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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유시민 전 장관님의 신작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요즘 책복이 터져서, 읽을 거리가 책상위에 수북이 쌓여 있지만, 그래도 구매해서 읽었다.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한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의 책이어서 골랐다. 비록 정치적으로 그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만의 방법으로 그분의 활동과 정치적 의견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분의 글은 언제나 내가 보지 못했던, 또는 지나쳐 버릴 만한 부분을 상기시켜 준다. 평소에도 지식소매상이라 말씀하시는 그분의 언변과 생각의 깊이를 마음껏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첫 번째 책이라는 광고의 문구가 책 내용을 더욱 더 궁금케 했다. 진실보다는 그것을 포장할 수 있는 언변이, 사유의 깊이보다는 호감으로 다가가게 해야 하는 이미지가, 그리고 합종연횡하며 적군과 아군 사이를 오가는 정치인들의 관계 속에서 벗어난 그 분의 속 사정을 알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함께 말이다.
이 책은 전 장관님의 인생사와 함께, 삶과 죽음, 꿈과 인생, 그리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한 본인의 조언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크라잉넛을 통해 시작하는 놀이와 일에 대한 담론을 시작으로 그동안 우리가 갈망해 왔던 진짜 힐링을 들려준다. 좋아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포기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는 저자의 조언은 지금 당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중심에 놓여질 때, 우리는 행복하고도 품위있는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때론 어려움도 있고, 어둠도 있겠지만 삶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고, 이를 견지해 나간다면, 눈부시진 않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의 낙조를 남길수 있다는 말도 인상깊었다. 일출은 그 순간으로 끝나지만, 아름다운 낙조는 어둠이 찾아오고, 푸른 달이 뜰때까지 긴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 역시 그러할 수 있겠다란 생각도 해 보았다.
수많은 책을 읽고, 또 많은 공부를 하신 분 답게 책에는 어려운 내용도 많이 등장한다. 철학적 사유의 탐색 과정과 그동안 읽으셨던 책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삽입된 한국 근현대사의 암울한 장면을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위트있게 표현한 장면은 무거운 내용을 쉽게 다가오게 한다. 인생이란 단어가 주는 거창함과 권위의식이 우리와 당신의 삶이라는 정겨운 현실로 바꾸어준다.
인생이란 소망을 하나씩 지워가는 냉혹한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여기에 좀더 보태어 인생이란 정답이란 없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임을 알게되는 슬픈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높은 자리, 누구나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직업, 많은 돈과 위대한 명성, 새로운 발견과 놀라운 발명. 이러한 것들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깨닫게 되는 인생의 냉혹함과 어렸을적 정답으로 외웠던 선생님의 말씀과 책속의 조언들, 그리고 뉴스와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좋은 일에 대한 기준이 현실과는 다름을, 그 사건 전후로 감춰진 이면을 깨닫게 되면서 얻게되는 안타까움은 우리의 인생에서 빠질수 없는 비극의 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슬픔이나 냉혹함이라는 단어로만 정의내릴 순 없음을 알게 된다. 어렸을 적 몰랐던 부모님의 사랑과 고생, 우리를 가르치신다고 또 이해시키기 위해 고생하셨을 어른들과 선생님의 마음, 서로 같은 사람이었구나를 이해하게 되면서 느끼는 동질감과 연대감, 그리고 여전히 도전할 것이 해야할 일이 많음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불혹의 열정까지.
낙선과 몸담았던 정당의 좌초,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는 저자의 삶에 있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들이었음을 담담하게 고백하지만, 죽음과 인생, 삶과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자유롭게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그 이상의 축복이진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그리고 책에서는 비중있게 등장하진 않지만, 국내 정치사에 남긴 많은 족적들은 어떤 다른 정치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 부분도 많다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우린 모두가 삶의 족적을 남기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더 나은 직업과 더 좋은 학교를 원하고, 더 좋은 평판과 이미지를 원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였는지를 말이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사회적 억압 때문이라면 이는 스스로를 옥죄는 일일 뿐이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그리고 서로 상처를 나눠받고, 또 서로를 치유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스스로를 인식하면서(alone), 강하게 헤쳐나갈 용기를 얻고(Strengthen), 이를 통해 그러한 사랑을 연대할 수 있다면(Warm Heart), 우리의 삶은 의미있는 빛으로 가득찰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담긴 유시민 전 장관님의 자필 편지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