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사는 집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멋진 집과 갖고 싶을 만큼 예쁜 디자인의 제품들을 소개하는 책은 언제나 봐도 즐겁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마치 좋은 일만 생길 것 같고 또 행복해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이렇게 멋진 집과 제품들의 모습은 전문적인 포토그래퍼에 의한 촬영과 포토샵 기술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것들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가질 수 없는, 일상에서 자유자재로 소비하기 힘든 것들이기기 그럴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일상과 가족들의 삶과 함께 보내는 공간이기에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겨짐은 당연하다.

 

*

 

이번에 읽은 책은 일본의 건축가이자 작가인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건축가가 사는 집>이라는 책이다. 일본의 건축 관련 잡지에 약 4년간 연재된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소개된 집들은 모두 건축가 자신이 건축주가 되어 지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인이 살 집을 본인이 직접 지었으니 분명 잘 만들었을 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건축주"의 입김을 받지 않고, 건축가의 의지가 반영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 다른 집들과는 다른 건축가만의 철학과 인생관이 담긴 특별한 집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아마도 저자는 호기심을 느꼈을 듯 싶다. 건축가들은 과연 어떤 공간에서 살기를  원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배치한 도면과 동선은 어떠할까? 마지막으로 그들은 지금 그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건축가가 사는 집>은 이 같은 독자들의 궁금중을 도면과 사진, 그리고 멋진 글과 함께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책에 소개된 모든 집들이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요소들을 꼽아보라면 모두 건물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좋은 전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 넓은 집은 넓은 집대로, 좁은 집은 좁은 집대로의 멋진 경관을 감춰두고 있었다. 가령, 정원이 딸린 넓은 집은 거실의 창을 크게 만들거나, 시선의 위치에 맞게 정원수와 창을 배치함으로써, 집안에서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또, 그 지역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거실과 창, 보이드를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넓은 집의 중앙에 실내 정원이나 중정을 배치한 집도 멋져 보였다. 반면에 좁은 집들은 겉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안에 있을때 쾌적함을 느낄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었다. 복도와 계단의 폭이나 배치를 다르게 하여, 탁 트인 느낌을 주게 했고, 보이드를 설치하여 좁은 평수라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설계되 집들이 많았다. 특히, 부지값이 비싼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업실과 서재였다. 직업적 특징을 떠올려 본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집이라는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느껴지게 도와주고 있었다. 매일 회사에 갔다와서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노동과 여유, 휴식과 가족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공간 말이다. 작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그 외에도 손님을 위한 공간과 가족과 나를 위한 공간의 분리. 작은 공간들을 수납공간화하여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한 인테리어, 그리고 건축주 특유의 유머(?)까지. 가정 방문이나 견학이 아닌, <순례>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리는 책이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책의 재질이 참 좋다. 만약,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일단 사고 싶어진다는 점에서(물론 난 선물로 받은 것이지만...) 합격점을 주고 싶다. 그리고, 친절한 도면들도 참 좋았다. 나중에 집을 지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