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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기의 혁명 - 개정판
손석춘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릇 삶이란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간에,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결정을 자신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차분히 한번 돌이켜보라.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과연 얼마나 독자적인 것이었나를. 혹 그 판단 자료의 대부분이 언론에 의해 주어졌거나 영향받은 것은 아니었던가. 신문보도에 의해 비로소 사회적 사실들을 알게 되고, 바로 그러한 "사실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하는 것은 아닌가. - 서문 중에서
0. 요즘 "내 연애의 모든 것"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와 재미난 대본도 마음에 들 뿐만 아니라, 달달한 OST 역시 최고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섞여 있는 현 세태 풍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새한국당과 녹색정의당이라는 완전 다른 정치 세력간의 만남을 사랑이라는 코드로 버무린 것도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한채아 씨가 연기하는 기자와 신문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정치인과 언론인과의 관계와 기사가 보도가 아닌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는 과정도 보여주는데, 이번주에 보여준 인터넷 검색 순위 장면은 이 모든 걸 한꺼번에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1. 여기까진 짤막한 드라마 홍보(?)였고, 지금부터는 이번 주에 읽은 "신문 읽기의 혁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특히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신문 기사를 제대로 읽는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진의 위치와 구도로 바뀌는 건 당신 남자 친구와 여자친구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건의 본질과 그 실체마저 바꾸어 놓을 수도 있으며, 신문 기사의 위치와 글의 논조는 친구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사건의 중요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헤드라인은 단순히 사람들을 낚는데 쓰일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기사와 사건들을 묻히게 하곤 한다. 어디 그 뿐이랴.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힘에 의해 사건의 본말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2.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성숙한 독자인가? 온전히 신문을 읽고 있는가?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줄 아는가? 신문의 기사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임을 인식하고 있는가? 편집적 안목을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를 통해 "참여" 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갖출수 있도록 이 책은 신문 읽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먼저 편집국과 편집부, 그리고 취재 담당의 구분과 신문사내의 위계서열 구조 등은 신문사라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며, 또 어떤 힘에 의해 왜곡될수도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동일한 사건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한겨레의 입장이 다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사설이 다른 경우도 있다. 또한 사주와 광고주의 입김에 따라 기사의 어조와 기사의 크기, 위치와 배열이 달라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를 좀더 공식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단과 표제라고 말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각 언론사의 실제 기사를 보여주면서 동일 사건에 대해 각 신문사마다 다르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이 책의 출간은 10년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조금 낯설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학교다닐때 5.18에 관련된 책을 읽었을 때의 기분처럼 말이다. 주류 언론에 길들여지고, 근거와 실체마저 불분명한 정보세력에 설득아닌 설득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해주는 사실들이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사례들은 모두 그 당시에 이슈가 되었던 사실들이었다는 점이다. 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특정 언론사와 싸우려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한때 진보단체들과 진보 성향의 방송인들이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속 추모했는지를 말이다. 몇년 사이에 이 모든 사건들이 희화화되고, 또 실체없이 사라진 걸 보면 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4. 신문과 정치와의 역학관계를 단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의 108페이지를 읽어보자. 나폴레옹 집권과 도망, 그리고 재집권 사이에서 벌어진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은 정치 권력의 힘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니퇴르지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적어도 정치권력의 힘의 변화에 제대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상이라도 줘야하는 걸까. 씁쓸하기만 한 단면이다.
5. 지금 현재, 2013년도의 대한민국의 상황은 이 책에서 보여준 상황과는 또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지난 몇년간, 정치권력과 자본주의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우리 모두는 실감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이 책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신문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각종 기사들을 제대로 읽고 분별해내는 능력은 더 중요해졌다. 중요한 이슈에 덮을 이슈가 더해지고, 가짜를 위한 팩트가 진짜 팩트를 덮는 이 세태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된 안목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춰야 할 것이다.
놀라운 집념이야.
아주 정확해.
자네는 신문 경영주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독직 사건을 파헤쳤어.
아주 훌륭해.
자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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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야!
- 책속에서 인용한 "마이애미 뉴스"의 만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