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인문여행 시리즈 7
이향우 글 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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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간이 역사적 시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을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감춰둔 채로 그 은은한 향기를 흘려보낼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는 장소가 될때. 그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선명해지는 공간으로 변한다. 역사적 명소가 그렇고 사람들의 사랑과 슬픔을 간직한 곳이 그럴 것이며, 연인들의 흔적이 남겨진 곳이 바로 그 공간이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의 장소인 "경복궁"은 이 모든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서울에 왔을때 가장 인상깊었던 건 곳곳에 있던 조선 왕조의 유물들, 그리고 옛날의 흔적들이었다. 높은 빌딩과 잘 정돈된 도로들. 그리고 거미줄처럼 이어진 지하철도 놀라웠지만 옛 흔적들에 비할바는 못되었다. 일단 향부터 다르다고 해야 할까. 건물 사이로 쌩쌩 부는 도시의 바람이 아닌 나뭇결 냄새를 듬뿍 품은 신선한 바람은 느낌부터 달랐다. 그리고 그 거리와 공간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도 행복해 보였고. 무엇보다도 다른 공간에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게 했다.

 

사실 내가 살고 있던 부산에도 옛 공간은 많다. 범어사, 석불사, 구포왜성, 몰운대, 자성대, 금정산성 등등.. 일제침략기때의 근현대 유물까지 합친다면 서울 못지 않은 유물의 보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골목길과 경복궁과 같은 옛 고궁의 모습이 인상적인 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공간에 있다는 신비감이 큰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이유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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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오랫동안 궁궐지킴이로 활동해오신 저자의 깊은 설명이 잔뜩 들어있다. 또 수많은 사진과 삽화는 경복궁에 가지 않고도, 마치 경복궁을 모두 둘러본 것 만 같은 느낌을 줄 것이다. 먼저 서울 성곽 전체를 설명해주면서 일제의 침략에 의해 훼손된 부분도 설명해준다. 이 부분은 예전에 TV의 다큐에서 한번 본 부분이어서 유의깊게 읽었다. 세종로와 광화문을 따라 들어간 경복궁은 구석구석에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석상과 명판. 그리고 궁의 건물의 이름에 얽힌 이름의 유래는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된 것들이 많았다. 또 사진속의 몇몇 풍경은 경복궁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것도 있어서 조금 부끄러웠다. 아마도 그냥 지나쳤거나, 다른 주변의 화려한 건물에 눈이 끌려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나의 경우에는 아미산을 지나 나타나는 건순각과 자경전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비밀스런 기품을 간직하고 있는 듯 했다. 책에서도 왕후의 공간으로 쓰였다고 하니 더 남달라 보였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섬세한 건물이 한국적인 미를 가장 잘 살려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사진과 함께 예쁜 삽화도 많은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마치, 예전에 읽었던 이장희 선생님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저자의 그림은 색채로 표현한 그림이 많아서 더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소개해주는 경복궁 10경을 보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경복궁의 모든 설명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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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다음엔 꼭 이 책을 들고 경복궁을 천천히 둘러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왠지 새로운 느낌으로, 그리고 추억으로 간직될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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