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들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1. 이번에 읽은 책은 부부 건축가가 지은 건축을 주제로한 에세이다. 유명한 건물들과 국내외 건축가들. 그리고 세운상가와 구 청진동 골목, 경동교회와 같은 추억의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다른 사람의 추억이 얽힌 공간과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와 느낌들을 들어볼 수 있는 것만큼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의 이야기들은 -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물론,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울수 있겠지만, 그 감성의 아쉬움은 저자들의 재미난 이야기로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 처음에 등장하는 소재는 <맥거핀 효과>다. 이는 속임수, 미끼라는 의미인데 마치 거창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아닌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영상에서의 극적인 장치나 소설에서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는데, 저자의 말처럼 요즘에는 현실에서 더 자주 애용되는 것 같다. 광장을 없애거나, 금강산댐과 같은 상징적인 건축물을 세우는 일. 높은 건축물이 한국의 GDP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게 하는 일. 또, 대중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이슈 터뜨리기나 물타기 전략으로 정말 중요한 사안에 대한 관심을 없애는 것들도 그 예가 아닐까 한다. 최근에는 모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의 국가관, 정치관, 종교관이 종합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누군가는 다른 후보자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일종의 시선돌리기, 즉 정치에서의 맥거핀 효과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저자는 26페이지에서 "......맥거핀이 잠시 우리의 눈을 현혹하는 사이 놓쳐버린 영화의 줄거리처럼, 우리가 정작 신경 써야 할 도시의 본질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들은 허공으로 흩어져버린 셈이다...." 라고 말하는데, 현실에서의 우리는 본질적 문제와 국가관조차 없는 맥거핀 모두 신경써야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당신, 정말 제정신입니까????????????????" 라고 물어보고 싶은 이 상황이 이런데서 연상될 줄이야.

 

3. <휴브리스>와 <리플리 증후군>과 같은 심리학 용어들을 뒤로 한채, 이어서 소개되는 장은 드디어 기다리던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고 김수근 선생님의 경동교회와 세운상가, 그리고 청진동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관심 가질말한 소재들이다. 특히 서울에서 오래 지낸 분들이라면 이에 얽힌 추억도 한가득 있을 것이고. 높고 반듯한 현대의 건축물과 도로들로 대체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과거의 투박한 모습들은 더 정겹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골목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 골목은 가장 강력한 건축이다. 골목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계와 규칙들이 살아 있으며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그 안에는 안전이 있고 협동이 있고 휴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도시란 그런 단위 공간들을 어떻게 엮어나가느냐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고 독자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모든 도시들은 나름의 독특한 구성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4.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북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정독도서관에 얽힌 저자의 추억들이다. 나도 국민학교 때 - 우리 동네의 유일한 도서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 방문했던 구포도서관에서의 국수가 참 맛있었는데, 저자 역시 식당에서 가락국수를 먹는 맛에 종종 들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면 참 맛있던 추억이다. 그리고 거기서 떠오르는 또 다른 추억들과 장난질들. 선생님이 아셨다면 "이 녀석~!!"하고 혼내셨을 수도 있을 그런 기억들까지.

 

집과 골목,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과의 기억들. 저자의 말처럼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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