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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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이면 세례식이다. 내 스스로 선택했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어서 성당 입구를 두드린지 어느덧 다섯달째.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고 또 새로운 마음가짐도 갖게 되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내일 그 첫발을 내딛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설레인다.

 

이번에 읽은 책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차동엽 신부님께서 엮으신 책이다.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감과 함께 한국의 큰 어르신의 말씀을 들어볼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끌렸다. ..... 오늘 우리는 큰 어른의 부재를 매우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그 빈자리가 퍽 썰렁하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권위있는 참 가르침이 절실하건만, 함량 미달의 훈수들만 난무하고 있다.... 라는 차동엽 신부님의 서문은 이 책이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가톨릭 신자를 넘어서 한국인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좋은 말씀들이 듬뿍 담겨져있다. 하지만 지루하다거나, 따분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사진들과 함께 추기경님의 재미난 일화들과 함께 그 말씀을 들을수 있어서 좋다. 사랑, 존경, 배려, 용서, 화해.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단어들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배울수 있다는 것은 젊었다는 얘기다. 뇌가 경화되지 않고 유연하니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마음이 청춘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경청은 그냥 듣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들은 바를 사색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 거기까지가 진정한 경청이다.

누구고 큰 어른이 되면, 그가 감당해야 하는 운명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근엄, 권위, 고독의 성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에게는 고역이요, 그에게 다가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움이 된다.

희망이 있는 곳에만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희망이 없는 곳에도 희망을 걸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삶의 의미를 묻지 말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라.

 

당신은 씩씩한가? 그리고 용감한가? 그 질문에 당당하지 못한 걸 보면 아직 나는 삶 전체에 대해서 현재 진행형이자 물음표 인것 같다. 자신의 삶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과연 무어라 말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이 책과 이 글을 읽을 당신은 말이다. 신부님은 그런 우리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 그대 생의 물음에 그냥 씩씩하게 응답하라... 높은 지위, 명예가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상징을 부여하고 헤쳐나가면 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힘들때마다, 그리고 흔들릴때마다 신앙을 북돋으며 스스로를 다잡는 건 나약함이 아니라 앞을 향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존재가 흔들릴 땐 살아남는게 선이니까...

 

추기경님은 종교인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큰 어른으로서도 많은 활동을 하셨다. 군사 정권 당시의 정치적인 위기속에서 그리고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 속에서 도태된 일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서 항상 발벗고 나섰음을 이 책을 통해 알수 있었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항상 사회적 약자들과 길은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행하라는 말은 이 번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했다. 애민, 책임, 사랑, 평화의 단어가 실체가 될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4장의 상처입은 치유자 부분은 고독과 고달픔, 불면증에 대한 추기경님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비단 우리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보다듬고 감싸줘야 할 것들임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205페이지에 나오는 추기경님의 솔직한 고백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성직자로써,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하느님의 신자임을 진실로 느낄수 있던 부분이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슬퍼우는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그들과 삶을 나누지는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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