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서운하고 남자는 억울하다
미하엘 아이히함머 지음, 윤진희 옮김 / 샘터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출판계에서 과도한 책값 상승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출판계의 불황, 온라인 서점의 과다

경쟁으로 인한 적정한 할인폭에 대한 논쟁, 문고본이냐 양장본이냐에 대한 토론까지. 그 중에는 책마다

붙여져 있는 책의 겉표지와 겉띠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는 외국의 문고본은 저렴한 용지와 불필요한

겉표지를 최대한 줄이면서 책값을 낮추었는데 반해 한국의 경우에는 양장본과 고급디자인, 화려한 겉표지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해서 책값이 상승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책 겉표지 또는 겉띠와 함께 책이 출간되는 걸 보면 독자 -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

람들 - 은 그러한 부분에 크게 게의치 않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책을 고를때 항상 보는 곳이 머릿말과 역자의

주, 앞면과 뒷면의 설명, 그리고 겉띠의 문구이기 때문에 오히려 책에 대해 많은 정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러한 표지가 더 도움이 된다. 물론 앞에서 말한 논쟁은 출판계와 독자 모두 계속해서 고민해봐야할 주제겠

지만 말이다.

여자는 서운하고, 남자는 억울하다.

책 제목만큼 인상적인 것이 이 책의 겉띠에 둘러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사진 작가에 의해 의도

된 장면인지, 아니면 주제와 딱 맞는 내용을 찾다가 우연히 구한 사진인지는 알수 없지만,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게 꾸미고, 한 손에는 장미를 든 남자아이를 뒤로한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여자자이의

모습은 무언가 제대로 풀리고 있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딱, 남녀 사이의 모습이다.

책의 저자가 외국인이라서 우리나라의 현실보다 조금 더 자유분방한 내용이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상식적인 현실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독일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느낌은 - 거부감이 아닌 - 우

리의 정서와도 어울린다 였다. 예전에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상당수가 섹스와 관련된 이야

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컬쳐 쇼크"를 받았던 느낌이 있는데, 이 책은 충분이 납득이 가능한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만남에 대한 조언은 쉽게 와닿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까진 우리에게 많이

낯선 상황이라 여겨져서 그런 것 같다. 특히 예전부터 채팅같은 건 거의 해보지 않았기에 그런 거리감이 더 큰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핵심적으로 다가왔던 문구가 있다.

보편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문제가 크다. 그러나 당신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당신이 감정 상태에 대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면 분명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 복잡한 감정을 유발한 사람은 분명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이토록 많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조금씩 읽고 있는 혜민 스님의 말씀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은 맘에 담아

둘 가치조차 없다. 자신이 닮고 싶은, 친해지고 싶은, 고맙고 감사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만 맘에 담아두어도

벅차다. 그리고 그 만큼 중요한 사람이므로, 맘에 담아두게 되는 거다. 거짓과 이간질로만 가득찬 사람때문에

힘들어할 필요 없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고민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는

거라고 말이다.

페이지 곳곳에는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고민들과 문제에 대한 저자 나름

대로의 해결책이 등장한다. 사실, 사람이 처한 상황마다 다르기에 이러한 조언들을 그대로 그 사람에게 적용

시킬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금 기다리고 여유

를 가질수만 있다면 그런 문제들은 만남을 통해 개선되고 또 극복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편안했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업무 시즌중이어서 머리가 아픈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좋은 마음을 가질수 있었다. 전략적인 기술서도 아닌, 그냥 편안한 조언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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