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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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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BS 다큐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교육, 환경, 도시, 경제, 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정보도 얻고, 감성도 공유할 수 있는 유익한 다큐 중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 약 2년전에 방송되었던 <자본주의 5부작> 시리즈가 기억에 남는데,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비교하여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대립에 대해 소개한 편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또, 이 둘의 대립을 <랩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 방송했던 장면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 사람들이 알기 쉽게 핵심 용어들로 두 사람의 복잡한 경제이론을 단순화하여 설명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2. 이번에 읽은 책은 니컬러스 웝숏이라는 사람이 지은 <케인스, 하이에크>라는 책이다. 마셜과 베블런, 섀뮤얼슨, 슘페터, 프리드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수많은 경제학자 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등장시켜 대립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시경제학적 사고와 미시경제학적 사고,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대립 등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제학>이 우리의 삶과 정치 제도, 정권의 변화, 그리고 세계 정치 경제 트렌드의 중심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1차 대전 이후, 그리고 세계 경제 대공황과 그 해결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지금도 많은 정부의 경제정책의 원류가 되고 있는 케인스학파와 197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대처와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새로이 주목받게 된 하이에크.

 

최근에는 통화학파의 프리드먼과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중심지라 불리우는 시카고 학파의 영향력이 거세지만 그 원류에는 바로 <케인스>와 <하이에크>가 있었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3. 이 책의 시작은 독설가이면서도 약소국(1차 대전 직후의 독일은 엄연한 약소국일 뿐이었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었던 케인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큰 키와 뛰어난 언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인상적이었던 케인스는 1차대전을 전후로 하여 펴낸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라는 책을 통해 유명해진다. ​그가 특별히 독일인들을 사랑했다거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사고로는 지나친 배상 독촉은 결국 유럽에 또다른 재앙으로 다가오리라는 걸 미리 간파한 사람중의 한명이었다. 흔히 경제학도라면 왠지 차가워 보인다는 인상을 주지만(실제로도 그는 토론에 있어서만은 잔인한 면모를 보였음을 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뒤이어 나오는 하이에크처럼 인본주의적인 따스한 면모를 갖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진짜 부자일수록 덕을 베풀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했으며, 마지막 자산은 독립운동을 하는데 모두 사용했던 예가 많았는데, 이러한 점은 우리나 서양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4. LSE(런던 정경대)의 로빈스는 케임버리지의 케인스 학파가 득세하고 있는 구도를 깨기 위해 - 전략적으로 - 오스트리아 학파의 하이에크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 둘의 격돌을 통해 서서히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의 이론들이 만들어지고 또 다듬어지는 과정의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에, 토론 내용만을 본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추상적인 단어들이 서로 칼춤을 추는 와중에, 논점 외의 인신 공격성 발언과 말장난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 나는 아직 - 이둘의 통화와 거시 경제에 대한 이론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겠지만..

 

5. 그 이후로는 알다시피 세계 경제학사와 역사의 흐름과 일치한다. 본토인 영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를 얻은 케인스의 이론은 뉴딜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그 노선이 수정되기 전까지 세계 경제사의 흐름을 접수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이론이 떠오르게 되고 미국와 영국 양쪽에서 환영받는다. 재미있는 부분은 영국인 케인스의 이론이 미국에서 널리 적용되었고, 오스트리아인 하이에크의 이론은 영국의 대처 수상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는 점.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양쪽의 노선이 혼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리드먼만 하더라도 자유주의 경제학에 치우쳐 있으면서도 그 이론적 토대의 상당수는 여전히 케인스 경제학과 연결되어 있으며, 세계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강한 정부의 모습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또 작은 정부의 실패가 클린턴 정부의 호황의 원인이 되었고, 하이에크가 말한 <노예의 길>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작동되었음을 떠올려 본다면, <케인스>냐 <하이에크>냐와 같은 이중적인 접근법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6. 한 가지 부러웠던 점은 이 둘의 대결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닌 세계 정치 경제사에 남을 만한 지적 토론의 경연장이었다는 점이다. 케인스는 <블룸즈버리 그룹>이라는 모임에서 영국의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이에크 역시 당시의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담론을 나누면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참고로 케인스는 버지니아 울프와 이야기했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 말이다. 한 시대의 지적 패러다임을 이끈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만들어진 이 두사람의 이론이 현대의 경제학 이론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작년에 돌베개에서 마련한 <사회 문제의 경제학>과 헨리 조지의 잔영이 아직 다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하이에크>라는 또다른 경제학자와 만났다. <하이에크>가 단순히 작은 정부만을 고집한 독불장군이었으면 그의 이론은 우리에겐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판단한 - 아니면 예측했을지도 모를 - 현대의 금융경제의 붕괴 위기와 정부의 진짜 역할(하이에크는 보편적 복지제도와 실업보험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에 대한 논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본다면, 수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그의 이론과 배경들을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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