서 의의()를 찾아낼 희망()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며, 한계() 상황적(). 절망적()인 상황()을 가리키는 데 쓰임. 특()히 프랑스의 작가() 카뮈의 부조리의 철학()에 의()하여 알려졌음


부조리(철학사전) : 불합리ㆍ불가해ㆍ모순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프랑스의 실존주의카뮈가 자신의 철학적 견해를 나타내는 데 썼다. 그에 의하면, 인간이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모두 '부조리의 상태'에 있고, '부조리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으로서 질투, 야심, 방종 등을 들고 있다. 이리하여 인간은 무의미ㆍ무목적적인 생활로 운명지워진다. 그의 철학에는 이러한 염세관적 견해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에서 인간은 '반항적' 인간(l'homme révolté)으로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 부조리에 대한 개념적 접근은 위에 첨부된 사전의 설명으로 대신하고, 그러면 우리에게 <부조리>를 통해 말하려고 하는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역자 역시 서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그냥 살 것이냐, 또는 기꺼이 살아낼 것이냐"라는 실존적 결단을 우리에게 촉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살아나가야 한다라는 삶의 여정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는 부조리함의 가지고 있는 염세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많다. 운명, 숙명과도 같은 인간사의 비극들처럼 말이다. 카뮈는 이러한 것들을 회피하지도, 대책없는 낙관주의로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부조리함이 인간사 본연의 모습임을 직시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현실앞에서 우리가 나아가기를, 또 살아가기를, 그리고 견디어 내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첫장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소개되어 있다. "오,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열망하지 말라, 오히려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소진할지어다." 라는 문구가 바로 그것인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현실을 마주하면서 견디어 내는 힘. 이는 예전에 읽었던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와도 비슷한데, 결국 둘다 "현실을 살아라. 그것도 강하게."라는 말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는 그냥 강함이 아니라, 현실에의 자각과 내적인 충만함에서 채워져 나오는 그런 강함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3.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건 아직 나의 경험과 사유의 폭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사회속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부조리함을 겪고, 듣고, 또 보고 있기에 <부조리함>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공감될 수 있는 사건과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안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함>에 대응하고, 대항하는 법을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노정에는

한계를 자각하는 명철한 의식이 전제되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적 성실함이 요청되며,

희망도 영원도 바라지 않는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이 견지되어야 한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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