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 캬~ 드디어 읽었다. <빅 픽처, <템테이션> 그리고 최근 작인 <더 잡>으로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말이다. 신간 소개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통해 자주 접해와서 대략적인 분위기와 내용, 그리고 책이 재미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직접 읽어보니 느낌이 남달랐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흡입력 있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주인공인 로라는 영상의학과에서 일하는 전문 촬영 기사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더 좋은 대학을 포기했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취미와 재미를 일정 부분 희생하며 살아가는 그런 여성이다. 가정적이면서 든든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사는 그녀에게는 실직후 자신감을 잃어버린 남편과 여자와 헤어진 후, 정신적 외상을 입은 화가 아들, 그리고 놀기만 좋아하는 걱정스런 딸이 있다. 

 

일에서 오는 업무적인 강박감과 그녀의 가족이 처한 문제는 언제나 그녀의 정신 상태를 혼란케 한다. 겉으로는 무난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화의 이어짐은 결코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기억될수는 없을 터. 결국 그녀는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녀는 몇일간의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코플랜드를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는 그동안 자기 자신을 한 구석에 가두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편때문에 더 좋은 대학을 포기했고, 원만한 가족 관계를 위해서 자기 자신의 몫을 항상 희생시켰다. 일탈대신 안정만을 생각했고, 그 이상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처음에 코플랜드를 만났을 때 그녀의 모습은 지나치게 경직되있었고, 차단하려는 마음이 강해보였다. 보수적으로 보인다. 그 남자가 수작을 걸고 있다. 등등.. 하지만, 우연하게도 다시 그와 그녀는 만나게 되었고, 영화관에서 그리고 술집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사정과 현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와 멋진 사랑을 나누었지만, 마지막에 그는 그녀를 남기고 도망쳐 버린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만남이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남편에게 이혼을 신청하고, 그녀만의 삶을 갖기로 한 것. 그 동안 혼자 움켜쥐고 있었던 <그녀의 삶>에 대한 또다른 조각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하기로 말이다.  

 

3. 책도 재미있었지만,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문구들이 많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게 있다면, 로라의 남편 <댄>은 언제나 관찰과 판단의 대상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점. 그녀가 받았던 대화에서의 메스질만큼, 그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게 아닐까. 그와 그녀는 대화한게 아니라 애쓰쓰기만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람이 타고난 성격과 반대로 직장에서 가면을 쓰고 오래도록 생활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너무 오래 쓴 가면이 늘어져 맞지 않게 되고, 그토록 애써 감춰온 본모습을 사람들이 보게 될까봐 두려워질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건 벤이 앨리슨이라는 여자아이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벤은 사랑에 빠진 자기감정을 사랑했다. 사람은 간절한 바람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할 수도 있고, 그 경우 상대방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이지 남감했다............... 

 

...........벤과 샐리가 편애를 받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날이 과연 있을까? 남편과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토록 문제를 키웠을까? 부모 자식도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배배 꼬인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순진한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이 있다. 인생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스스로 인생의 한계를 정하는데 일조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젊음의 특권은 끝난다.......... 

 

..........시간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아.........바뀌는 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지.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한 만큼 더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지는 거야. 

 

..........잃어버려야 새 것을 고를 수 있지. 삶은 후회와 끝없이 싸우는 거야.................. 

 

..........우리는 과연 타인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이 겪는 일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마당에 타인의 내면을 정말이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될 온갖 역경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